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그룹과 갈등이 생겼을 때(1)
이해관계그룹과 갈등이 생겼을 때(1)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9.10.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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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지역 커뮤니티 여론이 답
반대집단 세부적으로 쪼개 분석, 리더들 성향··목적 파악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경남 남해군 해상풍력발전 규탄대회에 어민 1000여명이 참석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자료사진) 뉴시스

[더피알=정용민] 공장을 짓지 말라고 주민들이 피켓 시위에 나섰다. 소각장을 추가로 건설한다니 주변 마을에 대책회의가 꾸려졌다.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환경 오염을 탓하며 공장 앞 도로에 드러누웠다. 군의회 의원들과 군수가 새로운 시설 공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자꾸 전화해오고 부정 기사를 연속 게재한다. 시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과 대책위가 밴드 모임을 만들어 매일 수백 건의 부정 포스팅을 공유하고 있다.

지역주민, 지역정부, 각종 지역단체, 지역 언론, 정치단체… 지방에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이런 추가적 이해관계자들과 마주한다. 통틀어 지역 커뮤니티(local community)라고 부른다. 생산시설의 입지 선정에서 건립 그리고 운영, 그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새로운 시설의 확장이나 추가 공사 등등 거의 모든 기업 행위에 대해 지역 커뮤니티는 일거수일투족 관여하고 싶어 한다.

갈등이 이내 풀리면 다행이지만, 갈등이 점차 심각해지고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이 개입되기 시작하면 이슈는 걷잡을 수 없게 돼 버린다. 각종 시위와 부정 기사, 강력한 견제 조치들이 나타난다.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갈등과 반목은 점점 심화된다.

정부의 국책사업 같은 경우 이런 갈등을 염려하면서 정무 감각을 발휘해 십여 년 이상도 곧잘 흘려버리곤 하지만, 기업의 활동은 그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끌지 못한다. 그 이전에 회사가 망해 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대안을 찾아보려 해도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것도 절대적 대안은 아니다. 만나고 싶어도 만나주지 않는 이해관계자들. 만날수록 악감정만 쌓이는 관계. 일방적으로 자기의 주장만 반복하는 사람들. 근거 없는 루머를 나르는 공격적인 언론. 이런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와의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돌아봐야 하는 전략적 고민을 한번 정리해 본다. 하나하나 정확한 해결책을 그대로 이끌어낼 수는 없다 해도, 돌아보며 깊이 살피다 보면 문제 해결을 위한 작은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0가지 주제를 체크해본다. 

첫 번째 고민 주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확정하라

지역 커뮤니티의 표면적 행동을 보고 문제를 정의하지 말자. 그들이 반대한다면 가장 핵심적인 이유를 들여다보려 노력하자. 상대의 주장을 듣고 보는 것을 넘어 마음속을 읽어 보려 노력해보자.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해결의 대상인 ‘문제’가 과연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큰 보상 즉 돈을 바라요” “사람들은 공장 이전을 원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공장 발 환경 오염 때문에 못 살겠다는 거죠”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때도 있다. 지역 커뮤니티가 단 한 가지의 핵심 문제와 단순한 해결책에만 몰입해 있는 경우가 아닐 수도 있다. 문제 해결 방법이나 전략에 대해 논하기 전, 해당 갈등을 관리하려는 기업은 문제의 핵심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해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북 청주시청 정문 앞에서 흥덕구 강서2동 주민들이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SK하이닉스 LNG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충북 청주시청 정문 앞에서 흥덕구 강서2동 주민들이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SK하이닉스 LNG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두 번째 고민 주제: 지역 커뮤니티 속 이해관계자들을 분석하라

크게 분류하지 말자. 더이상 쪼갤 수 없을 만큼 세부적으로 잘라 분석해 보자. 지역 주민. 지역 환경단체. 이런 분류도 너무 크다. 지역 주민을 해당 문제에 대한 입장별로 좀 더 분석해 작게 분류해보자. 미묘한 입장차가 보일 것이다. 문제를 정의하는 접근방식도 다를 수 있다. 마음속으로 바라는 해결책도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지역 주민은 우리 공장의 증설을 반대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해관계자들을 단순화하고 획일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역 주민 중에서도 공장 인근 아파트 주민과 공장에서 3km 떨어진 별장 주민들 간에는 다름이 있다. 또 공장 인근 아파트 주민 중에서도 우리 공장에 출근하는 직원 가족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는 또 다름이 있을 것이다. 지역 주민 중에서도 노인의 입장과 젊은층 입장이 미세하게 다를 수 있다. 당연히 그들이 문제라고 바라보는 주제와 생각하는 해결책도 각기 다를 것이다.

세 번째 고민 주제: 누가 그 이해관계자들을 리드하고 있는지 확인하라

리더 없이 민주적으로 여럿이 모여 기업을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꼭 그 이해관계자 그룹을 이끄는 리더들이 있다. 갈등을 조장하는 주체라고도 한다. 이들에게는 대부분 표면적인 주장과 내심의 의도가 별도로 존재한다. 진정으로 공장 주변 환경이 개선되기 원할 수도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번 반대 투쟁을 성공적으로 리드해서 군수직에 출마해 보려는 계산이 깔려있을 수 있다.

개인적인 금전적 이해관계 때문에 투쟁을 끌고갈 가능성도 있다. 인근 경쟁사의 사주를 받았을 수도 있다. 정말 단순히 할 일이 없고 나서기 좋아해서 완장을 찬 리더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분류 또한 중요하다. 기업 측에서 그냥 이름만 외우고 성향을 대략적으로 파악해서는 갈등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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