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가 RT한 유일한 광고회사 아닐까요?”
“뱅크시가 RT한 유일한 광고회사 아닐까요?”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12.20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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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을 찾아서 ⑱] 힐링브러쉬

[더피알=이윤주 기자] 스물여덟 두 청년은 사비를 들여 서울 지하철 안국역에 광고를 냈다. 일본 정부에 군 위안부 문제 사죄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관련기사: “For Grandmother!”

6년 뒤 그 청년은 공익전문 광고회사 대표로서 다시 더피알과 만났다.

힐링브러쉬 김요셉 대표. 사진=이윤주 기자
힐링브러쉬 김요셉 대표. 사진=이윤주 기자

포토샵에는 브러쉬(brush)라는 도구가 있다. 뭔가를 그리고 수정하며 다양한 효과를 적용할 수 있는 만능 툴이다. 여기에 힐링(healing)의 의미를 더했다. 누군가를 치유하기 위한 붓칠을 하는 힐링브러쉬는 공익광고, 사회공헌 캠페인 등 공익적 이슈를 다루는 사회적 기업이다.

안녕하세요. 더피알과는 인연이 남다르네요. 2012년도에 위안부 광고물로 인터뷰한 적 있거든요.

엇? 그랬나요? (입사 전이라 몰랐음) 말씀 듣고 보니 더 반갑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위안부 관련 광고를 집행하게 된 계기부터 짧게 이야기해주세요.

대학교 졸업 후 민간 광고회사를 창업했어요. 건설회사 홍보영상을 기획·촬영하는 프로덕션이요. 2년 하다가 접었어요. 그러던 2012년 어느 날, 라디오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인터뷰를 듣게 됐어요. 동네친구와 위안부 광고물로 재능을 기부했고 그걸 더피알이 인터뷰했죠.

6년 전 두 청년이 제작했던 위안부 평화비 광고.
6년 전 두 청년이 제작했던 위안부 평화비 광고. 그 중 한 사람은 사회적기업 대표가 되어 더피알과 다시 만났다.

원래는 그 광고물만 하고 끝내려 했는데, 그걸 업으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상업광고와는 다른 맛이 있더라고요. 문제의식을 느끼고 소외된 계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요. 그렇게 힐링브러쉬를 창업했어요.

위안부 평화비 광고가 상업광고에서 공익광고로 관심을 옮기게 된 계기가 됐군요.

맞아요. 그런데 공익적인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초반에는 ‘좋은 일 하면서 돈 벌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공익 광고 분야에서 최고가 되자’고요.

가장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하셨어요?

저희의 주요 클라이언트는 공공기관, 국제기구, 기업 CSR팀, 비영리재단 등이에요. 지난 10월에는 환경부와 함께 작업했어요. 제안 배경은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아 대국민이 이를 위해 실천할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플라스틱 데이(PLASTIC DAY)’ 옥외광고를 어린이대공원 분수대 광장에 설치했어요. 글자 속을 빨간색 비비탄으로 채웠어요. 이 중 P, I, C 글자에 구멍을 뚫어서 비비탄이 흘러내리도록 했죠. 멀리서 보면 ‘라스트 데이(LAST DAY)’라는 글자만 보여요. 플라스틱을 많이 쓰면 최후의 날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거예요.

‘플라스틱 데이(PLASTIC DAY)’ 옥외광고.

힐링브러쉬 이름으로 진행된 것 중 가장 크게 이슈가 된 그림자 캠페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시민참여 캠페인이다. 아동학대 가정의 모습을 빔프로젝터로 투사해 행인들의 그림자가 학대 부모를 막는 영웅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 행인의 가슴팍에는 슈퍼히어로를 상징하는 마크와 신고번호 및 ‘신고전화로 아이들의 영웅이 되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노출됐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기획은 거의 제가 혼자 해요. 종교적인 이야기를 해도 되나요? 전 기독교예요. 고2 당시 성경책 전체를 두 번 읽었어요. 교회 청년부 회장도 하고요. 그 시기가 성경을 스펀지같이 흡수한 때였어요. 광고 제작자는 남다른 인사이트 혹은 크리에이티브가 있어야 한다고들 하죠. 제 기획력의 바탕은 성장기에 읽은 성경과 인문학이에요. 그때 쌓아놨던 것들이 아이디어로 나오는 것 같아요.

가령,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사회 문제로 부상할 적에 캠페인 의뢰가 들어왔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먼저 아이의 처지에서 생각했어요. 아이는 아무런 힘이 없어요. 아빠 혹은 엄마가 날 때리는데 누군가가 와서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기도해요. 그 기도가 이루어지려면 사람이 와서 도와줘야 하죠. 실제로 캠페인도 지나가던 행인이 때리는 어른과 맞는 아이 사이에 서야지만 그림이 완성돼요. 그 행인이 아이에겐 수호천사인 거죠. 행인 역시 내가 아니면 막을 수 없다는 걸 경험을 통해 느끼게 했어요.

이 캠페인은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Banksy)가 사진을 캡처해 자신의 트위터에 공하며 “브릴리언트(brilliant)”라고 언급한 적도 있어요. 아마 뱅크시가 언급한 유일한 광고회사가 아닐까…(웃음)

힐링브러쉬 광고를 RT한 뱅크시.
힐링브러쉬 광고를 RT한 뱅크시.

뱅크시 SNS를 전부 볼 수도 없고 팩트체크는 하기 힘들겠어요.(웃음) 잘 만든 공익광고는 국경을 넘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캠페인 자체의 완성도 못지않게 알리는 홍보활동도 중요하겠네요.

힐링브러쉬의 기획은 크게 두 가지예요. 옥외광고와 영상광고요. 특히 옥외광고는 항상 해외까지 생각해요. 오프라인 옥외광고를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서 온라인으로 연결해요. 언어 장벽이 없도록 영어로 표현하고 설명이 필요 없게끔 단순하게 기획하는 이유죠. 그린피스 캠페인도 국내에선 조회수가 얼마 없지만, 그린피스 글로벌 채널을 통해 10개국 이상의 나라에 전파됐어요.

다른 여러 캠페인 중에서도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유기견에 관심이 있을 때 재능기부를 한 캠페인이에요. 강아지를 (하늘에) 띄워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거대한 강아지 풍선을 하늘에 띄웠죠. 목 끈을 놓으면 사라진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원래 풍선을 띄우면 안전선으로 고정해야 돼요. 바람이 불면 흔들리니까요. 그런데 안전선이 있으면 목 끈이 유일한 선이라는 느낌이 안 나잖아요. 빼달라고 했죠.

입양하지 않으면 유기견은 어디로 사라질 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

결국 강아지 풍선이 바람 따라 흔들리면서 건물 모서리에 부딪히더니 점점 핼쑥해지면서 내려오더라고요. 다행히 사진은 건졌죠.

온실가스 줄이기 캠페인도 기억에 남아요. 이산화탄소를 뜻하는 원소기호 CO2에서 ‘C’자만 없애면 O2(산소)가 되잖아요. 시민들을 참여시켜서 C를 지우게 하자고 생각했죠. ‘걷는 당신이 온실가스를 줄입니다’는 메시지로요.

길거리에 C는 분말 가루로, O2는 잉크로 그렸어요. 사람들이 밟고 걸어 다니면 자연스럽게 C가 지워지게 하는 의도였어요. 그런데 이날 눈이 와서 분말 가루가 뭉친 거예요. 타임랩스(영상을 빨리 돌려서 보여주는 기법)를 찍는 도중에 물티슈로 벅벅 닦았야 했어요.(웃음)

또 하나는 지난 여름 그린피스와 함께 한 지구온난화 캠페인이요. 청계광장에 어른과 아이가 손잡고 있는 동상을 세웠어요. 시간이 지나면 눈으로 만든 아이만 녹아버리게 되는 의도였어요. ‘지구 온난화, 우리의 미래가 사라집니다’라는 메시지도 적고요.

하필 그날 강풍이 많이 불었어요. 아이가 넘어가서 얼굴이 부서졌어요. ‘큰일 났다. 어떡하냐?’ 하다가 주변 눈을 모아서 얼굴을 다시 빚었어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신속하게 모면했죠.

(웃음) 야외캠페인이다 보니 변수가 많이 생기네요. 공익광고는 시민의 인식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가 대부분이잖아요. 성과는 어떻게 측정하나요.

그 고민을 항상 해요. 상업광고는 매출에 직결되기 때문에 얼마를 사용하면 ROI(투자수익률)가 나오잖아요. 공익광고는 그런 게 없어요. 지금은 영상 조회수, 댓글수 등으로 짐작해요. 아동학대 신고율, 플라스틱 재활용 수치 등으로 보면 되려나요.(웃음) NGO단체는 내부 측정 툴이 있더라고요. 캠페인을 했을 때 기부금이 얼마나 늘었는지요.

최근 공익광고협의회가 선보인 ‘배려를 잊은 당신에게’라는 공익광고를 두고 일부에서 성차별 문제를 제기했잖아요. (이 공익광고는 배려를 강요한다는 비판 외에도 상황이 납득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밖에도 몇몇 광고는 ‘임팩트가 없다’, ‘젠더 이슈를 건드렸다’, ‘생각 없이 만든 광고다’ ‘세금 아깝다’ 등의 비판을 받기도 하고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이제는 누구나 SNS를 통해서 손쉽게 의견을 피력할 수 있잖아요, 비난은 SNS 사용량과 비례한다고 생각해요. 새로 등장한 비난이 아니라 퍼질 수 있는 창구가 많아졌을 뿐이죠.

저도 공익광고가 다 옳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사전에 어떤 비판이 있을지 예상해야겠지만, 예상치 못한 비판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 그럼 발전할 수 없죠. 다만 ‘세금 쓰려고 만들었다’, ‘전시 행정용’ ‘보여주기식의 광고’라는 말은 제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익광고에도 트렌드가 있나요?

있어요. 공익광고도 민간광고를 따라가는 추세죠. 요새 B급 광고 많잖아요. 공익광고도 그래요. 하지만 힐링브러쉬가 추구하는 건 설치미술 형태의 공익광고예요. 저희만의 트렌드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까지 힐링브러쉬 작품은 진중한 이미지가 대부분이던데요. B급 광고를 시도할 계획도 있는지요.(웃음)

저희는 ‘공익광고계의 진지충’으로.(웃음) 필요하면 B급 포맷을 사용할 수도 있겠죠. 하면 잘 할 수 있는데 저희에겐 그런 걸 요청하지 않으시더라고요.(웃음)

광고 외에도 준비하고 계신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금은 광고만 집중하지만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장치를 개발해서 서비스할 생각도 있어요. 힐링브러쉬가 특허를 낸 상품도 있어요. 버스정류장 옥외광고에 자는 아기의 모습이 있어요. 그런데 차가 시끄럽게 경적을 울리면 아이가 울어요. 주거 소음 관련해서 메시지를 전달한 거예요. 그런데 딱 봐도 시장성이 없잖아요.(웃음) 공익 캠페인을 위해 만든 장치니까요.

 시속 30km/h를 넘으면 빨간 불이 켜지는 '옐로드라이버'.

옐로 드라이버 캠페인도 있어요. 어린이보호구역의 차량 제한 속도는 30km/h이죠. 옐로 트럭을 앞지르면 트럭 옆면에 부착된 감지 센서가 반응해 숫자에 빨간 불이 들어와요. 운전자의 주행속도를 감속시키면서 어린이의 안전을 지킬 수 있게 했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희는 광고와 예술이 접목하는 아트버타이징(Art-vertising)을 추구해요. 다른 회사에서 할 수 없는 예술적인 가치와 함께 해외에도 알릴 수 있는 기획력을 가진 회사입니다. 여기에 저희 전화번호를 남기면 되나요?(웃음)

무엇보다 뱅크시가 RT한 광고회사라고 어필하면 끝날 것 같은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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