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에 통하는 콘셉팅 전략
Z세대에 통하는 콘셉팅 전략
  • 이승윤 (seungyun@konkuk.ac.kr)
  • 승인 2019.03.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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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의 디지로그] 에어리를 미국 10대 ‘인싸템’으로 만든 캠페인

[더피알=이승윤] 섹시한 모델들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빅토리아 시크릿이 2016년을 기점으로 매년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가장 사랑받는 속옷 브랜드로 꼽혔던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가 빅토리아 시크릿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섹시한 몸매에 어울리는 속옷’이란 콘셉트에 큰 저항감을 갖는 것이 어려움의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빅토리아 시크릿류의 브랜드인 갭, 아베크롬비, 제이크루 등도 비슷한 이유로 Z세대에게 외면 받고 있다.

한때 미국 10대들의 교복으로 통하던 아베크롬비앤피치. 섹시 콘셉트라는 브랜딩 전략 아래 역삼각형 가슴과 초콜릿 복근을 가진 모델을 이용한 캠페인을 적극 펼친 이후 오히려 10대들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매출이 곤두박질쳤고 지금은 브랜드 자체를 매각하려는 시도가 있을 정도로 입지가 좁아졌다.

10대는 왜 그들이 사랑했던 핫한 브랜드들의 구매를 멈췄을까. 가장 명쾌한 설명은 10년 전 10대와 지금의 10대가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어려움을 겪는 브랜드들은 공통적으로 Z세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모델 OUT

지금은 과거의 일방통행식이 아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시대다. 브랜드 전문가들은 기업 주도의 브랜딩 전략이 아니라 소비자와 적극 소통하고 함께 걸어가는 느낌을 주는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과거의 소비자들은 희소성 있는 브랜드, 전통 있는 브랜드, 그래서 남에게 자랑할 수 있는 브랜드를 원했다. 전통적 소비자들은 ‘내가 이 제품을 구매하면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중요시했다. 그래서 제품 자체의 품질이나 화려한 이미지 등으로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브랜드라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했다. 그런 이미지를 정교하게 만들어가는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브랜딩을 하던 시기였다.

지금의 Z세대는 자신을 중요시하는 것(Me-generation)을 넘어서 중심에 두고 싶어(Me-centric) 한다. 남의 시선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스스로가 중요하고, 내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내가 소유했을 때 나만의 특별함을 드러내는 것을 찾는다. 이 브랜드가 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잘 담아내는 진짜 브랜드인가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그들은 나와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브랜드를 사랑한다.

이제는 고객과의 ‘연결’이 브랜딩 전략의 핵심적 역할을 할 때다. 즉 콘셉팅(Concepting)이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과거에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그것에 좋은 이미지를 넣는 브랜딩 전략이 더 중요했다. 지금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기업이 원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없다. 소비자 마음을 읽어내고 그들을 사로잡는 소비자 중심의 콘셉팅 개념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채널의 증가로 매체가 다양해지고 힘의 균형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넘어갔다. 이제는 소비자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다. ‘저 제품은 내 마음을 읽어내는, 나와 결이 같은 브랜드야’라고 소비자 스스로 이야기하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일방적으로 기업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형태로 서로 대화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다듬어가는 것이 요구된다. 좋은 제품 이미지를 만들어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심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마음과 브랜드의 강점을 잇는 콘셉팅이 갈수록 중요해질 전망이다.

에어리는 포토샵 보정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Z세대가 열광하는 속옷 브랜드가 됐다.
에어리는 포토샵 보정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Z세대가 열광하는 속옷 브랜드가 됐다.

미 10대와 연결된 에어리

콘셉팅의 좋은 예가 요즘 미국 10대들의 ‘인싸템’으로 떠오른 에어리(Aerie)다. 에어리가 Z세대가 열광하는 속옷 브랜드가 된 건 2014년 전개된 ‘에어리얼(Aeriereal, 에어리의 진짜 모습)’이라는 마케팅 캠페인 때문이다.

에어리는 디지털 세상을 주도하는 10대, 20대들의 취향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Z세대라 불리는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젠체(있어 보이는 체)하고 가식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반감을 보인다는 것을 읽어냈다. Z세대는 빅토리아 시크릿이나 아베크롬비앤피치가 멋져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진짜 모습을 반영해주는, 그들과 결을 같이 하는 브랜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에어리얼 캠페인은 몇 가지 원칙을 갖고 움직였다. 우선 진짜 우리 타깃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자 했다. 광고 사진에 포토샵을 활용한 그 어떤 형태의 이미지 변형도 주지 않았다. 다소 아마추어 같아도 가능한 찍힌 그대로의 사진을 사용했다. 또 마르고 늘씬해서 보통의 10대 소녀들과 동떨어진 모델들은 쓰지 않았다. 각종 이미지에는 광고의 브랜드 콘셉트가 의미하는 해시태그 에어리얼(#Aeriereal)을 달아서 Z세대가 좋아하는 다양한 SNS 플랫폼에 적극 노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0대를 주축으로 수많은 젊은 여성이 이 캠페인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브랜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미국 10대들은 에어리 속옷을 구매하고 그들이 에어리 속옷을 자연스럽게 입은 모습을 #Aeriereal과 함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채널에 올리며 에어리 팬임을 인증했다.

에어리 캠페인은 Z세대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어필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모범 사례이다. 기업이 주도하는 일방향적 브랜딩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끊임없이 그들에게 다가가는 콘셉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한 발 앞서 보여줬다. Z세대의 마음을 흔드는 차세대 브랜드는 Z세대와 교감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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