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누리 기사’로 SNS 사과한 위키트리, 사과마저 비판받는 이유
‘조은누리 기사’로 SNS 사과한 위키트리, 사과마저 비판받는 이유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8.0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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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입한 표현문구 곡해돼…사과문 표현도 도마 위
언론사 SNS 운영 가이드라인 준수 중요성 다시 한 번 일깨워

[더피알=강미혜 기자] 소셜뉴스 위키트리가 조은누리 양 관련 기사를 SNS에 공유하는 과정에서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페이스북 문구가 곡해되어 받아들여진 것이 발단이 됐는데, 이후 내놓은 사과문이 화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사과문을 발표한지 수일이 지났음에도 소셜 공간에서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 언론사의 ‘SNS 가이드라인’ 정립과 그에 대한 체화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사례다.

위키트리는 지난 2일 실종 열흘 만에 극적으로 발견된 조은누리 양 기사를 자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유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사를 소개하는 페이스북 멘션을 ‘엄~~~~마~~~~’라고 붙였다.

조은누리 양 관련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비판 받은 위키트리 게시물. 화면 캡처 
조은누리 양 관련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비판 받은 위키트리 게시물. 화면 캡처

문제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이 표현이 지나치게 가볍게 받아들여진 것. 온 국민의 간절한 염원 아래 생사의 기로 속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상황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댓글창에서 쏟아졌다.

더 큰 문제는 비판 여론을 마주한 위키트리 페이스북 관리자의 최초 대응이었다. 한 이용자가 페이스북 메신저로 다소 강한 투로 비판 의견을 전했는데, 관리자가 “엄마가 어때서요?”라고 대꾸한 것이다. 화난 이용자가 해당 대화 내용의 화면을 캡처해 댓글창에 남기고, 이를 관리자가 삭제하면서 순식간에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비난 여론으로 확전됐다.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자 위키트리는 문제가 된 페이스북 게시물을 삭제하고, 하루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합니다. 죄송합니다”며 관리자 이름으로 직접 사과문을 내놓았다.

‘엄~~~~마~~~~’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해당 관리자는 “조은누리양이 살아있는 것에 너무 기쁘고 또 의식이 있어 엄마를 만났다는 표현이다. 조은누리 양의(에 대해) 감정이입으로(해) ‘엄~~~~마~~~~’라고 불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한 뒤, 논란이 된 “‘~(물결)’표시가 즐거울 때만 써야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고 밝히며 머리 숙였다.

3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위키트리 사과문. 화면 캡처

하지만 여론을 진정시키려 한 이 사과문 자체가 또다시 비판을 낳았다. 표현 자체가 여전히 진중치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용자들은 조은누리 관련 다른 게시물에 ‘사과문을 올바로 적는 방법’에 대한 내용까지 댓글로 공유하며 위키트리의 미흡한 대처를 질타했다. 관리자가 최초 이용자 댓글을 삭제한 행위에 대한 힐난까지 더해지며 ‘위키트리 손절’ 분위기가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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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기준 해당 사과문 아래로 3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공유건수만 126개에 달한다. 의도가 어떻든 간에 위키트리 입장에선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진’ 셈이나 다름 아니다. 매체사의 공식 SNS 계정에 관리자의 ‘사견(私見)’과 ‘사감(私感)’이 들어간 듯한 응대가 여론 악화를 부추긴 꼴이 됐다.

더욱이 위키트리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 플랫폼을 통해 매체파워를 키워왔기에 SNS 공간에서 촉발된 이같은 비판 여론은 더욱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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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위키트리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사과문에 표현한 그대로 (조은누리 양이) 열흘 만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병원에 실려가면서 엄마를 만난 상황이라, 놀라면서도 반가운 조은누리 양 감정에 이입해 극적으로 표현하려던 것”이라며 “(관리자는) 정말로 물결표시가 부정적 상황에 부적절한지 몰랐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위키트리 SNS 운영은 다수의 기자가 맡는 시스템인데, 내부적으로 SNS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여러 사람이 운영하면서 본의 아니게 문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다소 연령대가 높은 기자가 응대하면서 SNS 문화를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문제를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면서 의도치 않게 이용자들에 불편한 감정을 안긴 것에 대해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SNS 운영에서 관리자 실수로 인한 구설은 전통미디어와 뉴미디어를 막론하고 종종 불거진 바 있다. 앞서 한겨레는 자사 페이스북상에서 오타를 지적하는 이용자들과 이른바 ‘싸질러 공방’을 벌여 논란이 된 바 있으며, 중앙일보 역시 적절치 못한 관리자의 댓글 하나로 ‘머리 숙여 사과’한 경험이 있다. SNS 운영자의 과도한 개입이 역풍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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