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3년, “식사비 말고 ‘포럼조공’ 제재해달라”
김영란법 3년, “식사비 말고 ‘포럼조공’ 제재해달라”
  • 대기업 홍보담당 A씨 (thepr@the-pr.co.kr)
  • 승인 2019.09.2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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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기고] 언론사 협찬요청 사각지대 여전
식사비 상한선, 물가 반영 조정 필요해
9월 28일이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3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법 시행 초반 서대문구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종합민원사무소. 뉴시스
9월 28일이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3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법 시행 초기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종합민원사무소 모습. 뉴시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28일이면 시행 3년을 맞습니다.
 
취지가 옳고 순기능도 많습니다. 학교 촌지가 금지된 것 하나만으로 참 감사한 일입니다. 10년 전 점심에 8만원짜리 코스를 시키던 모 일간지 조기자 같은 사람이 없어져서 기쁩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김영란법 Q&A] ①식사·선물·경조사

하지만 정작 입법의 시발점에 있는 국회의원들은 그대로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왜 그들이 법의 제외대상인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습니다.

홍보인 입장에서 현 시점에서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습니다.

사실 식사비는 별 것 아닙니다. 식사보다 기업을 힘들게 하는 건 ‘포럼 조공’입니다. 실익도 없는 소문난 잔치가 미디어의 위상을 드높인다는 게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그 집이 소문나니 너도 나도 이름만 거창한 포럼잔치를 개최합니다. ‘광장 토의’란 포럼 디스커션(forum discussion)의 본뜻처럼 활발한 토론이 펼쳐지지도 않습니다.

▷관련기사①: 언론사들의 ‘쓸고퀄 행사’, 올해도 예외 없다
▷관련기사②: 언론사들의 ‘포럼잔치’, 그 나물에 그 밥

화려한 타이틀을 앞세워 몸값 비싼 연사를 모시기보다 차라리 ‘언론인이 바라보는 우수한 위기관리와 실패한 홍보’나 ‘사진기자와 함께하는 보도사진 촬영’, ‘디지털 미디어 활용법’이나 ‘검찰 출신 변호사가 알려주는 압수수색 대응법’ 같은 실무형 강좌를 만들어 주시길. 자비 털어서라도 갑니다.

끝으로 식사비 한도 상향이 필요합니다. 대체 3만원이 기준인 이유는 뭔가요? 3년 전 7000원이던 순댓국이 지금은 9000원인데, 물가 반영 한도 조정을 왜 안 해주나요?

사실 식사미팅은 인지도 낮고 예산이 없는 회사에 더 절실합니다. 명성 높고 협찬 빵빵한 회사 소식은, 기자와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언론보도에 잘만 나옵니다.

반면 그렇지 않은 회사가 자사를 소개하고 언론관계를 맺으려면 밥미팅, 특히 저녁미팅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접대 목적이 아닌 것이 저녁에 만나야 상호 시간에 덜 쫓겨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간혹 술기운을 빌려 인간적 속내도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냉동삼겹살 1만4000원, 소주 5000원 시대입니다. 고고한 원칙을 내세우기보다 현실을 살폈으면 합니다. 가려운 곳 긁어주고, 억울한 사람 편들어 주는 게 정부의 본질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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