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넘규’로 흥한 워크맨, 캐릭터가 복병되나
‘선넘규’로 흥한 워크맨, 캐릭터가 복병되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9.10.02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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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중 광고주 경쟁 브랜드에 호감 표시
해당 영상 삭제 후 인스타 게시글로 긁어 부스럼
비즈니스 확장 중 프로다운 대응 염두에 둬야
테라 발언이 나왔던 워크맨 영상 중 일부.
워크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방송인 장성규가 프로그램 중 광고주 경쟁 브랜드를 호의적으로 언급했다. 테라 발언이 나왔던 워크맨 영상 일부.

[더피알=안선혜 기자] ‘선넘규’(선을 넘는 장성규) 캐릭터로 흥한 유튜브 채널 <워크맨>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로 인해 잡음이 불거졌다. 

‘세상 모든 JOB(직업)것들을 직접 리뷰’하는 과정에서 ‘잡’이자 광고주이기도 한 브랜드와 신경전 아닌 신경전을 벌인 것. 워크맨 진행자 겸 출연자인 장성규가 광고 촬영이 예정돼 있던 브랜드의 경쟁 상품을 칭찬한 데 이어 개인 인스타그램에 ‘돌려까기식’ 게시물을 올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광고주에 대한 상도의가 아니라는 의견과 함께 단순 해프닝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을 개인 SNS 활동으로까지 끌고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장성규는 지난 7월 말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카스 광고 모델이 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당시 워크맨서 카스와 협업해 맥주 판촉 아르바이트 영상을 제작하는 등 분위기는 좋았다.

상황이 반전된 건 8월 27일 워크맨 ‘술집 알바편’ 내용이 공개되면서다. 이날 오후 6시에 업로드됐다가 삭제 후 밤 10시에 재업로드된 영상에는 한 장면이 빠져 있었다. 장성규가 술을 정리하던 중 “맥주는 테라가 짱인 것 같다” 발언한 장면이다.

테라는 카스를 제조하는 오비맥주의 경쟁업체인 하이트진로에서 내놓은 맥주 브랜드다. 

장성규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도 4시간의 업로드 지연이 있었던 점에 대해 사과 글을 올리면서 “(영상 삭제는) 다 저의 멘트 때문”이라며 “저 장면에 불편을 표현한 카스 광고주께도 사죄를 드린다. 대가로 카스 모델은 안 하겠다”고 밝혔다. 삭제됐던 영상본도 함께 올라왔다.

어투는 정중하지만 정황상 문제를 제기한 광고주(카스)에 대한 불만이 읽힌다. 실제로 해당 게시물 아래에 달린 해시태그를 통해 장성규는 ‘#저세상갑질’과 같은 표현을 넣었다가 이후 ‘#할말하않’으로 바꿨다. 현재는 해당 게시물 자체가 삭제된 상태다. 약 두 달여 전 카스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고 알린 게시물도 함께 사라졌다.

지난 27일 장성규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던 게시글. 워크맨 삭제 부분을 캡쳐해 올렸다.
지난 27일 장성규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던 게시글. 워크맨 삭제 부분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카스를 생산하는 오비맥주 측 관계자는 “단회성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광고 특성상 (장성규와) 정식으로 몇 개월씩 모델 계약을 맺거나 한 건 아니”라면서 “워크맨 협업 이후 다른 디지털 광고도 준비하고 있던 터라 향후 광고와 모순되는 부분은 신경 써달라 이야기했던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브랜드) 영상도 아닌데 편집을 요구하거나 내려라 말아라 한 건 아니다”며 “지금은 서로 잘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논란을 증폭시킨 건 영상 자체보다 장성규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멘트들이 한몫했다. 다양한 드립이 난무하는 채널 특성상 테라 발언도 특유의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인스타그램에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방식은 프로답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커뮤니티 미디어’ 된 인플루언서에 필요한 사회적 책임

한 대기업 광고주는 “테라 부분은 안 잘라도 그만이긴 한데, 잘라서 올린 건 (광고주 입장에선) 좋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에 편집된 영상을 다시 올린 걸 봤을 때 담당 클라이언트는 너무 열 받았을 것”이라며 “그전까진 해프닝처럼 마무리될 수 있는 걸 본인 의견을 항변 내지 조롱하는 방식으로 올린 건 불필요하고 경솔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광고주 역시 “나이스하지 않은 방식이었다”며 “SNS에서 감정이 격해진 상태로 무언갈 올리는 건 정말 금물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오비맥주 측도 너무 진지체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향후 광고 영상에서 좀 더 위트있게 받아치고 넘어가면 서로 윈윈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번 논란을 대하는 방송사와 광고주 측의 엇갈린 대응 방식도 눈길을 끈다.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린 오비맥주 측은 조심스런 톤앤매너지만 해명에 적극 나서는 반면, JTBC 측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워크맨 등 디지털 채널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키워나가는 단계에 있지만 아직은 ‘레거시미디어’ 특유의 투박함이 묻어나는 대응이다.

JTBC는 지난 8월 DMZ(비무장지대) 무단 광고 촬영이 문제가 됐을 때도 공식 입장문 외에 어떠한 언론 대응도 하지 않은 바 있다. ▷관련 기사: JTBC ‘DMZ 광고’ 논란서 찾은 TMI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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