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꺼리는 M·Z세대, 왜 ‘살롱문화’에 빠졌을까
대면 꺼리는 M·Z세대, 왜 ‘살롱문화’에 빠졌을까
  • 이지영 (leejyart@gmail.com)
  • 승인 2019.08.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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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s 눈] 아지트 찾아나선 언택터들
개인 삶 중시, ‘나 자신이 되는’ 경험 선호
유럽 살롱 문화를 재해석해 만든 취향관. 사진=취향관 홈페이지
유럽 살롱 문화를 재해석해 만든 취향관. 출처: 공식 홈페이지

[더피알 대학생 기자=이지영] Z세대와 밀레니얼로 표현되는 2030 세대에서 ‘살롱문화’가 알음알음 계속 퍼져나가고 있다. ‘전화주문이 부담스러워 배달을 못 시켜먹겠다’는 언택트(Untact)족의 대표주자인 이들이 대면 소통의 즐거움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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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문화는 17~18세기 프랑스에서 성행한 귀족이나 문인들의 사교모임이다. 300여년을 넘어 21세기에 구현된 살롱문화는 대저택 응접실을 의미하는 살롱 대신 곳곳에 자리한 ‘아지트’에서 펼쳐지고 있다.

주제도 지적인 모임에 국한되지 않는다. 독서, 영어회화, 운동, 음악, 글쓰기 등 ‘취향’이라는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대됐다.

합정동의 양옥을 개조한 취향관은 공간에서부터 뉴트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취향관 멤버들만을 위한 카페와 바, 작업실, 미디어실이 있는 곳으로, ‘우리들만의 공간’을 제공받는 셈이다.

나만의 창작물을 만들어보는 작업실 프로그램뿐 아니라 취향관 앞마당에서 영화와 술이 어우러진 취향의 정원 파티도 열려 사회초년생과 직장인들의 지친 일상 속 작은 쉼터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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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적 차원의 소모임도 활발하다. 홍대에 아지트를 두고 있는 영어회화 클럽 ‘던바이어스(done by us)’는 남녀 3명씩 6명의 소규모 그룹으로 운영된다.

일종의 영어 말하기 커뮤니티로, 일주일에 한 번 오프라인 세션 외에도 카카오 단체 채팅을 통해 데일리 미션을 수행하거나, 지정된 팀 멤버와 매주 다른 주제로 전화 통화하는 등 영어를 쓰는 환경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자발적 신청자들이 뚜렷한 목표를 갖고 모인 만큼 참여도 매우 열정적인 편이다.

던바이스 인스타그램.
영어회화 던바이어스 모임. 출처: 공식 인스타그램

모임 문화에 대한 밀레니얼에 선호도는 관련 비즈니스의 활성화로도 확인된다. 살롱문화의 시초격인 독서모임 트레바리는 4개월에 19~29만원의 적지 않은 회비를 내야함에도 불구하고 누적원이 2만5000명에 달한다.

또 동기 부여와 관련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열정에 기름붓기’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 회사에 멈추지 않고, 오프라인 모임 ‘크리에이 클럽’을 개설해 소셜살롱문화 전파에 일조하고 있다.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철학’, 화제가 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낯선 생각’, 자신의 경험을 글로 작성하고 공유하는 ‘나를 쓰다’ 등 총 8개의 소모임으로 구성된다. 다른 모임이 궁금하다면 ‘놀러가기’를 통해 10번 정도 참여할 기회가 제공된다.

3개월 단위 시즌제로 운영되는데 원하는 모임에 들어가고 싶다면 한 달 전부터 미리알림을 신청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이밖에도 살롱 문화를 PT(퍼스널트레이닝)에 결합한 버핏서울, 다노 등 다양한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모임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밀레니얼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개성과 취향이 뚜렷하고,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이들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가 아닌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 간 소규모로 밀도 깊은 소통을 지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경험과 같은 보이지 않는 가치일지라도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제공받을 수 있다면, 이들은 기꺼이 소비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세속적인 잣대로 평가받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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