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9-26 15:51 (월)
조국 ‘11시간 기자회견’, 미디어 트레이닝 관점서 본다면
조국 ‘11시간 기자회견’, 미디어 트레이닝 관점서 본다면
  • 송동현 (thepr@the-pr.co.kr)
  • 승인 2019.09.03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분석]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형식·메시지·질문·태도 주목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대국민 기자간담회를 무려 11시간 동안 가졌다. 국회 차원의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되자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적 이해를 구하기 위해 작심한 듯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장관 후보자 검증’이라는 본 목적 외에도 내용과 형식 측면에서 시사점을 남겼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가 미디어 트레이닝 관점에서 기업의 경영자들이나 주요 임직원이 눈여겨봐야 할 몇 가지 포인트를 짚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①: [Pick&Talk] 조국 향한 실검 캠페인
함께 보면 좋은 기사 ②: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조국 여론청문회

형식

무제한 질문, 무제한 시간이라는 형식으로 본인과 기자들 모두 힘들었겠지만 그 ‘힘듦’이 진정성을 전달하는 콘셉트였다고 본다.

법무부 출입 기자가 아닌 국회 민주당 출입 언론사 기자로 한정한 것은 일종의 ‘안전핀’이었다.

장시간 새벽까지 흔들림 없이 답변을 이어가도록 만들어 놓은 형식은 언론을 통해 이른바 ‘야마’(기사 핵심)가 될 수 있고, 대중들에겐 소명 노력으로 인식된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아날로그적 방식이 진정성을 더 전달한다.

일부에선 이런 형식을 ‘쇼(show)’라고 비판할 수 있다. 쇼가 맞다. 그런데 기자간담회는 쇼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드시 치밀하게 잘 준비되고 연습한 쇼여야 한다.

메시지

사실관계에 대한 부분은 논쟁이 있으므로 구체적 평가를 할 수 없다. 메시지만을 놓고 봤을 때 전반적으로 강약 조절이 훌륭했다. (청문회 형태가 아니어서 후보자가 득을 봤다고 보이지만) 사실관계 소명에 자신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구체적이면서도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모르거나 확인이 어려운 사안에 대해선 모르니 확인해서 알려주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실제 미디어 트레이닝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모르면 ‘모른다’ 말하라는 것이고, 더 나아가 ‘확인해서 말씀드리겠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은 퀴즈대회가 아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하고 실제로 그럴 수밖에 없다.

조 후보자의 회견 내용은 “불법적인 행위가 없다 +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핵심 메시지였다.

일반적 이슈에 대해선 이런 원칙적인 메시지를 핵심으로 가져갔으나, 전 국민이 공감하고 관심을 갖는 (딸의) 입시 문제에는 도의적 사과 포지션을 택했다.

‘국민정서법’ 이슈 상황에선 대중의 이해와 실질적 사실관계 규명 사이에서 투트랙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는 교과서적이어야 한다.

현 이슈 중 많은 부분이 검찰 수사 단계에 돌입했다. 따라서 객관적 진실은 검찰 수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 법과 검찰을 잘 아는 후보자이기에 그에 대한 홀딩(holing·입장 보류) 또한 나쁘지 않았다.

질문

기자들의 질문 수준에 대한 평이 많지만,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음에도 상황에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된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구조화된 논리와 메시지로 승부하지 못하고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방식인 일종의 ‘트랩’에만 집중했다는 점이다.

특히 반복적인 질문을 많이 했다는 것에 비난이 많은데 통상 기자들은 했던 질문을 수 번, 수십 번 반복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기자회견시 이미 나온 질문인지 현장 기자들이 실제로 몰랐을 수 있지만, 대부분 했던 질문을 또 하는 이유는 재차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실수를 유도하기도 한다. 당사자가 이런 상황을 한 번 경험해 보면 똑같은 질문이 반복될 때 일관성 있는 답변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된다. 연습 없이 불가능하다. 부담감에 실수할 수 있고 감정을 표출하면서 흔들리기도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의도적으로 잘못된 전제를 두고 질문하기, 가정에 근거한 질문, 전제를 두고 책임질 수 있냐는 개런티 유도 등 (미디어 트레이닝 관련) 교과서에 등장하는 질문의 트랩들이 무수히 등장했다.

특히 최근에는 지금 확인하기 힘든 제 3자 인용 기법 질문이 까다롭다. “누군가 이렇다고 하던데...” “일각에 이런 의견이 있는데...” “비공개 자료를 보면 이렇다던데...” 등 답변자가 곧바로 밝히기 힘든 내용을 거론하면 부인하거나 모른다 말할 수밖에 없는데 그 자체가 궁색히 보이는 효과를 준다.

형식을 무시하고 일문일답을 시도하는 기자도 있었다. 참지 못했던 것 같다. 이 방식은 여러 선제적 질문으로 설계된 답변을 유도해 결국 마지막 핵심질문에 꼼짝 못 하도록 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실패했지만 말이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실제 VIP들의 언론 인터뷰, 그 차이들

태도

조국 후보자는 처음 포토타임 이후 자신의 뒷자리에 있는 기자들에게 위치를 이동할 것을 권했다. 준비한 원고나 자료, 메모를 뒤에서 (사진기자가) 줌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이 기사화되면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길고 긴 기자회견 시간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조 후보자의 감정 컨트롤은 훌륭했다. 일부 자녀 문제에 있어선 울컥한 모습을 보이며 본인이 사과하기도 했으나 그 정도 컨트롤도 대단했다고 본다.

10시간 가까이 진행된 질문답변에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자칫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긴장된 환경 속에서 반복된 태도를 견지하고 일관된 포지션과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 글을 본인 동의 하에 편집, 공유한 것임을 밝힙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