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행’ 조원태 리더십, 왜 뒷말 많을까
‘우한행’ 조원태 리더십, 왜 뒷말 많을까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2.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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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험지 동행 미담뉴스가 진정성 논란으로
총수 향한 비판에 사측 '희생' 표현으로 반박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국 교민들을 태우고 돌아올 전세기에 탑승하기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국 교민들을 태우고 돌아올 전세기에 탑승하기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임경호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한행 전세기 탑승이 뒷말을 낳고 있다. 국적항공사 최고책임자로서 리더십을 보여주려던 의도와 달리 진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어렵게 마련한 기회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했다는 현지 공무원의 비판이 촉매제가 됐다. 해당 공무원은 이내 격한 감정에서 한 말이라며 사과했지만 어째선지 찜찜함은 가시지 않는다.

당초 조 회장은 지난달 3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체류하고 있는 교민을 수송하는 전세기에 탑승했다.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에 민간기업 총수가 앞장서는 모습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위험 지역에 동행하는 모습이 미담처럼 번졌다.

비판도 이때부터 번지기 시작했다. 실무적인 역할 없이 전세기에 동행하는 조 회장의 모습이 여러 부정적 시선을 야기했다. 대표적인 것이 ‘쇼잉(보여주기)’이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 확보를 위한 이미지 쇄신용 행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조 회장의 진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한진그룹이 지난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오너리스크에 시달려온 만큼 이를 극복할 수단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재임 당시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돼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우한발 메시지’도 의혹을 더했다. 우한 주재 한 경찰 영사는 1일 자신의 SNS에 “고생고생해서 전세기 마련했는데 밥 숟가락 얹으려고 대한항공 조회장이 비서 둘 데리고 비행기 타서 내리지도 않고 다시 타고 가서 자리가 모자란…”이라는 내용을 게재해 논란을 키웠다.

비판의 진위와 무관하게 조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기사 등을 통해 확산됐다. 평소 그가 쌓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불쏘시개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언론보도로 밝혀진 사회적 논란부터 불과 한 달 전 벌어진 집안 싸움까지 땔감이 되어 타올랐다. 미담 같았던 기업 총수의 동행이 비판 대상으로 변모한 이유다.

조 회장을 향한 지적은 오해가 빚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그는 다른 승무원과 함께 교민들의 기내 탑승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서를 동행하고 항공기에 올랐다는 지적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자리가 부족했다는 비판 역시 격한 감정에서 비롯된 잘못이라고 당초 비판의 싹을 틔운 영사가 SNS를 통해 해명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은 “(회사가) 무슨 잘못을 했냐”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경찰 영사의 지적에 대한 반박을 중심으로 민간기업의 의무를 다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사측도 조 회장의 우한행과 관련된 ‘사실’을 바로잡으며, “전세기를 띄우는 것은 기업으로써 희생을 감수한 것으로 숟가락을 얹었다는 표현은 과하다”고 덧붙였다. 잘못된 정보로 ‘애먼 총수’가 피해를 보는 데 기업 차원의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대한항공은 입장을 발표해 어느 정도 의혹을 해소했지만 “잘 하고 욕 먹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총수에 대한 공격을 “희생”으로 방어하며 본의 아니게 생색을 낸 모양새로 비춰지는 탓이다. 총수와 기업을 동일선에 둔 대한항공의 입장 발표가 아쉬움을 더하는 대목이다.

우한 행보와 관련한 조 회장의 ‘공과(功課)’가 선명한 만큼 비판의 핵심도 결국 조 회장의 진정성과 맞닿아있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매끄러운 대응이 가능했던 문제를 ‘생색’으로 마무리 한 입장 발표는 어딘지 모르게 석연찮다.

“역할은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조 회장의 출국 전 발언이 진의를 ‘검증’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종장을 기대한 것은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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