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컨트롤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메시지 컨트롤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01.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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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현순 시너지힐앤놀튼 한국 대표이사 겸 아시아 총괄대표

[더피알=강미혜 기자] 시너지힐앤놀튼 코리아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새천년 시기 한국 시장에 진출해 크고 작은 변화를 거쳐 이제는 새천년 세대를 깊이 들여다보는 중이다.

창립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정현순 대표는 최근 아시아 총괄직까지 맡아 더욱 바빠졌다. 여러 나라를 오가며 사명대로 시너지를 꾀하는 정 대표는 “아시아에 ‘K캠페인’을 전파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현순 대표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DMB&B와 맥켄에릭슨을 거쳐 웨스틴 조선호텔 홍보팀장, 리츠칼튼 호텔 홍보실장을 역임했다. 1999년 시너지힐앤놀튼 코리아 설립부터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아시아 총괄대표직을 겸임하고 있다.
정현순 대표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DMB&B와 맥켄에릭슨을 거쳐 웨스틴 조선호텔 홍보팀장, 리츠칼튼 호텔 홍보실장을 역임했다. 1999년 시너지힐앤놀튼 코리아 설립부터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아시아 총괄대표직을 겸임하고 있다.

시너지힐앤놀튼(이하 HK)이 한국 시장에서 20년을 지나왔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 느낌이에요. 흔히들 눈 깜짝할 사이라고 표현하는데 저 역시 그렇습니다.(웃음) 무엇보다 HK와 18년, 20년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해주신 장기 클라이언트들께 감사하고요. 회사를 함께 끌어간 우리 임원들, 같이 성장한 장기 근속자들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2000년대 밀레니엄 시작과 2010년 스마트폰발 디지털 혁명 등 10년 단위로 격변이 있었습니다. 체감상 가장 큰 변화 시기는 언제인가요.

요 근래가 아닌가 싶어요. 언론이라는 매개체, 커뮤니케이션 환경도 많이 변했지만 이제 언론(미디어) 범위나 콘텐츠 경계가 완전히 모호해진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변화로 생각됩니다.

그런 변화가 커뮤니케이션 실무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요즘 고객사 컨설팅을 진행하며 가장 큰 어려운 점이 홍보라는 활동으로 메시지를 컨트롤하는 시대가 지나갔다는 점을 일깨우는 겁니다. 더이상 우리(기업) 의도대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도달(reach)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고 있습니다.

수년 전부터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지려면 고위 경영진(C-suite)부터 실천으로 옮겨주셔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전략만을 놓고 얘기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체질 개선까지 요구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가장 실현하기 어렵고 지금도 풀어나가고 있는 도전 과제입니다.

기업단에서 자주 접하는 고민거리는 뭔가요?

아무래도 밀레니얼이 핵심 화두입니다.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려는 고민이 커요. 외부 변화가 많은 시점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잡지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기업들이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방법, 형태에 있어 보다 근본적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밀레니얼이란 공통 화두를 놓고 고민하는 기업들에 제언을 해주신다면.

크게 세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단순한 상업적 메시지나 아이디어는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밀레니얼은 제품이나 캠페인의 진정성 여부를 판단할 때, 그 회사가 좋은 제품을 내놓고 훌륭한 캠페인을 전개할 만한 곳인지 그들의 기업 철학을 진지하게 봅니다. 한때는 기업PR도 마케팅적으로 크리에이티브하게 접근하려는 시도가 많았는데요. 제품·서비스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기업 철학이 확고히 자리 잡히지 않고선 이제 마케팅이나 홍보 노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트렌드 변화 그 이상의 패러다임 전환(shift)이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로 밀레니얼은 어떤 메시지를 강요당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캠페인 참여는 물론 제품 출시에서도 정해진 결과를 받아들이기보다 같이 만들어가길 좋아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기업들은 밀레니얼에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참여시키며 함께 만들어간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로 완벽히 칭찬만 받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홍보하는 사람들 머릿속엔 아직도 고객들에 무조건 칭찬받아야 내 일을 잘 하는 것이란 생각이 있습니다. 소위 윗분들도 칭찬을 당연시하고요. 하지만 광고비를 태워서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잖습니까. 수많은 사람이 즉각적으로 피드백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어느 경우엔 재미없다는 얘길 들을 수도, 컴플레인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공격적 질문이 날아들기도 하고요. 그런 불편한 과정 자체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밀레니얼은 기업의 실수나 잘못 못지않게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 과정을 눈여겨보는 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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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의 부상은 외부 고객 못지않게 내부 직원과의 관계관리, 소통에 있어서도 숙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외부 소비자를 대하는 것과 똑같은 가치로 내부의 젊은 직원들과 관계 맺어야겠죠. 조직의 안팎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요. 밀레니얼의 기대에 맞는 활동들을 실천해나가면 내부의 밀레니얼 에게도 자연스레 회사의 철학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일관된 모습은 인재 모집은 물론 직원들의 프라이드 제고에도 효과가 크고요.

디지털이 주 무대가 되면서 홍보 기능이 마케팅에 흡수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즉각적인 퍼포먼스와 매출을 일으키는 콘텐츠가 강조되면서 마케팅적 사고를 중시하기도 하고요.

마케팅 활동 당연히 중요하죠. 하지만 기업의 철학과 가치가 결부되지 않는 마케팅은 한시적 이벤트에 그치고 맙니다. 반면 기업의 고유한 철학, 견고한 이미지가 같이 합쳐졌을 땐 엄청난 시너지를 가져와요. 설령 마케팅이 중단된다 해도 그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 잔상은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제가 PR과 콘텐츠의 접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꼭 전통PR만 놓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디지털 퍼포먼스에도 철학이 깔려있어야 합니다. 회사의 근본적 철학, 메시지를 우선적으로 갖춘 뒤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수용하고 그에 맞는 활동을 펼쳐나가자는 겁니다.

HK의 경우 2018년 오길비PR과 합병하며 디지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어떤 지점에서 많이 달라졌나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추구하고 그 전략에 맞게 실행한다는 것에선 달라진 게 전혀 없어요. PR업이란 본 DNA를 유지하면서 실행 단계에서 비디오 시대에 맞게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내부에 스튜디오를 세팅해 디자이너와 프로듀서, 비디오 제작, 포토 동영상 프로젝트가 바로 진행될 수 있게 했습니다.

지난해부터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분야가 효과 측정이에요. 언론 모니터링부터 소셜미디어 리스닝(listening), 캠페인 성과에 이르기까지 데이터 애널리틱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런던이 이 분야 헤드쿼터가 돼 5년여 전부터 교육과 여러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는데요. 다양한 툴의 기능을 고객사별 상황에 맞게 디자인하고 믹스(mix)해서 필요에 따라 분석하고 효과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게 저희 역할입니다.

이슈관리 관점에서 유튜브에 대한 모니터링과 리스닝도 가능한가요?

유튜브의 경우 이용자 모두가 미디어잖습니까. 그들 개개인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모니터링하고 컨트롤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보단 엄청나게 다양한 목소리에 적응해야 해요.

해외 기업들은 위기관리 모니터링을 해도 세세한 디테일을 보지 않습니다. 어디에 몇 회 기사가 났고, 어떤 부정적 단어가 사용됐는지를 챙기기보다 여론의 큰 흐름을 살핍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은 아직도 위기관리 모니터링에서도 디테일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해요. 이슈·위기시엔 사안의 정확도를 파악하기보다 여론의 큰 흐름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튜브 여론도 마찬가지겠고요.

유튜브를 마주하는 기업들은 방대한 정보 플랫폼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얼마나 명확하게 내고 있는가를 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유튜브는 이미 검색엔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할 때 과거엔 블로그 등의 결과값이 신뢰도가 높았지만, 온갖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사람들은 기업 관련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기업 블로그와 웹사이트를 찾게 됐습니다. 유튜브 생태계도 비슷하게 될 거라고 봐요. 필요한 때에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사 채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우리 콘텐츠를 강화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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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을 기점으로 얼마 전 HK 아시아 총괄로 영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호주, 일본 등을 총괄하게 됐습니다. 현황 파악차 해외 출장을 자주 가고 있는데요, 갈 때마다 저 스스로 ‘메이드 인 코리아’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BTS가 얼마나 고맙던지..(웃음) 많은 아시아인이 한국에 대한 호감을 넘어 한국을 배우고 싶어 해요. PR회사나 한국의 커뮤니케이션 기법, 캠페인 등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입니다. K팝이 맹위를 떨쳤으니 ‘K캠페인’을 전파해보고 싶네요.(웃음)

정현순 대표는 "아시아 시장이 (디지털과 밀레니얼 화두 속에서) 놀랍도록 비슷하다"며 넓은 시장을 염두에 두고 "'K캠페인'을 전파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권으로 통칭하지만 국가별로 공통점과 차이점도 뚜렷할 것 같아요.

사실 놀라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그게 핵심이에요. 다른 나라들도 밀레니얼에 어떻게 소구하고 유튜브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를 똑같이 고민하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밀레니얼들은 디지트한 사람들입니다. 언어도 크게 상관 안 해요. BTS에 열광하는 것 보세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글로벌적으로 마케팅을 펼친다고 했을 때 이제 고객층에 있어서만큼은 디지털 네이티브 즉, 밀레니얼이란 공통분모가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밀레니얼에 대해 고민하고 그들 타깃으로 기획하지 않는 기업이 없을 정도예요.

글로벌적으로 지속가능성 또한 주요 화두로 꼽힙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을 이야기하며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소셜임팩트(Social Impact)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기업의 소셜밸류 창출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에요. 힐앤놀튼 역시 지난 12월 초 뉴욕에서 소셜임팩트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고, 아시아권에선 올해 싱가포르를 베이스로 관련 서비스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소셜밸류는 앞서 이야기한 기업의 철학과 연결되는 것이기에 가치를 소비하는 밀레니얼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환경을 예로 들면, 이제는 기업들이 노 플라스틱(No Plastic)을 노골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사용금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품 공정과 생산 라인 등 프로세스상에서의 근본적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내외부 커뮤니케이션도 달라져야겠지요. 아직 국내에선 소셜임팩트에 대한 관심도가 덜한 느낌입니다만, 앞으로 PR의 큰 화두이자 업계의 중요 서비스 영역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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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여성 리더로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분야는 그 어떤 산업보다 여성이 많은데 대표님과 같은 리더급은 여전히 소수입니다. 왜 그럴까요?

저희 같은 386세대, 기성세대의 책임이 큽니다. 다만 다른 업종은 더 심하잖아요. 지금도 대기업 인사에서 여성 임원 몇 명이 승진했고, 재계 임원 중 여성이 몇 %를 차지한다는 내용이 뉴스가 되는 시대입니다. 아직 부족하다곤 해도 PR업계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어요. 빠른 시일 내에 (남녀 리더의 비율이) 지금보다 역전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20주년을 맞은 HK 입장에선 2020년이 트리플의 해와도 같습니다. 각오가 남다르실 듯해요.

무조건 성장만이 아니라 퀄리티 있는 성장에 집중하려 합니다. 무엇보다 변화의 시기에 고객사에 신뢰받는 파트너로 역할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테고요. HK는 지난 20년 동안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많이 도왔고, 정부 프로젝트의 해외 홍보도 수차례 맡았습니다. 앞으로의 20년도 우리 정부와 기업이 잘 되는 방향으로 책임을 다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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