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는 왜 ‘올림픽 채널’이 되고자 했을까?
JTBC는 왜 ‘올림픽 채널’이 되고자 했을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9.06.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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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중계권료·낮아지는 관심에도 과감한 행보
방송계선 미디어 환경 변화와 위상 제고 등 분석 나와
JTBC가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열리는 올림픽의 국내 독점중계권을 확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JTBC가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열리는 올림픽의 국내 독점중계권을 확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그간 지상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올림픽 국내중계권을 JTBC가 독점 확보함에 따라 방송계가 술렁이고 있다. 중계권료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반면 올림픽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점점 낮아지는 상황에서 JTBC가 과감한 행보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보면 좋은 기사: JTBC, 지상파 제치고 올림픽 중계권 획득

비 지상파 방송사가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으로 따낸 것은 한국 방송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케이블TV가 태동한지 20여년이 지났고 종편이 출범한지도 어느덧 9년째를 맞이했지만 그간 자본력이나 방송사 규모에 있어서 지상파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때문에 JTBC가 이번에 2026년부터 2032년까지의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한 것은 지상파 3사 뿐만 아니라 방송계 전체에서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 소유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리스크가 뒤따르는 법이다. 일단 IOC에 적지않은 중계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JTBC보다 덩치가 큰 지상파 방송사들도 치솟는 중계권료로 인해 그간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상파 한 관계자는 “(그간) 올림픽이나 월드컵 중계는 하면 할수록 적자였다”며 “(지상파 입장에서는 중계권을 통한) 수익창출이 이슈가 아니었다. 지상파의 공적책무가 있으니까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인기는 점점 식어가는 추세다. 올림픽에 대한 광고주들의 관심이 예전보단 덜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중계권료를 보전하기 위한 광고수익 창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기사: 포털은 왜 월드컵 생중계 포기했을까

수익을 내기위한 또 다른 방법은 다른 방송사에 이를 재판매하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불투명해 보인다. 지상파 3사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는 4일 발표한 성명에서 “무리하게 중계권을 확보한 속셈이 만약 지상파 3사에 중계권을 되팔아 차익을 얻으려는 것이었다면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지상파가 올림픽을 중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속내로 ‘올림픽 중계권 알박기’가 그 목적이라면 단언컨대 그 목적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또한, “JTBC는 방송권 비용절감을 위한 코리아풀 협상단 참여제의를 거절하고 단독으로 입찰에 응함으로써 범국가적 스크럼을 무너뜨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코리아 풀에 참여했다면 중계권료를 ‘십시 일반’할 수 있었는데 단독입찰에 나서 국부를 유출시켰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JTBC는 이날 ‘Q&A’ 형식의 자료를 내고 “지상파와 공동으로 중계권을 획득할 경우 인기 종목 위주의 중복 편성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IOC에 지급되는 중계권료에 대해서는 “계약 내용이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 정확한 액수를 밝힐 수는 없으나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했다”고만 전했다.

그렇다면 JTBC는 왜 적잖은 부담을 감내해가며 올림픽에 눈을 돌린 것일까. JTBC 측은 이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은 상황. 다만 방송계에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우선 현재 미디어 시장의 중심추가 방송에서 모바일을 위시한 온라인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뿐만 아니라 포털, 이동통신사, 여기에 OTT플랫폼까지 콘텐츠 확보를 위한 소리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에 중계권을 재판매 한다면 독점 계약으로 비싸게 산 의미가 없다. JTBC가 올림픽 중계권을 갖는 2026년이 되면 모바일 플랫폼 중계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 될 것”이라며 OTT플랫폼과 이통사, 포털 등에 대한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JTBC는 입장자료에서 “IOC는 올림픽 방송에 대해 ‘최대한 많은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노출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방송사 뿐 아니라 포털 사이트, 디지털 뉴미디어 플랫폼 등 모든 미디어에 문호를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림픽 콘텐트를 디지털에 맞게 가공해 제공함으로써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동시에 다양한 콘텐트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IOC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재는 갈등국면이지만 지상파에 대한 중계권 재판매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게 아니라는 시각도 나타난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 전문가는 KBS에 대한 중계권 재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국민 보편적 관심행사이기 때문에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중계를 못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코리아 풀’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전선을 펴고 있긴 하지만 과거 지상파 3사 간의 중계권 분쟁이 여러번 있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 로잔 올림픽 박물관에서 열린 중계권 관련 조인식에 참석한 홍정도 JTBC 대표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JTBC 제공
중계권 관련 조인식에 참석한 홍정도 JTBC 대표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JTBC 제공

올림픽 중계권 확보로 JTBC의 위상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전문가는 “JTBC가 올림픽을 중계한다는 체감이 드는 순간 (JTBC에 대한) 시청자들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JTBC도 (올림픽) 중계경험으로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최근 JTBC의 드라마 성적이 괜찮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올림픽 중계 이후 시청자들이 쏠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은 한 달간 다양한 종목에 걸쳐 진행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월드컵 등 여타 단일종목 이벤트 보다는 방송빈도수가 높은 편. 때문에 지상파에 익숙한 중·장년층도 올림픽을 시청하다가 자연스럽게 드라마나 예능 등을 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양윤직 오리콤 IMC미디어본부장도 “과거 미국의 폭스TV가 (스포츠 이벤트) 독점 중계로 위상이 상승했다. JTBC도 그럴 것”이라며 ”다른 예능이나 드라마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까지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중계해 본 경험이 없는 만큼, 시청자들이 만족할만한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종목에서 중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인력규모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외주제작사들도 합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JTBC는 입장자료를 통해 “다양한 경기를 중계하면서 제작과 중계역량을 확보했다”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월드컵 예선, LPGA 등을 예로 들었다.

또한, “스포츠 채널(JTBC3 FOX Sports)과 골프채널(JTBC GOLF)도 있어 이미 스포츠 중계에 있어서는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했으며, 올림픽 중계 경험이 있는 제작진을 보유하고 있다”며 “또한, 올림픽은 전 세계 주요 방송국들이 공히 올림픽 개최지의 국제방송센터 방송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중계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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