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버블’이 위험해 보인다
‘유튜브 버블’이 위험해 보인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11.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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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방송 크리에이터의 사건·사고 빈번해져
필터 없이 송출되는 중계전, 물고 물리는 혼전 양상 어디까지

[더피알=강미혜 기자] 유튜브를 들락날락하면서 최근엔 콘텐츠 외 ‘분쟁’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개인과 관련한 일들이다. 크고 작은 갈등부터 쌍방 저격 및 폭로, 소송전에 이르기까지 아사리판이라 할 정도로 연일 시끄럽다.

‘구독자=수익’으로 인식되고 유튜버가 사실상 또 하나의 직업이 되면서 생존 경쟁이 유튜브 커뮤니티로 옮겨간 모양새다. 특히 최근엔 아프리카TV에서 인기를 끈 BJ들이 방송 내용을 편집해 유튜브 채널을 병행 운영하는 사례가 늘면서 ‘돈’과 관련한 잡음이 많아졌다. 

기성세대 대부분은 알지 못하는, 어떻게 보면 알 필요 없다고 여기는 ‘그들만의 싸움’일 수 있지만 밀레니얼·젠지 같은 젊은 세대가 보고 듣고 영향을 받는 인플루언서 이슈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덕자 불공정 계약 논란
BJ 겸 유튜버로 활동하는 덕자(예명)가 MCN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가 불거져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마지막 방송에서 덕자는 눈물로 답답함을 호소했고, 이 일로 소속사 대표이자 인기 BJ로 활동하는 턱형이 비난 세례를 받고 있다. 양측의 법적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변호사가 연합해 덕자에 법률적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도쉘리 vs 권혁수
호주에 사는 유튜버(쉘리)와 연예인 권혁수와의 먹방(먹는방송) 라이브 내용이 진실공방으로까지 번졌다. 브라탑 의상이 트레이드마크인 쉘리는 자신의 콘텐츠를 패러디해 친분을 쌓은 권혁수와 한국 방문 중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했는데 음식점에서 브라탑 노출로 구설에 올랐다. 이후 해명 과정에서 당초 상황에 대해 권혁수 측과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며 대립하고 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성명준 사기협박 징역형
46만여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유튜버 성명준은 지난달 21일 ‘징역 1년 3개월 받았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는 제목의 영상을 자신의 채널에 게재했다. 사업 도중 지인과 송사에 휘말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데 대한 억울함이다. 해당 콘텐츠를 올린 이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가 여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반박 인터뷰를 하며 맞서고 있다.

#엘린 ‘로맨스 스캠’ 의혹
걸그룹 출신으로 BJ 겸 유튜버로 활동하는 엘린이 10억대 로맨스 스캠(성적 호감을 이용해 상대에 돈을 뜯어내는 사기 수법) 의혹을 받고 있다. 엘린의 열혈 구독자로 알려진 한 남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별풍선’(아프리카TV 후원금)을 비롯해 선물 등으로 1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썼다고 주장했고 엘린 측은 상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사건은 흡사 유명 연예인 이슈처럼 개인사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적으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사생활 자체를 콘텐츠로 다루며 구독자와 영상으로, 라이브로 소통하는 개인방송 특성에 따른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커뮤니티 미디어’ 된 인플루언서에 필요한 사회적 책임

흥미로운 건 사건의 전개 과정이다. 논란 이후 각자의 주장과 호소, 반박, 비난 등이 뒤섞여 그 역시 방송영상으로 송출되고 있다. 카톡 캡처본이나 육성 녹취록 등이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증거물’로 오픈된다. 다른 유튜버들이 기자처럼 사건을 취재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도 예삿일이다. 그러면서 예전 같으면 개인끼리 해결할 일도 온 동네방네 중계된다. 한 마디로 ‘비밀은 없다’이다.

구독자들도 내편 네편으로 갈려 싸운다. 여론에 의해 ‘나쁜 사람’으로 찍힌 이는 쏟아지는 악플에 댓글 기능을 막아놓고 활동을 중단하는가 하면, 일련의 갈등과정이 파생 콘텐츠를 낳는 등 물고 물리는 혼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슈를 쫓는 언론들에도 종종 흥미로운 기삿거리가 됨은 불문가지다.

결과적으로 콘텐츠를 한 번 본 적도 없는 크리에이터들의 TMI가 무차별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도달된다. 마치 결혼한 줄도 몰랐던 연예인의 이혼 소식을 통해 모든 사생활이 보도되는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공해로 여겨질 정도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진 현실의 대안처가 지금은 유튜브가 된 걸까. 젊은층에 각광 받는 유튜브가 출세의 발판으로 인식되면서 점점 더 혼돈의 땅이 되어버리는 듯하다.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자유경쟁의 이면이 어쩐지 많이 위험해 보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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