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맷집을 키우는 방법 (1)
위기의 맷집을 키우는 방법 (1)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9.04.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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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여론과 언론은 다르다
양민석 와이지엔터테이먼트 대표이사가 지난 3월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강당에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양민석 와이지엔터테이먼트 대표이사가 지난 3월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강당에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뉴시스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더피알=정용민] 위기관리 현장에서 여러 케이스를 마주하며 반복적으로 깨닫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맷집’에 대한 가치다. 어떤 기업은 짧은 위기에도 휘청대는데, 어떤 기업은 폭풍 같은 위기에서도 꼿꼿하게 잘 견뎌낸다. 어떤 기업은 위기 시 내부적으로 패닉을 경험하는 반면, 다른 어떤 기업은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그 차이가 바로 맷집이다.

경영학 분야에서는 회복력(resilience)라고도 불리는 이 맷집은 위기 시 기업 스스로 시종일관 전략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맷집이 강하면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다. 위기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무리수를 두지 않게 되며 준비한 대로 실행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여유로움까지 보여줄 수 있다.

위기 시 맷집이 중요하다 하면 위기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 변화 자체를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생각할 수도 있다. 쏟아지는 이해관계자들의 질문이나 비판에 귀를 막고 돌아앉는 것을 상상하기도 한다. 이런 아랑곳하지 않음이나 소통단절은 맷집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패닉 증상이라 볼 수 있다. 맷집이 약해 바로 패닉에 빠져 버리면서 스스로 외부 자극으로부터 단절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필요한 맷집. 어떻게 해야 키워질까?

첫째, 많이 경험하라

권투나 격투기에서도 맷집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많이 맞아 보는 것이라고 한다. 단, 자신이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의 펀치와 킥을 여러 번 맞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무리한 맷집 기르기로는 원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골병만 든다.

위기관리도 그렇다. 경험은 가장 좋은 위기관리 역량이다. 같은 기업 내에서 일하는 임원들 중에서도 실제 위기를 여러 번 경험하고 위기관리를 해본 임원은 그렇지 못한 임원들 보다 훨씬 노련하다.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한 관점이 뚜렷하다. 프로세스를 알고 있기 때문에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문제는 위기관리 맷집을 키우기 위해 자꾸 위기를 만들어 봐야 하느냐는 점이다. 물론 그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를 시뮬레이션 형식으로 경험한다. 정기적으로 새로운 이슈와 주제를 가지고 위기관리를 실질적으로 시뮬레이션해 본다. 실제와 아주 유사한 간접경험을 반복하는 것이다.

군인들이 실제 전쟁터에 파병되거나 전쟁을 일으켜 보지 않았어도 적절하게 훈련돼 있는 것을 기억해 보자. 끊임없이 훈련을 통해 전투를 시뮬레이션 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 수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유명 미식축구 감독인 빈스 롬바르디는 이렇게 말했다. “연습이 완벽함을 보장하지 않는다. 확실한 연습만이 완벽함을 보장한다.” 맷집도 그렇다. 확실한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 맷집이 보장된다.

둘째, 정확한 여론관을 키워라

위기 때 경영진이 가장 낯설어하며 힘들어하는 것이 여론으로부터의 공격이다. 평소에는 여론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위기가 발생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폭포수처럼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여론을 감당하기는커녕 제대로 견뎌내지도 못한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당연히 정신적으로 패닉에 빠지고 이내 그로기(강타를 당해 비틀거리는 혼미 상태) 상태가 된다. 의식의 마비 속에서 무리수를 두거나, 준비되지 않은 실행을 산발적으로 벌이기 시작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엉망이 되고 상황은 더욱더 악화되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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