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인에게 아파도 인정받는 기사는
홍보인에게 아파도 인정받는 기사는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10.2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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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조합보단 맥락 고려했으면…홍보실은 취재 창구 될 수 없어
‘카피 기사’ 남발…“발로 뛰는 르포, 다른 접근·분석 갈증 크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홍보인이 보는 기자’라는 주제는 더피알에서 수차례 다룬 낯설지 않은 내용이다. 언론을 지근거리에서 마주하는 홍보인이야말로 미디어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영향을 구체적으로 서술해줄 존재라고 생각해서다. 개중에는 기자 갑질에 대한 속풀이성 기사, 언론의 나쁜 관행이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한국적 고유명사를 탄생시킨 웃픈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언론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기자들은 툭 하면 욕을 먹고, 신문·방송 출신이 아닌 ‘유튜버 언론인’이 각광 받는 현실에 대한 자조 외 다른 시각은 없는 걸까? 더피알 기자들은 기레기 프레임에서 과연 자유롭다 말할 수 있을까? 세대에 따라 기사 가치, 기자 역할에 대해 기대하는 바는 다르지 않을까? 이런 새삼스러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보려는 의도에서 이 기사는 기획됐다.

업종과 커리어, 직급과 연차가 각기 다른 20~50대 홍보인 네 명과 접촉했다. 좀 더 솔직한 속내를 듣기 위해 동일한 질문하에 한 사람씩 인터뷰했다. 신분 노출을 꺼릴 수밖에 없는 형편을 고려해 답변자는 나이대로만 구분하고 익명 처리한다.

① 기자와 기레기 사이
② 아픈 기사와 반가운 기사
③ 내가 생각하는 멋진 기자

홍보하는 입장에서 아프게 써도 존중할 수밖에 없는 기자는.

20대 A사원: 공익을 위한 기사였을 때다. 사회적 책임이 기업경영의 화두인데 시대 흐름과 동떨어져 있으면 충분히 지적받을 만하다. 실제로 경쟁사에 비해 사회공헌에 소극적이고 기부액이 작아서 까인 적 있는데, 회사 규모와 매출 등에 근거해 조목조목 짚은 걸 보니 개선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큰 변화는 없었지만.

30대 B대리: 아주 멋진 사례는 없지만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기사를 조합하지 않는 기자를 볼 때면 그래도 기자다움을 느낀다. 부정 건이 있을 때 저희(회사) 입장이나 팩트와는 상관없이 기사 다 써놓고 전화하는 분과 이쪽저쪽 이야기를 고루 들어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한 다음 기사 쓰는 분은 정말 다르다.

우리 편을 들어줘서 고맙다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매섭게 지적하면서도 사건·사고가 일어나게 된 사정이나 맥락을 고려하고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발전적 안까지 제시해주면 솔직히 (기사로) 얻어맞으면서도 할 말이 없다. 단순히 회사를 까는 보도가 아닌 상황을 우려하는 완결성 있는 기사를 볼 때면 이런 게 언론의 기능이지 하고 새삼 배우게 된다.

40대 C차장: 상황에 따라 적절히 관계를 조율하는 경우다. 민감한 이슈 상황에선 솔직히 홍보실에서 나오는 보이스는 취재에 도움이 안 된다. 정해진 멘트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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