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홍보수장 선임공식, 시대 바뀌고 정권 바뀌어도 그대로
靑 홍보수장 선임공식, 시대 바뀌고 정권 바뀌어도 그대로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1.0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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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출신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발탁…‘기자출신’ 독식현상 언제까지?
윤도한 신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뉴시스
윤도한 신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이번에도 청와대 선택은 ‘기자출신’ 인사였다. 청와대 홍보라인의 두 축 중 하나인 국민소통수석 이야기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매 정권마다 이어져 온 언론인 출신 인사의 청와대 홍보수장 독식 현상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청와대는 8일 수석비서관급 인사에서 신임 국민소통수석에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을 임명했다. 윤 신임수석은 1985년 MBC 보도국 기자로 입사해 통일외교부 차장, 문화과학부 부장,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등을 역임했으며 논설위원으로 재직해왔다. 지난해에는 MBC 사장 공모에 응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이번 인선 발표를 끝으로 물러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윤 신임수석에 대해 “30여 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방송기자 출신으로 늘 국민의 시각에서 보도해온 중견 언론인”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빠르게 진화하는 혁신적 미디어환경에서 정부 정책의 수요자이자 평가자인 국민 중심의 소통 환경을 만듦과 동시에 신문, 방송 등 언론과의 소통도 더욱 강화해 국정 운영의 세세한 부분까지 국민들께서 편안하게 파악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청와대 홍보라인은 ‘언론인 출신 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윤도한 수석의 전임자인 윤영찬 전 수석 역시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몸담은 바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한겨레 논설위원과 선임기자를 역임했다. 박수현 전 대변인을 제외하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홍보는 모두 기자출신 인사들이 총괄한 셈이다. 박 전 대변인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현재의 청와대 홍보라인의 골격이 갖춰진 것은 지난 2003년 참여정부(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국가기관이 국민을 대상으로 알린다’는 수직적인 뉘앙스의 ‘공보’ 대신 ‘홍보’라는 표현을 수석비서관 명칭에 부여했다.

아울러 이전까지 청와대 대변인을 겸임했던 공보수석 단일 체제를 홍보수석과 대변인으로 이원화시켰다. 현 정부들어서는 홍보수석의 명칭을 국민소통수석으로 바꿨다. 대국민 소통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명칭만 바뀌었을 뿐 참여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의 홍보수장은 언론인 출신들이 독식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혹 비(非) 언론인 출신들이 홍부수석에 발탁되기는 했지만 미국처럼 순수한 홍보 영역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전문가는 전무했다. 

우선 참여정부를 보면 MBC를 거친 이해성 초대 홍보수석을 필두로 윤승용, 이백만, 이병완 전 수석 등 4명이 기자 출신이었다. 특히 이 전 수석을 제외한 3명이 모두 한국일보에 몸담았다는 점이 이채롭다. 비 언론인 출신은 조기숙, 천호선 전 수석 두 명에 불과하다. 조 전 수석은 학자이고 천 전 수석은 정당인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언론인 독식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동관(동아일보), 홍상표(YTN), 김두우(중앙일보), 최금락(MBC‧SBS) 전 수석 등 4명이 모두 언론사 출신 인사들이었다. 홍보라인은 아니지만 KBS와 MBC, SBS를 두루 거친 하금열 전 SBS 사장은 대통령실장(현 비서실장)까지 올랐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6명의 역대 홍보수석 중 오랫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으로 활동해온 이정현 전 수석을 제외하고 5명이 방송사 출신 인사들이다. 이 중 KBS‧SBS PD였던 이남기 전 수석을 제외한다고 해도 윤두현(YTN), 김성우(SBS), 배성례(KBS‧SBS) 전 수석이 기자생활을 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청와대 대변인 시절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지난 2015년 청와대 대변인 시절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정파적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이 돼야 할 언론인이 퇴사 직후 곧바로 ‘청와대의 입’으로 활동하는 것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도한 수석의 경우, 지난달 31일자로 MBC에서 퇴직했는데 채 열흘도 되지 않아 청와대로 향했다. 이를 두고 언론노조 MBC 본부는 8일 성명을 통해 “사실상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에 직행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며 “존경과 신망을 받던 윤도한 기자이기에 실망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노조는 “공영방송의 언론인은 특히 엄정한 정치적 독립과 공정성, 정확성을 요구받는다. 그래서 당사자의 진정성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떠나, 감시와 견제자에서 정치 행위자로 직행하는 행태는 방송 독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고, 현역 언론인들의 진정성을 퇴색시키는 일이다”이라고도 지적했다.

앞서 김의겸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초대 청와대 대변인 하마평에 올랐지만 현직기자였기 때문에 이를 스스로 고사한 바 있다. 결국 김 대변인은 한겨레를 퇴사하고 6개월 만에 청와대 대변인이 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뉴스9’ 앵커 출신인 민경욱 전 KBS 문화부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경우, 지난 2015년 2월 청와대 대변인에 발탁됐는데 청와대의 임명브리핑 하루 전날까지도 그의 리포트가 뉴스에 방송된 바 있다. 후임자인 정연국 전 MBC 시사제작국장도 같은해 10월 청와대 대변인이 되면서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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