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알고리즘, 그것이 알고 싶다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19.12.3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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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보고서
정치적 키워드선 전통 언론·라이브 영상 위주 추천
유튜브 알고리즘에 관한 보고서가 나왔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관한 보고서가 나왔다.

[더피알=정수환 기자] 1분에 600시간 이상 분량의 동영상이 업로드 되고 있는 유튜브 세계. 기하급수적으로 각양각색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유튜브에서 이용자들은 어떤 영상을 시청할지 선택장애에 빠진다.

그럴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영상 옆에 떠있는 ‘다음 동영상’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 영상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 걸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내놓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 보고서(오세욱·송해엽 연구)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유튜브 측이 플랫폼 알고리즘을 지금껏 정확히 밝힌 바는 없지만, 추천할 영상 목록을 만드는 알고리즘과 그 목록에서 추천 순위를 정하는 알고리즘으로 구성돼 있다는 정도는 알려졌다.

외부에서도 알고리즘을 밝히기 위해 활발히 연구 중이다. 다만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공통적으로 밝히는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의 목적은 이용자들을 유튜브에 오래 체류시키는 것이다.

체류 시간이 길수록 프리뷰(영상 재생 전 상영되는 광고) 및 중간광고 등을 통한 유튜브 수익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가령 처음에 5분짜리 동영상을 시청했으면 그 다음 동영상은 8분, 그 다음은 10분 등 재생 시간을 점차 늘려나가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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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일상생활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는 만큼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비판도 많이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 소지가 될 만한 콘텐츠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심지어 추천까지 하면서다.

또 이용자가 추천 알고리즘에 갇혀 다양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자신과 비슷한 관점의 콘텐츠만 접하게 되는 ‘필터 버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유튜브 측은 다양한 자정 노력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통 언론 추천多…이념적 성향<제목 일치도

그렇다면 한국에서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어떻게 작용되고 있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이를 조사하기 위한 연구는 지난 9월 2일부터 8일까지 ▲문재인 대통령 ▲방탄소년단 ▲유시민 ▲홍준표 ▲조국 등 5개의 키워드를 통해 진행됐다.

각 키워드별로 상위 5개의 영상을 수집한 후 동영상을 재생해 제시되는 다음 동영상 1개와 관련 동영상 상위 3개씩, 추천 목록의 상위 4개 영상을 수집했다. 동일한 작업의 반복을 통해 키워드별로 6825개의 추천 영상 목록을 수집해, 총 3만4125개의 영상을 분석했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시청하면 다음 동영상이 추천 영상으로 나타난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서 영상을 시청하면 다음 동영상이 추천 영상으로 나타난다. 유튜브 캡처

분석 결과, 정치적 키워드의 경우 추천 영상에 전통 언론사가 많이 추천되고 있었다. 특히 장르적 다양성을 고려해 뉴스 채널 뿐아니라 방송사 엔터테인먼트 채널도 다수 추천되는 모습을 보였다.

각 키워드의 이념적 성향은 구분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유시민, 홍준표를 검색할 경우 해당 인물과 관련한 채널들이 추천되지는 않았다. 즉, 유시민을 검색한다고 해서 그가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채널이 추천 영상에 뜨는 건 아니었다.

진보와 보수라는 키워드 맥락성보다는 제목의 일치도 등으로 영상을 파악하는 경향성이 강했다.

추천 목록에서 재생 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제목’ 외에 ‘영상소개 글’ ‘영상 이미지’(섬네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생중계(live) 영상을 더 추천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조국 사태 등 특정 이슈가 터졌을 경우 관련 영상을 집중적으로 추천하는 경향을 보였다.

비정치적 키워드의 경우, 정치적 키워드에 비해 분류 다양성을 더 고려하고 있었으며, 이용자의 시청 시간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음원 스트리밍 영상을 추천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 이용자들, 필터버블 잘 못 느껴

한편 국내 이용자들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연구에서 2019년 9월 23일부터 9월 29일 진행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실제 유튜브 영상 시청 시 자신이 직접 검색해보는 방식의 이용자는 84.6%였으며, 추천 영상 시청을 선호하는 응답자는 15.4%에 불과했다.

해외에서 논란인 ‘필터 버블’도 한국 이용자들은 잘 느끼지 못했다. 알고리즘으로 인해 관심 분야 이외에 다른 분야를 접하기 어려워졌다는 질문에는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또한 42.3%의 응답자가 다양한 행동을 통해 맞춤 동영상을 자신이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으로 인한 ‘필터 버블’ 효과가 가장 우려되는 분야인 유튜브 뉴스 콘텐츠 역시 한국 이용자들에게는 부차적이었다.

한국 이용자들은 유튜브 뉴스의 보도 범위, 전문성, 정확성, 신뢰도 등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유튜브 뉴스를 기존 뉴스 이용 방식의 대체제로 생각하기보단 보조적인 수단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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