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의 ‘마지막 飛行’이 주는 의미
조양호 회장의 ‘마지막 飛行’이 주는 의미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4.08 16:2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토크] 잇단 ‘오너갑질’ 논란→경영권 위기→총수별세 비보
리더의 여론 감각 일깨우는 홍보팀 역할 중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미국에서 별세했다. 조 회장은 45년간 한국 항공·물류산업을 발전시켜왔지만 마지막 5년은 갑질 논란으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미국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조 회장은 45년간 한국 항공·물류산업을 발전시켜왔지만 마지막 5년은 갑질 논란으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향년 7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상실한 직후 들려온 비보라는 점에서 단순한 개인 이슈를 넘어 기업을 둘러싼 평판과 여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조 회장은 8일 새벽 미국에서 별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폐 질환을 앓아온 조 회장은 수술과 치료를 반복하다 최근 급작스레 병세가 나빠져 유명을 달리했다.

건강 악화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근 대한항공 주주총회 결과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달 대한항공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조 회장은 ‘타의에 의해’ 20여년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을 문제 삼으며 조 회장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기업평판 하락이 총수의 경영권 상실로 이어진 상징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해석이 분분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조 회장을 비롯한 한진가는 몇 년 동안 ‘갑질 논란’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을 시작으로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투척’, 그리고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고용인 폭언·폭행 이슈까지 더해지며 온 일가가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

국민연금이 ‘반(反) 조양호’의 이유로 꺼내든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 침해’도 잇단 오너가 갑질 사태에서 비롯된 여론 악화와 무관치 않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였다. “기업이 국민들로부터 호의를 잃으면 권력에 의해 문을 닫게 된다”는 말이 현실이 된 셈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들려온 갑작스런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은 또다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재계에선 내성적인 성격의 조 회장이 자신과 가족을 향한 사회적 비난, 그로 인한 경영권 박탈 후 심리적 압박을 상당히 받았고 건강 악화로 이어졌다는 시각이 많다.

결국 총수일가 개개인의 갑질 논란이 나비효과가 돼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흔든 것은 물론 조 회장 별세에까지 영향을 끼친 것이다. 지금 시대 여론은 그 어떤 권력보다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기업의 입과 귀가 되는 홍보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벌가 등 사회적으로 ‘갑(甲)’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도 넘은 언행은 오랫동안 관행이란 이름으로 묵인돼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갑질도 죄가 되는 세상이 됐다. 갑이 언제 어느 때 어떤 계기로 여론재판에 회부될 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어졌다.

이런 시대 변화를 인의 장막에 둘러싸인 리더가 제대로 알지 못할 때 ‘갑질리스크’로 돌출된다. 여론의 최전방에 있는 홍보팀의 역할이 더 막중할 수밖에 없다. 리더가 여론 감각을 잃지 않도록 직·간접적으로 조언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아가야 한다.

특히 최근엔 여러 기업에서 사회적 이슈와 결부한 이른바 ‘손주리스크’가 불거지는 시점이다. 기업위기로 확전되기 전에 홍보팀이 조기 진화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사회가 복잡해진 만큼 여론의 향배를 파악하는 안테나를 더욱더 높게 세우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때다.

비록 조양호 회장의 마지막 5년은 쓸쓸했지만 그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항공·물류산업을 발전시켜온 대표적 인물이다. 45년간 하늘길을 열었던 그의 마지막 비행(飛行)이 순탄했으면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창회 2019-04-08 18:57:25
정권의 희생양. 영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