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비밀은 없다, ‘인성리스크’도 관리하자
세상에 비밀은 없다, ‘인성리스크’도 관리하자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9.04.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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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승리 게이트’로 K팝까지 불똥…정치인·오너가 등 공인 도덕성 면밀히 살펴야

“좋은 평판 쌓는 데는 20년 걸리지만 그것을 잃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

[더피알=김광태] 투자의 귀재 워린 버핏의 말이다. 이 이야기가 2019년 4월 대한민국에서 다시 한 번 현실이 되고 있다.

빅뱅 전(前)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가 지난 3월 15일 새벽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빅뱅 전(前)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가 지난 3월 15일 새벽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글로벌 스타 빅뱅 멤버 승리의 성 접대 의혹이 가수 정준영의 몰카 공유 파문으로 번지면서 그의 소속사 YG가 직격탄을 맞았고 잘 나가던 K팝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외신들은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전 세계 모든 언어로 이 소식을 타전했다.

로이터는 “완전히 쓰레기네요. 빅뱅의 팬이었던 것이 후회스럽다”는 한 영어강사의 말을 인용했다. 인도네시아의 한 신문은 ‘이젠 범죄자 변태 아이돌과 이별할 때’라는 칼럼까지 실었다. 심지어 말레이시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순방보다 승리와 정준영 스캔들을 더 비중 있게 보도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공들여 다듬어온 K팝의 글로벌 브랜드가 순식간에 망가졌다. 회복 가능성을 점치기 힘들 정도다.

그동안 K팝 스타들은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어왔다. 동양권의 매력적인 외모, 탁월한 재능, 흡인력 있는 카리스마,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노래와 칼군무는 전 세계인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더이상 팝의 언어는 영어가 아니다”고 할 정도로 극찬이 쏟아졌다. 평생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일을 한 입장에서 봐도 잘 나가던 K팝이 된서리를 맞게 된 모양새는 참으로 애석하다. 

이번 사태의 주요인은 소속사에서 아이돌 멤버를 가수로만 보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시장 논리로 보면 아이돌 한 사람 한 사람이 상품이다. 그것도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최상품이다. 관리를 제대로 못해 불량품이 된다면 한순간에 인기는 물거품 되고 팬들은 가차 없이 그 곁을 떠난다. 그렇기에 사람이 상품인 경우 인성만큼 중요한 게 없다.

특히 요즘 아이돌 팬들은 노래와 춤 실력, 훌륭한 비주얼만으로 선망하지 않는다. 자기 일을 사랑하며 공인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성도 훌륭하다고 믿기에 ‘나의 스타’로 받아들인다. 실제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는 연예인들의 공통점은 철저한 자기관리로 좋은 평판을 유지해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는 데 있다.

항간에는 아티스트로서 창의도 북돋아줘야 하고 스타의 사생활도 존중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인성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어떻게 보면 다 핑계다. 우리 국악에서 판소리의 대가 명창들이 소리꾼 이전에 먼저 제자들의 인간 됨됨이부터 가르치는 것을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신영희 명창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좋은 예술을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성이 바로 잡혀 있어야 한다. 기본이 안 된 사람에게는 가르쳐도 소용이 없다. 소리도 잘하고 인간도 좋아야지 소리는 좋은데 인간이 그렇다는 말을 들어서는 소리의 숭고함과 오묘함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먼저 인간이 돼야 한다”고 했다. 참으로 몸에 좋은 쓴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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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투표로 선택되는 정치인도 종종 ‘인성리스크’가 불거지지만, 연예인과는 달리 짧은 선거철만 지나면 그럭저럭 잘 넘어간다. 다만 정치인의 경우 그 활동무대가 공적 영역이라는 점에서 인성리스크가 터지면 그를 지지했든 하지 않았든 대중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선거 때 정책 못지않게 개인의 도덕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기업 오너와 그 가족들의 갑질도 그들의 나쁜 인성에서 비롯된다. 돈이 있으면 법에 구애됨 없이 편히 살고 싶은 욕망으로 권력에 눈 돌리기 쉽다. 돈과 권력은 비윤리적인 요소로 인간을 나쁜 인성에 젖게 만든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지금은 디지털 기술이 만드는 초연결 사회다. 비밀이 보장되지 않는다. 쉬쉬해도 모든 것이 드러나게 돼 있다. 결국 따듯한 인성만이 리스크를 막는 유일한 처방이다. 좋은 인성으로 선한 기업이미지를 만들어 놓은 LG그룹 고(故) 구본무 회장의 선행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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