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온리 언론마크’ 시대, 홍보인의 새로운 관계 설정
저무는 ‘온리 언론마크’ 시대, 홍보인의 새로운 관계 설정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9.06.04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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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비대면 대언론홍보, 디지털 영향력자 관리
갈등심화 사회 마주한 장기 전략 필요…‘사회문제’에 직접 개입
홍보인의 대언론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 관계맺기 대상은 미디어 환경 변화로 더 복잡다단해졌다.
홍보인의 대언론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 관계맺기 대상은 미디어 환경 변화로 더 복잡다단해졌다.

[더피알=김광태] 언론을 바라보는 후배 홍보인들의 인식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관계 설정’이다. 예전처럼 언론을 갑의 위치에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1:1 대등한 관계로 보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을의 관점에서 보는 시선도 나타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디어 환경 변화로 개별 언론의 기사 변별력이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아졌고, 언론 스스로도 이제는 생존을 위한 ‘돈’이 어디서 나오고 있는지를 자각하면서 관계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기업 경영진들의 인식도 크게 달라져 이제는 매체에 일일이 대응해 부정 기사를 전부 차단하라는 요구를 예전만큼 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언론마크’에 골몰하던 홍보팀의 일하는 문화도 달라졌다. 대기업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로 개인 생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고 한다. ‘워라벨’ ‘소확행’ 등 사회 전반에 부는 새로운 트렌드와 함께 실질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언론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바뀌고 있다. 개인의 시간과 육체적 피로가 동반되는 면대면 커뮤니케이션 자리가 줄고 모바일이나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이 활성화됐다. 밤낮·주말 구분 없이 언론인을 대하는 힘듦에서 벗어나 나름 저녁이 있는 삶을 사는 모습으로 변모한 것이다.

그러나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생기기 마련. 대언론 스트레스가 줄어든 반면 새로운 생태계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그러면서 ‘관리 영역’도 새롭게 생겨났다. 미디어로 활동하는 개개인이 그 대상이다. 어떻게 보면 기자보다 더 어렵고 막연하다.

기업이나 정부보다 발 빠르고 과감한 실행 능력을 갖춘 개인들은 이제 정치·경제·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이들이 직업적으로 진화해 현재 소셜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인플루언서, 유튜버, 인스타그래머, 크리에이터 등으로 명명되는 디지털 영향력자들의 ‘입김’은 전통매체에 버금갈 정도다.

지금은 기업 마케팅 파트너로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향후 기업경영 관련 이슈에도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인 못지않게 신경 써야 할 존재다.

홍보팀의 또 다른 과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대립에서 기인한다. 특히 이념 갈등이 고조되면서 사회 전반에 걸친 양극화 현상이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확증 편향(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는 무시하는 경직된 사고방식) 현상은 계속해서 가짜뉴스를 만들어내고, 각종 소셜미디어로 유통되면서 불신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언론은 오히려 한술 더 떠 왜곡과 편파보도로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홍보하는 입장에서 가짜와 진짜가 교묘하게 뒤섞인 지금과 같은 환경에선 참으로 처신하기 어렵다. ‘내편 네편’으로 양분되면 합리적 설득은 애초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도 언론의 입장차가 확연히 달라 보수 미디어에게는 보수 취향에 맞게, 진보 미디어는 진보 진영에 맞게 논리를 펼쳐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복잡다단한 이런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홍보인들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커져가는 반기업 정서와 지속가능 경영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을 해소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홍보인도 ‘우리조직’에만 시선을 둘 게 아니라, ‘사회문제’에 직접 개입해서 공동체 전체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목표를 두고 기업가치를 높여나가는 활동을 기획,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시민기업으로서 소셜임팩트(social impact)를 이야기하는 글로벌 흐름과도 닿아 있다. 이 관점에서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서서 벌이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 운동은 좋은 본보기가 아닌가 싶다. 변화는 리더가 주도하지만 홍보실도 함께 선봉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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