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Talk] 조국 향한 실검 캠페인
[Pick&Talk] 조국 향한 실검 캠페인
  • 강미혜, 조성미, 안해준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8.30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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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가 되는 이슈를 픽(pick)해 다양한 관점을 톡(talk)하는 코너입니다. 기사 자체가 종결이 아닙니다. 아래 댓글란이나 더피알 페이스북(facebook.com/ThePRnews)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제시된 의견들은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반영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Pick

국내 포털사이트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놓고 대국민 여론전 장이 돼버렸다.

조국 후보자 지지자와 반대자가 두 편으로 갈려 조국 힘내세요 vs 조국 사퇴하세요라는 문구로 이틀간 실검 전쟁을 벌이더니 29일부턴 ‘가짜뉴스아웃’ ‘한국언론사망’ ‘법대로임명’ ‘보고싶다청문회’ 등 지지자를 중심으로 연일 실검 캠페인이 한창이다.

포털창으로 입력되는 검색어를 분석해 입력 횟수 증가 비율이 가장 큰 키워드를 순서대로 보여주는 실검의 매커니즘을 이용한 ‘온라인 선전’이라 할 수 있다. 소설가 공지영·이외수씨 등 저명 인사들도 개인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조국 응원에 대한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실검이 여러 부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우리사회 이슈를 반영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이런 ‘실검 캠페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8월 30일 오후 4시 기준 포털 다음(왼쪽)과 네이버 실검 순위 화면.
8월 30일 오후 4시 기준 포털 다음(왼쪽)과 네이버 실검 순위 화면.

Talk
 

한 마디로 ‘민주주의 과잉’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우리집 아이들에게 모든 의견을 다 얘기해 보라고 한다면, 자기 발언에 책임을 안 져도 되니까 여과되지 않은 온갖 말들을 쏟아낼 것이다. 그러면 엄마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사람이 된다. 세상을 보면 잘 사는 사람들 투성이인데, 아이들은 맥락 없이 자기 시선에서 보이는 것만 얘기할 테니 말이다.

이와 유사하게 지금 우리가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무언가를 이야기 하려면 최소한 커뮤니케이션 윤리라는 것을 갖춰야 한다. 즉 말에 책임을 져야 하고, 행여 그 말에 근거가 없거나 잘못된 점이 있으면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커뮤니케이션 윤리는 하나도 없고,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도 권리만 내세우지 아무도 의무는 언급하지 않는 기형적 모습이다. 

다른 나라도 다 그건 거냐? 아니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실검으로 사회이슈가 만들어지고 부각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 모두가 나서 세상의 부조리를 탓할 게 아니라 게임을 누가 만들어가느냐를 봐야 한다. 그 말인즉, 이런 (공분을 일으키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공급자가 누구인지를 직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시끄러운 논란에 파묻혀 매번 우리 사회는 놓치는 게 너무 많다.

조국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논란의 진짜 핵심이 뭔지 사실 다 알고 있지 않나. 서열화된 학벌사회, 출구 없는 경쟁, 이른바 금수저 아닌 흙수저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진짜 문제의 핵심은 내버려두고 자꾸 변죽만 울리며 시야를 어지럽힌다. 적대적 공생관계 속에서 이 생태계를 악용하는 사람들의 의도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김성해 대구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포털의 비즈니스는 네티즌 접속이 기반이다. 실시간 검색어는 새로운 사안에 대한 호기심, 사회 이슈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소속감 등을 이용한 서비스다. 시민의 관심사를 끊임없이 추적해야 하는 언론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기도 하다. 특정 세력의 개입이 없는 자연스러운 작동에 대해서도 논란은 있다.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자체의 찬반을 떠나, 최근 실시간 검색어의 정치 캠페인화, 구호화는 우려할 만하다.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 것은 여론을 움직이려는 목적이 분명하다. 이를 디지털 액티비즘(Digital Activism)으로 포장할 순 없다.

이용량이나 영향력 등을 고려해 포털을 준공공재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포털 사업자도 사회적 책무를 무겁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검색 중립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극심하게 갈라진 대표 진보층과 대표 보수층 대립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현상인 것 같다. 특히 댓글을 보면 무조건적으로 상대를 비난하는 내용이 많다는 걸 느낀다. 20대로서 이런 현상이 여러모로 불편하게 느껴진다.

사안에 대해 정확한 논점 없이 단순히 한 대상을 지지하는 입장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반대적 세력이 격돌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20대 청년으로서 이런 상황이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여주기식이 아닌 철저한 수사를 통해 쟁점이 되는 의혹들이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0대 취준생 이상훈씨

많은 사람들이 실검에 키워드가 잡히면 보통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슈라고 알게 된다. 때문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사람까지도 실검을 통해 알리는 효과가 있다. 이를 활용해 서로 자기의 주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를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1위 싸움을 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착시효과일뿐 1위라고 해서 다수의 여론이라고 볼 수 없다. 자기 자신의 입장이나 생각을 여론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채우는 자기만족적 행동이다.

특히나 이번 사례의 경우 워낙 전국민적 시선이 쏠린 이슈이고 이미 많은 사람이 각자 사안을 판단하고 있다. 서로 상반된 의견이 1,2위 배틀을 한다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효과가 없는 것이다. 결국 각자의 세(勢)를 과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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