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고만한 아이디어는 그만…‘포맷 개발’이 필요하다
고만고만한 아이디어는 그만…‘포맷 개발’이 필요하다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20.01.21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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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킬러콘텐츠 고민에 앞서는 아류 전략
노출 위주 홍보성과 여전히 큰 장애물
펭수(왼쪽)라는 EBS 포맷이 인기를 끌면서 '펑수'(인사혁신처) '괭수'(고양시) 등도 등장했다.
펭수(왼쪽)라는 EBS 포맷이 인기를 끌면서 '펑수'(인사혁신처) '괭수'(고양시) 등도 등장했다.

[더피알=유현재] 한 정부기관의 차기년도 건강소통 자문 일원으로 참석했다가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을 경험했다. 실행 계약은 이미 마친 것으로 판단되는 PR회사(홍보대행사)가 실제 제작을 위해 가편집한 더미 영상과 그 외 몇 가지 콘텐츠들을 제안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직후였다.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클라이언트, 더 정확하게는 그 회의실에서 가장 상위 직급 인사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고, 갑자기 “그렇다면 저 사람 대신 누가 좋을까?”가 논의의 중심이 돼버렸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저마다 “요즘 OO에 나오는 OOO가 재밌던데…” 혹은 “나는 별로던데” 등의 의견을 나누느라 바빴고, 결국 영상에 등장할 ‘누군가’를 떠올리기 위한 아이디어 교환으로 삼십분 정도 시간을 보냈다.

당시 PR회사가 제시한 영상 콘티를 살펴보면, 등장하는 셀럽(celebrity)의 직업과 활동상을 기본으로 메시지까지 인물에 맞춰 기획돼 있었다. 인물을 교체하려면 아예 전체 스토리와 콘셉트 자체를 수정해야 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실에서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홍보 콘텐츠의 핵심으로 설정한 영상, 그 영상이 전달해야 하는 핵심 메시지나 콘셉트에 대한 논의, 즉 정말로 전달하고 싶은 사항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strategy)이 아닌, 한 편의 영상에 사용될 일회성 아이디어인 전술(tactic)을 놓고 장시간 각자의 선호를 근거로 담소를 나누었다는 말이다.

그날 회의가 요즘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펭수’가 등장하기 전이었기에 다행이지, 만약 펭수 소문이 쫙 퍼진 시점에서 진행됐다면 어땠을까. “누가 좋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펭수를 쓸 수 있지?”에 대한 논의만 하다 끝났을 것 같다.

위 사례에 비춰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안타까움을 짚어본다면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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