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없는 언론시대 열리나
독자 없는 언론시대 열리나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9.10.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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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한일갈등·조국보도 계기로 언론 불신 증폭
전통매체 실망한 시민들 SNS·유튜브로 빠르게 이동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사법개혁을 위한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현장 취재를 하는 JTBC 뉴스룸 기자를 향해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사법개혁을 위한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취재를 하는 JTBC 뉴스룸 기자를 향해 "진실보도"를 외쳤다. 이날 현장에서 '돌아오라 손석희!' 손팻말을 든 한 시민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JTBC 뉴스 화면 캡처

[더피알=김광태] 갈라진 민심, 이를 부추기는 보도. 한국 언론은 과연 누굴 위해 종을 울리는 걸까?

매일 아침 펼쳐 보는 신문 기사를 보면 대한민국은 영락없는 망조의 나라다. 보수·진보 언론 가릴 것 없이 국가나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자기 진영을 위한 목소리뿐이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 많은 사람이 “요즘은 기사 한 줄도 못 믿겠다”고 불만을 토해낸다. 심지어 프랑스에서 30년을 살다온 한 친구는 “한국 언론은 자기 입맛대로 해석해 보도한다”면서 국내 뉴스를 외신을 통해 본다고 한다.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두 가지 대형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한일관계 마찰이고 또 하나는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증이다. 두 사안을 놓고 언론은 ‘기레기’ 소리에 이어 ‘근조 한국언론’이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큰 실망을 안겼다.

한일 갈등 보도는 과연 대한민국 언론이 국익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했다. 일본 언론은 국익 앞에서 마치 언론자유가 없는 나라라 착각할 정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한국 언론은 정파나 이념적 진영 논리에 더 충실한 양상을 보였다.

한 예로 대표 보수지 C일보는 ‘일본의 한국 투자 1년새 –40%…“요즘 한국 기업과 접촉도 꺼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일본어판에는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의 투자를 기대하나?’로 바꿔 달았다. 그러자 일본 언론은 해당 기사는 물론 댓글까지 인용하면서 “일본 조치에 대해 한국인들이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장관의 후보자 시절 인사검증 보도는 과열돼도 너무 과열됐다. 팩트나 진실, 공정성, 정직성 등 언론의 기본은 뒷전으로 하고 오로지 의혹을 앞세워 속보·단독 경쟁을 벌이는 기사들이 난무했다. 

후보를 낙마시킬 수 있는 결정적 보도도 없었으며, 여러 논란 속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짚는 심층보도 또한 없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진보지 H신문은 조국 장관을 신랄하게 비판한 ‘법조외전’ 칼럼을 삭제해 6~7년차 이하 기자들이 들고일어나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기도 했다. 

언론들의 ‘수사식 조국보도’는 심각한 언론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분열된 국론을 더욱 양분시키는 갈등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옥스퍼드대학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공동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대한민국 언론 신뢰도는 22%로 38개국 중 최하위다. 2018년 25%, 2017년 23%로 3년 연속 꼴찌다.

▷관련기사: 낮은 뉴스 신뢰도에도 ‘유튜브 뉴스’ 소비율은 높아

반면 전 세계에서 언론 자유 증진 및 언론 상황 감시 활동 등을 펼치고 있는 ‘국경없는기자회’에서 밝힌 ‘2019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한국이 41위로, 2016년 70위에서 3년 연속 상승했으며 아시아에선 1위를 차지했다. 언론 자유는 신장하는데 언론 신뢰도는 바닥을 헤메는 기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디지털상에서 뉴스 필터링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매체에 실망한 독자나 시청자들이 SNS, 유튜브 등으로 대거 옮겨가면서 이들 시선을 붙잡기 위한 가짜뉴스와 혐오·왜곡기사까지 넘쳐나고 있다.

지금의 뉴스 소비자들은 개별 언론사 브랜드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읽고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만을 골라서 본다. 이에 편승해 자극적 뉴스를 앞세운 개인 미디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책임 의식이 없는 비(非)언론인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특정한 신념과 주장을 펼치면 언론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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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나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의 말이다. 결국 신뢰가 생명인 언론이 무너지면 나라 장래가 어둡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그런 불행을 피하고 독자 없는 언론시대를 막기 위해서라도 언론 스스로 반성할 때가 온 것 같다. 구호가 아닌 진짜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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