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의 의인화 작업
렉서스의 의인화 작업
  • 이승윤 (seungyun@konkuk.ac.kr)
  • 승인 2019.01.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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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의 디지로그] 도쿄 핫플레이스 된 매장, 라이프스타일과 접목한 브랜딩으로 정체성 드러내
도쿄 렉서스 체험공간에 전시된 차량 전면. 출처: 공식 홈페이지
도쿄 렉서스 체험공간에 전시된 차량 전면. 출처: 공식 홈페이지

[더피알=이승윤] 도쿄는 매일 핫한 공간이 생겨나는 치열한 문화격전지다. 2018년 도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를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미드타운 히비야’를 언급할지 모른다. 복합문화공간으로 3월에 문을 연 이곳은 하루 방문객은 10만명에 이를 정도로 힙하다.

미드타운 히비야에 가면 1층 입구 가장 눈에 띄는 장소에 렉서스 매장이 있다. 렉서스는 ‘렉서스 히비야를 만나다(Lexus Meets Hibiya)’라는 콘셉트 아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크게 △더 스핀들(The Spindle) △스티어 앤 링(Steer and Ring) △터치 앤 드라이브(Touch and Drive) 등 세 가지로 이뤄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렉서스가 자동차들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렉서스는 왜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핫플레이스 1층 공간을 자동차 매장이 아, 라이프스타일 체험 공간으로 만들었을까?

그 해답은 공간의 이름인 ‘렉서스 히비야를 만나다’에 있다. 뛰어난 브랜드들은 이미지를 의인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인다. 이는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그려질 때 어떤 사람으로 표현될지를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과거 소비자들은 BMW를 자수성가한 전문직 사람으로, 벤츠를 좋은 집안에서 잘 자란 도련님 같은 이미지로 그렸다.

브랜드 의인화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소비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브랜드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벤츠보다는 BMW를 더 선호할 수 있다는 말이다. 렉서스는 이 공간을 통해 ‘렉서스가 사람이라면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더 스핀들(The Spindle)’은 음식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캐주얼해보이지만 건강을 위해 선택된 재료들로 요리한 음식과 음료를 판매한다. 사람들은 이 공간의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렉서스 차량과 관련된 정보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단지 2011년에 소개돼 현재 렉서스의 정체성(Identity)을 나타내는 대표적 상징, 즉 차량 전면부의 그릴 디자인인 스핀들 그릴(Spindle Grille) 모양의 인테리어만 있을 뿐이다. 의자나 조명 등에 자연스럽게 스핀들 디자인을 반영해 은연 중 렉서스의 정체성이 드러나도록 했다.

음식 파는 공간을 지나면 ‘스티어 앤 링(Steer and Ring)’이란 공간이 나타난다. 렉서스의 차량 두 대가 보이지만, 이보다는 차량을 둘러싼 소품들이 더 빛나도록 구성했다. 렉서스가 공들여 선택한 향수, 시계, 구두와 같은 패션브랜드부터 장인들이 공들여 만든 유명 생활 잡화 브랜드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전시돼 있다. 렉서스가 직접 만든 것은 아니지만 브랜드 정체성과 잘 어울리는 제품들이다.

이러한 두 공간을 통해 렉서스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렉서스가 사람이라면 이런 음식을 먹고 이런 물건들을 쓸 것이라는 메시지다. 소비자들에게 렉서스와 어울리면서 브랜드를 잘 나타내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만약 이 공간에서 지나치게 차량을 강조하거나 판매하려했다면 잘 전달되지 않았을 의도다.

그리고 진짜 한방은 바로 ‘터치 앤 드라이브(Touch and Drive)’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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