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 아닙니다, 소셜라이징 플랫폼입니다
호텔이 아닙니다, 소셜라이징 플랫폼입니다
  • 이승윤 (seungyun@konkuk.ac.kr)
  • 승인 2019.02.2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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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의 디지로그] 공간의 변신
투숙객 머무는 곳에서 사람들이 교류하는 장으로

[더피알=이승윤] 지금은 플랫폼(platform)의 시대다. 매력 있는 오프라인, 온라인 플랫폼들이 다양한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교류하게 하며,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도록 한다.

공유오피스 회사인 위워크(WeWork)는 자신들을 비즈니스 공간을 빌려주는 부동산업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매력 있는 워커(worker)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위워크가 부동산 비즈니스가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라면 성장가능성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소프트뱅크도 이 관점에서 바라봤다.

2018년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에 30억 달러(약 3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위워크가 가진 커뮤니티 플랫폼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투자로 인해 위워크는 또 다른 매력 있는 운송 플랫폼인 우버(Uber) 뒤를 이어 기업 가치가 두 번째로 큰 미국 스타트업이 될 전망이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내부.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내부. 출처: 공식 홈페이지 

투숙객 중심 → 지역사회로 확장

콘텐츠 측면에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플랫폼은 어디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호텔(hotel)’이라고 이야기한다. 과거의 호텔들은 돈을 내고 투숙하는 사람들에게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는 형태였다. 지금도 업의 핵심 가치에는 변화가 없다.

그런데 최근엔 투숙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매력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교류하는 일종의 ‘소셜라이징 플랫폼’ 콘셉트의 호텔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셜라이징을 추구하는 호텔들은 단순하게 투숙객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으로 남는 것을 거부한다.

호텔이 위치한 주변 지역의 특색을 고려해 그 지역의 문화를 잘 전달해주는 거주민들을 불러모아 문화 중심적인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들어나간다. 국내의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RYSE Autograph Collection, 일명 라이즈 호텔), 일본의 트렁크(Trunk) 호텔이 대표적인 사례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이라는 길고 어찌 보면 이상한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호텔은 전형적인 호텔과는 상당히 다르다. 스스로를 ‘크리에이터의 문화 플랫폼’으로 칭하며 다양한 아티스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창조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라이즈 호텔의 가장 큰 차별점은 투숙객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지역 커뮤니티 역할을 자임한다는 점이다. 라이즈 호텔이 위치한 홍대는 서울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트렌디한 지역으로 꼽히며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간다.

그곳에서 라이즈 호텔은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끊임없이 협업하며, 공간 내에서 아티스트들이 모이도록 하고, 그들이 내놓은 작업물을 호텔 투숙객뿐만 아니라 지역민들과 함께 소비하는 장을 마련한다.

플레이스 캠프 제주 내부.
플레이스 캠프 제주 내부. 출처: 공식 홈페이지 

제주에 문을 연 플레이스 캠프 제주(Playce Camp Jeju) 역시 마찬가지다. 호텔로 정의하지 않고 캠프(Camp)라고 말한다. 이 캠프를 운영하는 김대우 총지배인 역시 자신을 ‘부동산 디벨로퍼’라고 소개하지 않고, ‘지역 프로듀서’라고 칭한다.

한마디로 호텔 공간을 매개로 주변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호텔 안에 지역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프로듀싱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는 1년 365일 매일 매일 다양한 콘텐츠 프로그램이 열린다. 지역 주민들과 여행객들이 어우러져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행사들이다.

영화 기획자들과 ‘아무캠(아일랜드 무비 페스티벌)’과 같은 영화제를 기획해서 개최하도 하며, 문학과지성사와 같은 출판사와 협력해 큐레이션된 책들로 채워져 있는 객실을 운영하기도 한다. 결국 플레이스 (Playce)라는 호텔 이름이 가진 ‘Play(노는)’하는 ‘Place(장소)’란 의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2017년 오픈한 일본 시부야에 있는 트렁크 호텔 역시 비슷한 콘셉트다. 트렁크 호텔에 머물다 보면, 호텔이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한 단어가 있다. 바로 ‘소셜라이징(Socializing)’이다. 이 공간은 이 지역에 사는 누구나 들러서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교류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상징적 단어다.

일반적인 호텔들은 투숙하려는 방문객의 체크인을 돕기 위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아주 큰 공간에 리셉션을 만들어 놓는다. 트렁크 호텔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들어가자마자 멋진 바(bar)가 보이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 서로 이야기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보인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매력적인 수많은 사람들이 대화하며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다. ‘여기는 편하게 와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하는 누구에게나 열려진 멋진 공간입니다’라는 말을 굳히 설명할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트렁크 호텔 내부.
트렁크 호텔 내부. 출처: 공식 홈페이지 

제2의 라이즈, 제3의 트렁크 호텔들

이런 형태로 소셜라이징, 혹은 커뮤니티 플랫폼 역할을 하는 호텔들이 세계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과거의 호텔이 주로 투숙객에 초점을 맞췄다면, ‘플랫폼호텔’은 투숙객뿐 아니라 건물이 위치한 곳에서 살아가는 지역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역할을 하려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제 우리는 좋은 침대, 좋은 서비스만 제공해주는 숙박 시설을 찾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여행 경험을 제공해주는 공간을 찾는다. 고객이 달라진 만큼 호텔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호텔은 지역 거주민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그들이 만들어나가고 있는 지역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할지 모른다.

호텔이 매력 있는 지역 문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부인들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로 문턱을 낮추고, 공간이 자리 잡은 곳에서 살아가는 매력 있는 지역 거주민들이 끊임없이 모이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크리에이티브한 문화 콘텐츠를 지역 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소셜라이징 플랫폼호텔들을 우리는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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