연말 주류마케팅이 주는 위화감
연말 주류마케팅이 주는 위화감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8.12.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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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음주문화 개선 위한 사회적 분위기와 온도차, 드라마·예능 자정 노력도 필요
연말연시 모임이 많아지며 주류업계 마케팅도 활발하다. 자료사진 

[더피알=조성미 기자] 연말연시 술자리가 많아지는 때이다. 성수기를 맞아 주류업계 마케팅 활동도 부쩍 눈에 띈다. 예쁜 모델을 내세운 새로운 영상과 포스터를 공개하고 흥겹게 술잔을 나누는 광고도 진행하며 연말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광고도 제약이 많은 TV를 떠나 디지털에서 날개를 달았다. 술 한 잔이 떠오르는 순간, 술이 있어 더 즐거운 순간 등 일상과 맞닿아있는 곳에서 친근하게 술을 이야기한다.

다만, 이 같은 주류마케팅이 올해는 유독 위화감을 갖게 한다.

이른바 ‘윤창호법’이 통과되고, 정부가 음주를 흡연·비만과 같은 건강위해 요인으로 보고 관련 대책을 발표하는 등 음주폐해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음주를 독려하고 다른 한쪽에선 음주를 예방하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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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류업계도 할 말은 있다. 폭음 등 나쁜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을 꾸준히 펼치고 있고, 음주운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광고도 내놓는 등 나름대로 사회적 책임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에 진행된 수험생 대상 청소년 음주 예방 캠페인 모습.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에 진행된 수험생 대상 청소년 음주 예방 캠페인 모습.

또 제품 자체가 술이기에 지금도 여러 제약 속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자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어떻게 보면 지나친 간섭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눈길이 닿는 곳에서 화려하게 진행되는 마케팅에 비해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른다는 날 선 비판도 여전히 제기된다. 

미디어 분야에서도 음주는 지나치게 관대한 듯하다.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를 뉴스에서 연일 접하지만 드라마나 예능 등에선 친밀도를 높이는 소재로 활용된다. 

실제 TV에서 흡연장면이 사라진 지 오래이지만 술을 마시는 장면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술을 마시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인간적인 면모를 마주한다는 취지로 음주토크나 취중인터뷰 등도 심심찮게 보인다.

사회적으로 잘못된 음주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과는 확연한 온도차다.

지난 봄 대학가에서는 ‘주점없는 축제’가 화두로 올랐고,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술 광고에 음주를 조장할 수 있는 술 마시는 장면이나 소리를 담지 못하도록 규제할 것이라 밝혔다. 또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 내용을 담아 피해자 친구들이 직접 나서 법안 발의를 추진한 ‘윤창호법’이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처럼 음주로 인한 문제점들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변화를 위한 실질적 액션이 나타나는 요즘, 술 권하는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주류업계, 그리고 미디어업계의 고민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지난달 23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창호법' 발의 촉구 서명운동.
지난달 23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창호법' 발의 촉구 서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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