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 1인 방송, 늘고 있는데 가이드라인이 없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1인 방송, 늘고 있는데 가이드라인이 없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9.03.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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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영상 출연해 투자 자문, 증권사 “개인의견일 뿐 책임 없어”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유튜브 채널에서 주식시장 전망을 분석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유튜브 채널에서 주식시장 전망을 분석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주식투자를 오래 하신 분이면 이 종목, 어느정도 친숙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본격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평가된 종목은) OOO을 보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여러 종류의 마스크팩이 라인업 되어 있다 보니까 스테디셀러가 많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증권사들이 유튜브 채널을 경쟁적으로 강화하면서 애널리스트나 PB(Private Banker)들이 방송에 직접 출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주식 동향과 종목을 분석하며 투자자문을 해주지만 회사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황이다. 투자 결정에 대한 책임도 증권사가 지지 않아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기업미디어 활동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증권사들도 유튜브를 통한 직접 커뮤니케이션으로 투자자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2년 새 부쩍 늘어났다.

키움증권은 유튜브에서 전문가와 실시간 상담 코너를 만들어 고객의 궁금한 시황이나 향후 주가흐름 등 다양한 고민들을 풀어준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매일 오전 7시30분 유튜브를 통해 오전 회의 현장을 생중계하고 각 분야의 연구원들이 직접 나와 주요 이슈를 짚어준다.

이밖에 NH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유튜브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시황 설명부터 이슈 분석, 운용 보고서까지 골치아픈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니 고객들의 호응이 좋다. 읽는 리포트는 문구 자체도 어렵고 시대에 뒤처지니 보는 리포트로 전환하는 추세다.

영상 콘텐츠가 증가하는 배경에는 영업 기반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비대면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측면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87곳의 지점과 영업소 수는 지난해 9월 기준 1096개로 1년 만에 20여개가 줄었다.

문제는 애널리스트나 PB 등 영상 출연진의 투자 자문에 대한 책임을 증권사에서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 의견에 대한 사전 조율이나 증권사 차원의 가이드라인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A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본인이 분석한 리포트를 기반으로 알아서 시즌 전략 같은 걸 짜드리는 것”이라며 “문제되지 않도록 글로벌 흐름, 주식 동향 위주로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PB나 애널리스트 개인 의견이란 점을 영상에 항상 명시하고, 직접적인 투자 권유나 언급은 피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증권사들은 영상 초반이나 하단부 등에 ‘투자자 유의사항’을 넣는다. 

일례로 한국투자증권은 ‘본 방송에서의 개별 종목에 대한 추천, 매도, 매수의견은 증권사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닌 출연자 개인 견해이므로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의 판단입니다’라고 명시해 놓는다. 하나금융투자는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본 영상은 고객의 주식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고 언급한다. 

하나금융투자 유튜브 콘텐츠에 ‘본 영상은 고객의 주식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하나금융투자 유튜브 콘텐츠에 ‘본 영상은 고객의 주식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증권방송의 문턱이 한층 낮아졌지만 그에 대한 관리감독 그물망은 헐거워지고 있다.

증권사에서 제작·배포하는 영상은 원래 ‘투자 광고’로 분류돼 금융투자협회의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했다. 최근에는 워낙 많은 증권사들이 영상을 제작하다보니 투자 광고가 아닌 애널리스트의 ‘투자 의견 제시’로 분류해 증권사 내부 심의만 통과하면 유튜브 채널에 올라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주식커뮤니티에선 애널리스트 출연 방송은 믿을 게 못된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추천종목들을 무턱대고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투자자는 “유튜브나 방송의 애널리스트 추천종목들을 조심하세요. 그냥 참고만 해야지 저 같은 초보자가 무턱대고 샀다가는 코 깨지는 수가 있어요. 그 사람들 추천주가 사람들이 몰려서 올라가는 수도 있는데, 대부분은 깨지는 수가 많아요”라고 지적했다.

동영상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면서 영상 콘텐츠로 투자자들과 소통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이다. 방식이 바뀌는 만큼 진행 과정에서도 투자자 보호 장치가 더욱 강화돼야 부작용이나 역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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