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쉘리 몰카 논란, ‘인플루언서 위기’ 패턴이 보인다
구도쉘리 몰카 논란, ‘인플루언서 위기’ 패턴이 보인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10.0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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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라이브 방송 중 ‘몰카 논쟁’으로 구설
커뮤니티 속성, 실시간 소통 양면 숙지해야
인기 유튜버 구도쉘리가 라이브 방송 도중 '몰카' 실언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 영상 캡처

[더피알=강미혜 기자] 인기 먹방 유튜버 구도쉘리가 몰카 관련 구설에 휩싸여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자신의 옷차림을 놓고 구독자들과 라방(라이브방송) 대화 도중 ‘몰카 옹호’ ‘성소수자 혐오’ 논쟁 등이 불붙으면서다.

빗발치는 항의와 질타에 결국 구도쉘리는 하루가 지나지 않아 사과 영상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이틀새 구독자가 3만명 이상 빠져나가고 관련 기사도 줄을 잇는 등 후폭풍이 몰아쳤다.

구도쉘리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대세 플랫폼 유튜브와 인플루언서, 젠더갈등 등 최근 디지털상에서 이슈가 발화, 확대재생산되는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커뮤니티화 된 유튜브 생태계 안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소통의 양날을 나타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몇 가지 시사점을 짚어본다.

첫째,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기보다 수많은 커뮤니티의 집합체에 가깝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동질성과 결속성에 따라 각각의 커뮤니티 크기가 달라지며 댓글 등 여론에 따라 생물처럼 움직인다.

개개의 유튜버(채널) 역시 공통의 관심사와 취향, 유사한 가치와 정체성을 보이는 사람들을 구독자로 확보하며 팬들 덕분에 세를 키우게 된다. 바꿔 말하면 취향과 가치가 다르다고 판단되는 순간 언제든 팬들에 의해 힘을 잃을 수 있다. 쉘리는 구독자와의 언쟁 중 “저는 여러분의 인형이 아니”라고 항변했는데 이는 커뮤니티의 동질성과 정체성을 훼손하는 발언으로 해석돼 사태를 악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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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쉘리가 뜬 이유가 다분히 밀레니얼스럽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호주에 사는 20대 후반 여성인 쉘리는 흔한 먹방 캐릭터가 아닌 자신의 있는 그대로 몸을 드러냄으로써 ‘나다움’을 어필하며 인플루언서 반열에 올랐다.

특히 쉘리를 따르는 구독자 중에선 젊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획일적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살아가는 모습이 솔직한 매력으로 받아들여진 결과로 풀이된다. 밀레니얼 팬들 덕분에 쉘리는 이민 후 9년 만에 한국땅을 밟고 흡사 ‘방한 스타’와 같은 행보를 보이다 말 한 마디에 위기를 맞게 됐다. 팬이 안티로 돌아서면 더 무섭다는 말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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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유튜브의 장점인 실시간 소통은 언제든 실시간 위기로 돌변할 수 있다. 기존 미디어들도 어려운 게 생방송이다. 사전 시나리오와 실수를 줄이는 철저한 준비와 연습이 필요한데 1인 미디어인 인플루언서들은 격의 없는 소통을 이유로 너무도 쉽게 라방을 온(On)한다.

말은 표현 방식에 따라 본 의도와 달리 받아들여지기 쉽다. 더욱이 온라인상에서 한 번 뱉은 말은 편집이나 삭제가 불가하고 누군가에 의해 ‘박제’되기 십상이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해당 콘텐츠 또는 댓글을 삭제하는 행위 자체가 잘못을 ‘은폐’하려는 시도로 비치기도 한다. 대화 도중 튀어나온 쉘리의 몰카 발언 역시 그랬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쉘리는 두 번째 영상을 통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영상 화면 캡처

셋째, 젠더이슈는 건드리는 순간 엄청난 폭발력을 갖는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특히 여혐-남혐 구도가 선명한 온라인상에선 자칫 ‘내편-네편’을 나누는 결정적 한방이 될 수 있다. 극성 팬과 안티를 동시에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몰카나 동성애 등의 키워드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젠더이슈와 맞물려 거론된다. 몰카는 그 영상이 불법적으로 유통되며 2·3차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주로 여성피해자가 많기에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온라인상에서 젠더갈등의 불쏘시개가 된다.

또한 동성애 등 성소수자를 옹호 혹은 비난하는 발언도 특정 커뮤니티를 적으로 돌려세울 수 있다. 최근엔 소위 적진으로 ‘좌표’가 찍히면 마녀사냥과 같은 여론의 융단폭격을 받는 일이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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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유튜브상에서의 ‘불편한 대화’가 곧장 여러 기사를 낳았다. 언론들도 이제는 인플루언서를 ‘일개 유튜버’가 아닌 대중스타와 동급의 유명인으로서 뉴스거리로 삼는다. 여성들의 지지 속에서 ‘독보적 캐릭터’라는 수식어를 단 쉘리는 지난달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 연사로 초청되는 등 요즘 시대 새로운 우먼파워를 상징하는 인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물론 유사시엔 논란을 좇는 언론의 속성이 여지없이 드러나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전체 맥락에 대한 고려에 앞서 화제가 되는 발언이 따옴표 처리로 인용되면서 당사자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유튜브 커뮤니티 안에서의 이야기가 언론보도로 나오게 되면 해당 이슈는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인(sign)이다. 보도 자체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주는 동시에 유튜브 커뮤니티에도 직간접적으로 다시 영향을 끼치며 전체 여론을 악화시킨다. 쉘리의 두 번째 사과가 나온 시점도 언론보도 이후였다.

마지막으로 사과에는 매번 진정성 논란이 따라붙는다. 이는 조직이나 개인이나 마찬가지다. 진정성은 주관적 평가 영역이라는 점에서 사과하는 주체가 컨트롤하기 어렵다. 사과의 대상이나 메시지 수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진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이다.

실제로 쉘리다운 ‘당당한 사과’에 구독자들은 진정성 없는 제스처라고 비판 목소리를 냈고, 결국 울먹이는 두 번째 사과를 끌어냈으나 여전히 냉담한 반응이다. 사과를 할 거면 최대한 빨리, 쿨하게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일찍 진정성 논란을 벗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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