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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경영권 상실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경영권 상실
  • 문용필, 안선혜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3.29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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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
오너리스크 이어진 상황서 무리한 사내이사 연임안 화불러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뉴시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뉴시스

 사건 요약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됐다. ‘땅콩 회항’ 등 몇 년간 이어진 한진 오너가의 갑질 논란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상황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주총 참석 주주의 2/3이상 동의를 받아야 사내이사에 선임되는데 조 회장은 이에 못 미치는 64.1%의 동의를 받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다만, 29일 열린 한진칼(대한항공 지주사)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이 내놓은 이사 자격 강화안이 부결됐다. 해당 안은 횡령·배임 혐의로 금고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를 결원으로 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조 회장의 최측근인 석태수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면서 대한항공에 대한 조 회장의 지배력은 유지됐다는 평가다. 

이슈 선정 이유

대기업 오너가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을 상실한 것은 국내에서는 극히 드문 케이스다.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반복적 오너리스크가 주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수탁자 책임원칙)가 이번 사안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주총을 앞둔 기업들의 사전 대비도 요구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대주주이다.

주목할 키워드

오너리스크, 주주총회, 스튜어트십 코드

전문가 코멘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연합 재별개혁본부 국장

박상인 교수: 이번 사안에서 주주행동주의 영향은 없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도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오너일가의) 지속적인 갑질, 조 회장이 횡령과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문제, 그리고 일련의 사건으로 인한 기업이미지 실추였다. 한진가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하게 만들었다. 국민연금이 찬성이나 기권했다면 연임에 성공했을 텐데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은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 기관투자자들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코너에 몰렸다.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회사 내부 이사회나 주총에서 (리더십에 대한) 견제가 없었다는 이야긴데 조 회장은 거만하게 밀고 나갔다. 사실 조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굳이 유지할 필요는 없었다. (그룹 지배력이나) 영향력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연임을 포기했다면 많은 문제를 피해갔을 텐데 공연히 화를 자초했다.

성태윤 교수: 경영권을 갖고 있는 대주주라 해도 상황이 나빠지면 충분히 견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여줬다. 경영진들이 향후 어떤 성과를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

국민연금이 스튜어트십 코드를 활용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본다. 보건복지부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연임반대를) 결정했는데 개별기업 이슈에 정부 위원회가 나선 것이다. 연금이 엄청난 투자자라는 점에서 향후 기업들의 (자율적) 행동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논의를 통해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

양지환 연구원: 사실 대한항공은 특이 케이스다. 이사 선임 건은 보통 일반결의(참석주주 과반수 찬성 시 통과) 사항인데, 대한항공은 특별결의(3분의 2 찬성)로 돼 있었다. 웬만한 기업들은 우호지분을 30% 이상 갖고 있어서 이런 상황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주주가 주총에 모두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70% 선 정도로 생각하면 35% 이상만 우호지분으로 확보해도 된다.

다만 올해부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기관들도 많이 참여하면서 주총에서 주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 사회적 이슈가 된 사안은 제외하더라도, 미국 국적인 딸(조현민 씨)이 진에어 등기임원을 맡아 국토부 제재를 받은 건 등은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된 듯하다. 제재 기간 동안 신규 항공기 도입이나 신규 취항이 어려워졌고, 그로 인해 진에어가 다른 LCC(저비용항송)에 비해 외형 확장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아직 결과는 안 나왔지만 조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배임, 횡령 건도 있다.

이번 사례는 지분을 많이 가진 오너라도 경영상 귀책사유가 발생하면 경영일선에 물러날 수 있는 점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국민연금이나 외부 기관에서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기업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을 듯 하다.

권오인 국장: (오너)일가의 갑질 논란이 기업과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했고 대한항공의 이미지나 주가에도 좋지 않게 작용했다. 그룹 전체에 미치는 가치훼손이 커지면서 주주총회에서 반대세력이 커졌고 결국 연임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오너가 잘못된 경영을 해도 견제할 수 없는 지배구조 때문에 개선이 쉽지 않았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의) 이런 취약한 지배구조나 오너리스크를 경계한다. 앞으로는 오너일가와 상관 없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임원들이 포진하고 독립적 의결이 가능한 지배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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