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회의 단톡방으로 하는 이유는…”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회의 단톡방으로 하는 이유는…”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12.0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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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②] ‘올해의 PR인’ 최선목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더피알=강미혜 기자] 지난해 7월 한화그룹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커뮤니케이션위원회를 출범했다. 대내외 소통 확대를 목표로 시스템을 정비하고 한화가 사회와 함께 가는 방법들을 찾아 나섰다. 일련의 활동을 지휘하며 2019 올해의 PR인에 선정된 최선목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사장)은 “‘타화상’을 통해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와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한화가 사회와 같이 가는 의미를 새롭게 찾고 있다”에 이어...

최선목 사장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한화케미칼 영업부에 입사했다. 한화케미칼 감사팀장,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상무, 아산테크노밸리 사업본부장(전무) 등을 거쳐 2014년 부사장으로 한화도시개발 대표를 지냈다. 2015년부터 커뮤니케이션팀장을 맡았으며 2018년 7월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출범과 함께 위원장으로 한화그룹 소통을 이끌고 있다. 사진: 성혜련 실장

올해 BBC에서 ‘꼰대’라는 단어를 한국적 고유명사로 소개할 정도로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젊은 꼰대란 말을 듣기도 하는데요.(웃음) 젊은 내부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거나 노력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선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주간회의 운영방식에 변화를 꾀했습니다. 과거에는 임원들이 제게 업무 보고를 하는 형식이었는데 이제 부서 막내들이 번갈아 전체 회의를 주관하고, 자율적으로 아젠다를 상정해 아이디어와 의견들을 공유합니다. 때로는 여기서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를 배우고 그들 생각을 이해하기도 하고요. 얼마 전엔 ‘펭수’(EBS 캐릭터) 소식도 전해들었습니다.(웃음)

또한 올해 처음 ‘한화영보드’를 발족했습니다. 대학생으로 구성된 한화의 커뮤니케이션평가자문단인데요, 정기모임에도 참석해 그들의 의견과 생각을 듣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들에게 저는 여전히 ‘꼰대’일 겁니다.(웃음)

전체 회의를 막내 사원들이 주도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율권을 준다 해도 파트장이나 임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나요.

당초 회의 방식을 놓고 ‘막내들이 마음대로 해봐’ 했더니 오픈채팅방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월요 주간회의는 익명 단톡방 화면을 띄운 채로 진행합니다. 어떤 이야기가 올라와도 누가 누군지 몰라요. 익명 채팅으로 아이디어를 개진하기도 하고, 텍스트 치기가 불편하면 기존처럼 그 자리에서 의견을 밝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해진 스타일 없이 각자 편한 방식대로 회의에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저나 임원들은 필터링되지 않은 젊은 생각을 들을 수 있으니 좋고, 젊은 친구들은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이나 위원회 아젠다를 직접 알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회의를 오픈한 건 예전에 제가 느낀 바가 있기 때문이에요. 주간회의 다녀오신 부장님이 과장님들 소집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면 ‘대리 최선목’은 우리 부서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 건지 궁금하더라고요.(웃음) 막상 알고 보면 별 것 아닌데 모르면 괜히 더 궁금해지는 법이잖아요. 정보 소외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직급에 구애 없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회의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했습니다. 파트장 외 직원들은 회의 참석도 강제하지 않습니다. 학교처럼 출석을 일일이 부를 일도 아니고 상황이나 필요를 고려해 자율에 맡깁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밀레니얼이 기업문화도 바꿔놓고 있다

사원 중심의 회의문화가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혁신을 위해 밀레니얼 직원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꾸리거나 정기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흐름과도 닮아 보입니다.

많은 기업에서 그런 시도들을 할 거예요. 관건은 실질적으로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저는 회의가 누군가 잘 준비한 발표를 지켜보는 시간이 아니라 무형의 콘텐츠 협의체로 기능하길 바랍니다.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안에는 언론홍보와 브랜드, 온라인, 사회공헌, 사내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파트가 있는데요. 회의를 통해 서로의 일이 공유되면서 브레인스토밍식 아이디어로 각자 업무와 연결되었으면 해요. 가령 브랜드 파트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해 호응을 얻었다면, 온라인 파트에서 온드미디어 콘텐츠로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지 대화를 통해 영감을 얻는 겁니다.

업무 과정에서 상호 연결과 영감을 강조하셨는데요, 커뮤니케이터 개인으로 봤을 때 지금 시대 갖춰야 할 덕목을 꼽으신다면.

통찰력과 균형적 사고입니다. 테크닉에 앞서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환경 속에서 기업이 커뮤니케이션하는 목적과 이해관계자들이 기대하는 역할 사이에서 끊임없이 기업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찾아야겠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대상 중에서 언론은 여전히 중요한 이해관계자입니다. 미디어 환경 변화와 함께 홍보와 언론관계가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는데 어떤 모양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기업은 기업의 관점만 주장하기보다 독자 즉, 소비자와 대중 관점에서 필요한 기업의 역할과 그것에 대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해봐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기업과 언론이 공히 팩트(fact) 충실성에 대해 무한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팀(홍보실)에 기자 출신들이 많이 수혈되는 추세입니다.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기업에서 커온 홍보인들 입장에선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여론 감각이나 특정한 전문성에선 기자 출신들이 뛰어난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언론사 출신이 기업으로 와서 기여하는 바도 분명 있고요. 하지만 정통 홍보인들이 기자 출신에 비해 역량이 결코 뒤처진다고 보지 않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업무의 시작은 우리 조직을 잘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한화그룹으로 말하면 ‘한화 DNA’가 있어야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능할 겁니다. 5년 근무한 사람과 10년, 20년 근무한 사람이 같을 수 없겠지요. 내가 가진 강점을 살려 능동적이고 유기적인 소통자로서 역할하도록 보다 노력해야겠습니다.

앞으로 홍보직종은 어떻게 변할 것이라 예상하시나요?

우선 홍보직종이라기 보다 커뮤니케이션직종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I다, 로봇이다 말하지만 결국은 사람과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이고 소통, 이해, 공감이라는 커뮤니케이션 본질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질에 충실하되 진정성 있게 우리가 할 일을 하면 됩니다. 스펙(spec)에 대한 요구는 ‘오래’보다 ‘다경험’에 기반할 겁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항상 ‘왜?’라는 질문에 대해 깊이 있고 친절하게 답을 줄 수 있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인터뷰 기회를 빌려 동료·선후배들께 전하고픈 말씀이 있으시다면.

없습니다. 저보다 훨씬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 지금껏 나눈 대화만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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