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가 몰고온 3월의 새바람
주주행동주의가 몰고온 3월의 새바람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9.03.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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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와 거리 좁히기 나선 주요 기업들
주요 대기업 전자투표 도입, 주총서 CEO와 질의응답 나누기도
국내에서도 주주행동주의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이 주주와 거리 좁히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주주행동주의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이 주주와 거리 좁히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주주들이 PC나 모바일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를 채택한 대기업은 소수였다.

상장회사의 약 59%가 전자투표제를 시행함에도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다. 작은 회사들의 경우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주총 자체가 무산되는 상황이 왕왕 발생하기에 한 표라도 더 모으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조금 풍경이 달라졌다.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전자투표 도입을 선제적으로 들고 나왔다.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글로비스, 신세계, CJ, SK하이닉스, 한화케미칼 등 국내 유력 대기업들이 주주권익을 강화하겠다며 도입을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주주행동주의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주주와 거리 좁히기에 나선 일련의 행보들이다.

신세계는 그룹 내 7개 상장사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CJ는 지난해 CJ대한통운·CJ씨푸드 등 일부 계열사에 적용했다가 올해 지주사와 CJ제일제당, CJ CGV 등 주요 3개사로까지 확대했다.

포스코는 올해 전자투표제 도입과 함께 배당금을 늘리는 방법으로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기도 했다.

아직 각사 전자투표 참여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시가총액 30위권 내 대기업(민간기업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던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의결권 77만주를 추가로 확보한 바 있다.

전자투표를 진행할 수 있는 한국예탁결제원 K-eVote 홈페이지.
전자투표를 진행할 수 있는 한국예탁결제원 K-eVote 홈페이지.

참여 독려는 주로 주주총회 소집통지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개인 신용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때문에 기업이 주주의 휴대전화 번호나 이메일, SNS 정보를 직접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정도만 알 수 있다. 다만 증권사를 거쳐 얻는 건 가능하다.

CJ 관계자는 “소집통지서로 주총 일정과 전자투표 도입 등을 안내하고 있다”며 “원래 주식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들에게만 통지서를 보내도 되지만, 한 주만 갖고 있더라도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SK텔레콤은 주주들과 대면하는 자리 형식을 파격적으로 바꿨다. 주주와 적극적 소통을 통해 우호적 관계 형성에 나서기 위해서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올해 주총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표대결을 벌여야 하기에 주주와 소통 방식 개선에 특별히 신경을 쓴 모습이다. 지난 2월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 주관 ‘투자자의 날’(Investor day)을 열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도 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올해 주총을 구술식 영업보고에서 벗어나 CEO와 4대 사업부장이 직접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이메일 주소가 확보된 주주들을 대상으로는 약 15페이지 분량의 초대장 및 주주서한을 보냈다. 경영성과와 사업비전, 재무현황 등을 상세히 담아 미리 주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기존에 한문으로 어렵게 작성된 정관도 모두 한글로 바꾼다.

주주친화 정책을 들고 나선 기업들의 행보는 결국 국민연금이나 행동주의 펀드들의 적극적 주주 제안과 맞물려 있다. 기존엔 거수기 역할을 하던 국민연금이 적극적 의사를 표시하기 시작했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제안은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이들과의 여론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주주와의 적극적 소통이 필수가 된 것. 보다 설득력 있게 주주들에게 다가가고, 참여의 폭을 넓히는 움직임 덕에 이번 3월이 주주권익과 투명성이 강화되는 하나의 분기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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