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감을 확보한다는 것
대세감을 확보한다는 것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9.08.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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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 1+1] 기존 생태계 파괴와 재구축, 모두 브랜드가 당면한 불편한 현실
백종원은 특유의 콘텐츠로 유튜브에서 단박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원충렬] 최근 유튜브 골드버튼과 실버버튼을 동시 언박싱한 유튜버가 있다. 백종원씨다. 유튜브는 구독자수 10만명을 돌파하면 실버버튼을, 100만명을 돌파하면 골드버튼을 유튜버에게 증정한다.

사실 그에 대한 열풍의 시작이 1인방송 포맷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이었던 걸 기억한다면, 유튜브 개설이 의외로 좀 늦은 감마저 있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유튜브에 최상위 포식자가 나타났다며 반가워했고, 개설 6시간 만에 구독자 30만, 3일 만에 100만을 넘겼다. 그러니 골드버튼과 실버버튼이 함께 배송된 것이다. 숫자를 넘어 속도로 파급력을 증명했다.

이 정보는 동료들과의 수다 중에도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건, 그게 어떤 콘텐츠인가에 대한 이야기 없이도 그저 개설했다는 것 자체가 화제였다는 점이다. ‘백종원’이란 대세 콘텐츠가 ‘유튜브’란 대세 채널을 만나게 되면 어떤 것들을 보게 될지는 이미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만으로 구독 버튼을 누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다시 보고 나니, 백종원씨와 유튜브는 기존 생태계를 파괴적으로 재구축해서 새로운 대세를 만들어냈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 등장의 전과 후가 다르다. 게다가 그 안에서 새로운 트렌드와 이슈들을 양산하며 영향력을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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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레시피로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단지 그 결과물로서의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식’(食)이라는 중요한 요소에서 새로운 경험과 의식의 변화가 동반됐다는 의미이다. 단순한 미식 트렌드를 넘어 혼밥이나 나심비와 같은 문화 현상들과 자연스럽게 공명한다.

유튜브는 또 어떠한가? ‘본다’는 행위의 의미가 그 대상인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는 걸 알게 됐다. 시청을 하는 시간과 장소가 달라지고, 시청하고 있는 자세마저 달라진다.

생산자는 또 어떤가? ‘GRWM’이란 단어는 구글코리아가 2019년 유튜브 트렌드로 꼽은 키워드다. ‘Get Ready With Me(같이 준비해요)’의 약자인 이 단어는 등교나 출근 전 씻고 화장하고 코디하며 나갈 준비를 하는 브이로그들을 말한다.

타인의 일상은 소수의 매니악한 콘텐츠가 아니다. GRWM의 조회수가 수백만을 찍고 있는 건 새삼스러운 광경이 아니다. 이와 같은 새로운 트렌드와 현상들이 유튜브 안에 가득하거나 새롭게 뿜어져 나온다. 그야말로 무엇을 파괴했는지도 모를, 파괴적 혁신들이 대세 채널 안에서 우글우글 양산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대세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 공식을 알기는 어렵다. 조건 변수들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지금 세상은 뿌려지는 정보나 변화하는 트렌드가 너무 많다. 그게 요즘을 살아가는 대체로의 인상이다.

여러 채널과 매체를 통해 계속 푸시해오는 것들로 느려터진 하드 드라이브 같은 뇌 용량은 이미 포화고, 캐시 메모리마저 비우지 못하고 계속 꽉 차가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한숨 돌리고,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최초 상기되는 몇몇 대세들을 떠올려보니 어떤 공통점들이 보이는 것도 같다. 경험이 혁신된다는 점이다.

잠시만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근래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갈등과 논의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주 첨예하고 복잡한 사안들, 누군가의 생계에서 누군가의 생활까지 서로 다른 깊이의 담론들을 포괄하고 있다. 이때 어떤 기사에서 본 한 인사의 ‘(특정) 승차공유서비스는 혁신이 아니다’는 날 선 발언에는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아마도 ‘승차공유서비스’의 가치를 폄훼한 게 아니라 ‘혁신’이라는 개념을 좁힌 것 같다. 그게 혹시 ‘기술적 혁신’의 범주였다면, 그게 다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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