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과 사투 중인 그 기업들의 사정
구인난과 사투 중인 그 기업들의 사정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9.03.07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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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 ‘복붙 이력서’ 태반, ‘자발적 실업자’도
우수 인재 이탈 가속…광고회사 사정도 마찬가지
스타트업 전성시대? 이상과 현실 괴리 커
구직자 중 상당수갸 지원 회사나 해당 업종에 대한 이해 없이 복사붙여넣기 식의 이력서를 제출하는 실정이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구직난과 구인난이 공존한다? 이상하게 들리지만 실제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특히 소규모 에이전시들은 구인난의 정도가 갈수록 심화되는 분위기다. 지원자 자체가 적은 경우도 있지만, 채용 과정에서 겪는 ‘노쇼’, ‘복붙 이력서’서는 내가 이러려고 사람 뽑나 하는 자괴감이 들게 만든다.

#비식별 지원회사
10명 안팎의 소규모 에이전시지만 채용 공고를 내면 100명, 200명의 이력서가 들어온다. 고무적이라고? 복사+붙여넣기(Ctrl+CV) 수준의 이력서가 많다. 면접 일정을 잡으려 전화를 하면 본인이 어떤 곳에 지원했는지조차 기억 못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 그나마 자기소개서에 기업명을 적어 넣으면 가점을 준다. ‘귀사’보다는 성의가 느껴져서다.

#예약부도
몇몇 지원자를 택해 면접 약속을 잡고 기다리지만 엔딩은 노쇼(No-Show)다. 전화마저도 불통. 개중에 면접이 성사되고 채용을 결정하더라도 마음 놓을 수 없다. 출근 날짜까지 잡아놓고도 잠수를 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소규모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들이다. 채용사이트를 통해 손쉬운 지원이 가능해지다보니 아무 곳이나 일단 넣어보는 이들이 많아진 탓이다.

취업이 어려운 구직자 입장에서 우선 모수 자체를 많이 만들려는 노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원하는 회사명이나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정도는 알고 이력서를 제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때론 메일 수신란에 여러 회사들을 한꺼번에 넣는 지원자도 있다. 실수겠지만 이 경우 모든 회사에 동일한 내용의 자기소개서를 보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청년 취업준비생들은 구직난을 호소하는데 에이전시 업계는 구인난이 심각하다 말한다. 기업에 따라 지원자 자체가 적은 경우도 있지만 서로간 니즈가 부합되는 인력을 찾아낸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상당수 의견.

우선 기본 소양이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지원자들이 있다. 면접 노쇼는 겪을 때마다 가장 어이없게 느껴지는 사례다. 중간에 마음이 바뀌어 못 오게 될 수는 있어도 연락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매우 크다. 잠적 대신 연락을 선택한다면 서로 깔끔하게 정리된다는 조언이다.

어쩌다 굉장히 마음에 드는 지원자를 만나도 고민은 깊어진다. 회사에서 줄 수 있는 연봉에 만족 못할까봐 그렇다. 디지털 에이전시를 운영 중인 ㄱ 대표는 “신입인 분들도 요즘은 최저연봉이나 포괄연봉 등의 체계를 잘 알고 요구하는데 사실 중소기업에서 이를 맞춰주기가 쉽지 않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경력의 경우 최종 연봉이나 조건 협상이 결렬되면서 채용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때가 있다. 힘겹게 마음에 드는 인력을 찾았지만 조건을 맞춰주지 못해 보내야 하는 마음은 못내 안타깝다.

때로는 신입이 상당히 높은 연봉을 불러 당황스러움을 안기기도 한다. 경력도 아니고 아직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지 예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배들을 뛰어넘는 연봉을 주기는 어려운 일이다.

적정한 연봉 수준에 대한 구직자와 회사의 생각이 엇갈리면서 벌어진 간극은 최근 트렌드와 결합해 구인을 보다 어렵게 하고 있다.

워라밸 직격탄 맞은 에이전시

사회 전반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업무 강도가 높다고 알려진 업종이나 회사는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특히 에이전시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PR회사 ㄴ 대표는 “일부 대형 회사 외에 중소 PR회사는 박봉에 일도 너무 많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교수들에게 들은 바로는 무조건 인하우스(일반 기업)만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들었다”고 했다.

다른 PR회사 임원 ㄷ 씨 역시 “예전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그래도 유입됐었는데, 에이전시 업계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워라밸을 위한 처우 개선에 힘써도 부족한 측면이 있어 우수한 인재들은 대부분 클라이언트(인하우스)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 대학 광고홍보학과에 재직 중인 ㄹ 교수는 “광고회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예전에는 광고회사에서 일, 야근 때문에 동기들을 못 만나는 게 오히려 프라이드처럼 작용했다면, 요즘은 전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는 곳은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소위 ‘자발적 실업자’도 자주 보게 된다. 10여명 안팎 규모의 에이전시 대표 ㅁ씨는 “면접을 보고 채용이 결정이 됐는데 생각을 바꿔 다른 직장을 준비하겠다는 구직자들이 종종 있다”며 “다니다가 얼마 못가 그런 결정을 하는 친구도 있다”고 했다. 취업이 안 되다보니 무직 상태로 있는 것보다는 일단 어디라도 들어가는 게 낫다는 마음에서 입사했다가 쉽게 돌아서는 케이스다. 개인 가치관에 따른 선택을 손가락질할 수는 없지만 회사나 대표 입장에서 채용에 다시 돌입할 부담을 생각하면 쓴맛이 다셔지는 건 사실이다.

회사는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을 뽑길 원하지만 현실적 이유로 입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는 회사를 기피하고, 안정적 기반이 잡힌 회사를 선호하는 건 전반적 흐름이나 이와 상충되는 듯한 현상도 포착된다. 최근 들어 스타트업 취업이 마치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으면서다. 광고회사 ㅂ 대표는 “과거에는 광고회사로 흘러들어오던 창의적 인재들이 이제는 스타트업을 찾는다”며 “스타트업이 이곳보다 안 힘들지는 않을 텐데, 구직 후순위에 밀리는 상항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 자체가 청년들에게 비전을 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라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청년들이 스타트업이란 이미지에 환상을 갖고 들어오지만, 체계적이지 못한 시스템에 실망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입사하는 것이지만 막상 현실에 닥쳐보면 생각 이상의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력 이탈이 잦다보니 채용에서 해당 지원자가 얼마나 오래 끈기를 갖고 일할 수 있는지도 평가의 주요 요소가 된다. 한 스타트업 대표 ㅅ씨는 “채용시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지원자들과 본인이 부족하기에 조금 부족한 회사를 찾은 지원자로 크게 나뉘곤 한다”며 “우리 역시 회사를 키워가는 과정이기에 조금 부족한 분들이더라도 안정적으로 오래 다니면서 회사를 백업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정말 실력 있는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경우라면 조건이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조율한다는 설명이다.

최고난도 경력수급

신입 채용보다 더 어려운 건 경력직 채용이다. ㄴ 대표는 “대학을 막 졸업한 신입들은 그래도 조금 수급되는데, 괜찮은 경력자는 진짜 기근”이라며 “채용사이트에 올리거나 헤드헌팅 업체를 통하더라도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를 키워낼 여력이 많지 않아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경력을 선호하게 되는데, 문제는 다수의 다른 기업들도 사정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또 에이전시에서 어느 정도 커리어를 쌓은 이들은 이직 범위를 보다 넓혀서 보곤 한다.

디지털 에이전시 ㅇ 대표는 “연차가 쌓이면 현업 지식이 많이 올라가면서 더 좋은 회사로 가는 기회가 열리는데, 대행사에서는 대부분 인하우스로 많이 가려 한다”며 “우리 회사도 2년 정도 되면 이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듯한데, 마치 이직을 연봉을 올리는 정규 과정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력직 채용이 어려운 과정이긴 하나, 이때도 걸러지는 지원자들은 있다.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로만 경력이 채워지거나, 이직이 너무 잦은 사람들은 꺼리게 된다. PR회사 ㅈ 대표는 “경험상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만을 전전한 친구들은 업무 안정성이 떨어지고 허드렛일만 하는 스타일인 경우가 많았다”며 “계약직으로 시작할 수는 있지만 정규직 전환 없이 때 되면 옮겨 다닌 사람들은 아무래도 경계하게 된다”고 말했다.

광고회사 ㅂ 대표는 “너무 잦은 이직은 추천하지 않는다”며 “5년차인데 다닌 회사는 3~4군데라면 경력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력 중간에 공백이 길어지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ㅈ대 표는 “가장 선호하는 건 커리어가 이음새 없이 쭉 이어지는 인력”이라며 “경력이 중간에 뻥 비거나 흔적이 없는 지원자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채용 과정에서 경력 내지 연봉 부풀리기는 생각보다 쉽게 잡아낼 수 있다는 전언이다. 가장 간단하게는 전 회사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거나, PR 분야일 경우 출입했던 기자나 임원 등에게 크로스체크가 가능하다.

직장인 아닌 직업인 원해

구직자와 구인자 사이 미스매칭은 하루 이틀 만에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구직자는 연봉과 처우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자원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들은 인력에 소요되는 고정비용이 느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주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괜찮은 인력이 수급되지 않는다면 업 생태계 자체가 희망적일 수 없다. PR회사 임원 ㄷ 씨는 “(구직자들이) 연봉이나 처우, 시스템 등 여러 면에서 대기업을 선호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어차피 평생직장이 없는 시대라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어떤 ‘직업인’이 될 지가 중요하다. 에이전시가 좋은 직장이 아닐 수 있지만 좋은 직업인으로는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대표 ㅅ 씨도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면 배울 수 있는 좋은 사수가 있는 회사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업에 관심이 있다면 본인이 지원하는 회사가 어떤 프로젝트들을 수행했고 그 상품이나 결과물이 어떤지 등을 나름대로 보고 갈만한 곳인지 판단하면 좋을 듯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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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ㄴㅇㄹ 2019-06-08 17:25:19
풉ㅋ
채용공고 복붙질 하지나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