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가 마케팅의 새로운 거점이 되고 있다
동네가 마케팅의 새로운 거점이 되고 있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9.03.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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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을 통해 연결되는 이웃…동네잡지도 속속

[더피알=조성미 기자] 동네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저 내가 머물며 살아가는 지역에서 내가 지켜야 할 이야기가 있는 마을로. 렇게 동네를 기반으로 살아가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동네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응답하라 1988’은 사람들이 흔히 정겹다고 말하는 동네 골목을 배경으로 했다. 골목 평상에 앉아 먹을 것과 이야기를 나누고 바쁜 일이 있을 땐 옆집에 아이를 맡겨놓는다. 또 내 집 앞만이 아니라 우리 골목을 함께 청소하고, 소위 숟가락 개수까지 아는 관계다.

그 시대에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고 말할 만큼 물리적 거리의 가까움으로 이웃이 됐었다. 하지만 더이상 사람들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우리 동네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웃을 말하는 데 심리적 거리가 더 중요해졌다. 디지털 세상이 되며 온라인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들과도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사는 곳과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나와 관심사가 비슷하고 대화가 통하는 이들과 주로 관계를 맺고 산다.

그리고 2019년 현재는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통해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물건을 찾아낼 수 있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런 수요와 공급의 매칭이 내 주변, 가까운 곳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실례로 중고나라는 지난 1월 앱을 전면 리뉴얼하며 우리동네 서비스를 시작했다. 상품검색과 거래에서 내가 사는 동네나 학교, 회사 등 특정 지역이나 집단으로 좁혀서 상품을 찾고 거래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고나라의 장점은 원하는 물건이 무엇이든 있고 올리면 바로 팔리는 방대한 데이터”라며 “이는 전국에서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원거리 거래자들 사이에서 택배사기가 종종 발생해 이 점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동네 원데이클래스 플랫폼 ‘솜씨당’ 역시 내가 선택한 지역이나 내가 있는 위치에 따라 클래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한다, 솜씨당컴퍼니 측은 “솜씨당에서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오프라인 공방에서 배우는 새로운 취미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보니 지역을 좁혀 연결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보고 맘에 드는 취미를 찾아 그 안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당신 근처의 중고 직거래 ‘당근마켓’이나 지역 기반 반려동물 돌봄 플랫폼 ‘반달’ 등 가까운 곳에서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를 찾아주는 서비스들이 늘고 있다.

생활 속에서 만들어지는 핫플레이스

도시의 핫플레이스는 교통이 편리한 곳에 만들어졌다. 강남역이나 홍대와 같이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오기에 좋은 곳을 중심으로 거주공간과 동떨어진 대규모 상업지구로 형성됐다.

그런데 요즘 핫플레이스들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생겨난다. 연남동이나 성수동 등 골목 문화가 존재하는 지역에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그곳 문화를 가꾸며 성장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과 더불어 지역의 이야기를 담는 동네잡지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공유된 ‘성수동쓰다’
인스타그램에 공유된 ‘성수동쓰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는 부정기 마을잡지 ‘성수동 쓰다’가 있다. 성수도시재생 주민기자단이 기획해 2017년과 2018년에 각 3권을 펴냈다. 구두장인과 예술가 등 성수동에서 사는 이들의 모습과 오래된 가게에 담긴 비하인드스토리 등을 담는다.

2004년부터 성수동에 거주했다는 성수동쓰다의 원동업 편집장은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나 은퇴자, 자영업자를 비롯해 우리 모두에게 동네는 우리가 살아가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며 “모두가 함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성수동쓰다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하트인부산’ 여섯변째 이야기.
‘하트인부산’ 여섯변째 이야기.

2017년 11월 세상에 처음 나온 ‘하트인부산’은 이름 그대로 부산의 이야기를 담는다. history(역사), essay(에세이), architecture(건축), relation(관계), trip(여행)의 앞글자를 딴 하트에 in 부산을 붙였다. 하지만 잡지를 만들면서 in은 사람 인(人)이 됐다. 결국 도시를 지켜온 것도, 지켜나갈 주체도 사람이기에 부산의 역사와 문화와 사람을 담는다는 것이다.

문화에 관심 많은 청년들이 만드는 하트인부산은 구 단위로 돌면서 그 지역에 얽힌 역사나 장소를 담아 계간지로 발행된다. 때로는 동 단위로 살펴보기도 한다. 동네마다 주옥같은 이야기와 역사가 많고, 그곳이 누군가가 사는 거점이자 향수인데 그런 소소한 부분들을 그저 지나치고 싶지 않아서다.

김 편집장은 “타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산’은 그저 바다가 있는 곳, 제2의 수도, 제1의 항구 도시와 같이 두루뭉술하지만 진짜 부산의 매력을 알려면 동네를 알아야 한다”며 “사람마다 자신의 정체성과 역사가 있듯 각 동네가 가진 ‘이바구’들을 기록해 소중히 간직하고 또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당10번길의 네번째 이야기 짱구슈퍼. 인스타그램 @the_present_world
사당10번길의 네번째 이야기 짱구슈퍼. 인스타그램 @the_present_world

‘사당 10번길’은 사당역 10번 출구에서 걸어 들어오면 있는 가게들이 모여 만든 ‘이름’이고 ‘거리’이며 ‘모임’이다. 동네잡지 사당 10번길을 쓰는 김현정 편집장이 2018년 큐레이션 서점 ‘지금의 세상’을 열면서 주변 상인들과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는 마음에 모이게 됐다.

사당 10번길이라는 이름은 거리를 살리는 데 마음을 보탠 12명의 상인들이 모인 첫 회의에서 나왔다. 각자의 가게를 소개할 때 ‘사당역 10번 출구로 나와서 직진 후 좌회전 혹은 우회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고 짓게 됐다.

지난 5월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5호까지 배포됐다. 김현정 편집장은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단순히 일을 끝내고 돌아와 잠을 자는 공간이 있는 곳 정도로 ‘동네’ 개념이 약해지고 있다”며 “특히 사당역은 유동인구가 많음에도 즐길 문화가 없어 다른 동네로 놀러 가야 하는 것에 큰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또 “서점에서 수업이나 공연, 모임 등을 진행하며 사람들이 드나들며 익숙해진 얼굴들끼리 동네에서 인사를 나누곤 한다”며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외로운 삶에 사람의 정, 냄새가 흐르는 공간을 든든하게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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