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방송국놈들이 ‘유튜브 외도’ 생각하는 진짜 이유
20대 방송국놈들이 ‘유튜브 외도’ 생각하는 진짜 이유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19.02.19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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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직장 마다하는 젊은 속내
외주화 바람 속 제작보다 관리하는 시스템에 실망
워라밸 추구, 최신 플랫폼 트렌드 원해
20대 PD들이 어렵게 들어간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유튜브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
20대 PD들이 어렵게 들어간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유튜브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

[더피알=안해준 기자] 방송국에서 프로듀서(PD)란 제작, 편집, 연출까지 전천후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없어서는 안 될 프로다. 프로 입성의 문턱은 높디높다. 오죽하면 방송사 공채시험은 ‘언론고시’로까지 불린다.

그런데 힘들게 입사 후 다시 야인이 되려는 20대 방송국놈들이 있다. 유튜브가 그들의 새 터전. 프로페셔널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안정된 직장을 나와 홀로 빨간창 속으로 뛰어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 명의 예비 크리에이터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취재원들의 요청에 따라 닉네임으로 익명 처리합니다. 가급적 날것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실제 말투와 표현을 최대한 살렸습니다. 기자의 사투리까지 감안해 주시길.)

어 들어온나. 요즘 되게 바쁘제?

_mymura: 엄청 바빴음. 나도 어제까지 촬영하고 이제 조금 쉰다.

폿짱스: 난 다행히 이번 주는 진작 마쳤지.

짭찝쫍쩝: 정신없다. 방송국 퇴사하고 일 준비하고 집도 구하고. 얼른 물어봐봐 피곤해~

알았다. 얼른 물어봐 줄게. 니네 방송국 나와서 유튜브 하려 한다며?

짭찝쫍쩝: 그냥 돈 많이 벌고 싶어서 하는 거지 뭐.(웃음) 처음엔 축구 분야로 콘텐츠를 만들어볼까 하고 있어. 축구 쪽으로 많이 알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도움 좀 받아 시작해 볼까 생각 중이지. 다른 사람(유튜버)들과 협업도 고려 중이고.

폿짱스: 나도 일단 스포츠 분야를 생각하고 있어. 물론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콘텐츠도 같이 만들 거야. 스포츠 쪽은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인맥도 있고 해서 처음에 시작하긴 괜찮을 거 같아.

_mymura: 니들도 벌써 많이 생각해 놨네? 난 방송국 나오게 되면 유튜브나 영상 연출 같은 내용을 좀 더 쉽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볼까 생각 중.

최근에 유튜브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편집기‧카메라 사용법이나 장면 연출 등을 알려주는 영상들이 많이 나오고 있잖아. 근데 한편으로는 “저렇게 설명해 주면 사람들이 알아듣나?” 싶을 때도 있음.(웃음) 그래서 내가 만들어서 더 쉽게 알려주려고~

세 명 모두 방송국에서 일했거나 하고 있는데 외도를 꿈꾼다니… 지금 업무는 솔직히 어떻노?

짭찝쫍쩝: 당연히 방송국 엄청 힘들지. (그는 작년에 퇴사했다) 그런데 또 다니는 동안 재미는 있었어. 방송국이란 집단 안에서 뭔가를 계속한다는 것? 그건 좋더라고. 근데 데스크(팀장급) 제약이 좀 있어서 하고 싶은 걸 다 못하는 것도 많아.

폿짱스: 내가 있던 곳은 다른 방송사와 좀 다르게 촬영이나 제작 자체가 엄청 힘들지는 않았어. 반면 초기 제작비용이 적은 경우가 많아서 제작지원비를 확보하러 움직여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는….

돈이 부족하니 제한된 시간과 조건에서 방송을 만들 수밖에 없잖아. 기대만큼 좋은 게 나올 리가 없지. 작품 퀄리티에 한계가 있었어.

_mymura: 방송국 생활, 한 마디로 X 같지. 아직 퇴사는 안 했지만. 처음엔 이 일이 정말 하고 싶었는데 막상 들어오니 업무환경이 너~어~무 열악한 거야. 편집용 컴퓨터도 너무 구려서 뭐 제대로 할 수가 없어. 진짜 하루 일하고 바로 관두고 싶었음.(웃음)

거기다 가장 힘든 게 노동시간 대비 임금이 말도 안 되게 적다는 거야.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최소한 제대로 쉴 시간은 있어야 할 거 아냐. 야, 내가 한 달에 평균 일하는 시간을 알바 시급으로 계산해 봤거든? 근데 지금 받는 월급보다 훨씬 많았어….(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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