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슈퍼볼 광고, 시선 잡은 미국식 감성
2020년 슈퍼볼 광고, 시선 잡은 미국식 감성
  • 김선희 칼럼니스트 (soniakim@the-pr.co.kr)
  • 승인 2020.02.06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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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기술기업 부각, 현대·기아 나란히 톱10 이름 올려
트럼프 vs 블룸버그, 美 대선캠페인 전초전도 화제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러닝백 다미엠 윌리엄스가 2월 2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 프로풋볼(NFL) 제54회 슈퍼볼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와의 경기에서 터치다운 후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러닝백 다미엠 윌리엄스가 2월 2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 프로풋볼(NFL) 제54회 슈퍼볼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와의 경기에서 터치다운 후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더피알=김선희]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슈퍼볼은 ‘슈퍼 광고전’으로도 유명하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창의성으로 시선을 끌고 핵심 메시지를 돋보이게 하려 각축을 벌인다.

슈퍼볼은 미 3개 방송사(NBC, CBS, FOX)가 3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경기를 중계하는데, 올해는 폭스TV가 엄청난 광고료를 챙겼다.

폭스TV에 따르면 슈퍼볼 광고는 지난해 11월 이미 82개 이상 완판됐다. 단일 집행 광고임에도 수백, 수천만 달러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올해는 30초짜리 슈퍼볼 광고비가 평균 560만달러(한화 약 66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2005년(53만달러) 대비 10배 이상 오른 금액이다.

전 세계 1억200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2020년 2월 2일 오후 6시 30분(미 동부 기준)부터 시작한 슈퍼볼은 매 쿼터가 끝나고 브레이크 타임마다 광고를 내보냈다. 이에 따라 총 4번에 걸쳐 55개 광고가 송출됐다.

슈퍼볼 광고는 주로 기업광고로 구성되지만, 올해는 10월에 치러지는 미 대선 선거 캠페인 광고도 리스트에 올랐다.

두 명의 대선 후보는 각각 1100만달러(한화 약 130억원)를 슈퍼볼 광고 예산으로 집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돈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초짜리 광고를 두 번 플레이했고, 민주당의 경선 후보 마이클 블룸버그는 60초짜리 광고를 틀었다.

트럼프는 각기 다른 메시지의 30초짜리 광고를 선보였다. 첫 번째 광고에서는 무기징역을 받은 흑인 중년 여성 앨리스(Alice Marie Johnson)가 석방돼 새로운 삶을 찾아준 트럼프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한다.

앨리스는 트럼프가 새롭게 도입한 정책(The First Step Act, 2018년)의 수혜자 중 한 명.

광고는 트럼프가 범죄자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주는 휴머니스트라는 착각을 갖게 하지만 숨겨진 목적은 따로 있다. 인종 차별이 심한 트럼프가 흑인 여성 그리고 소외된 계층의 백인 여성표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광고는 경제 성장에 초점을 뒀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의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광고 카피는 ‘더 강하고 안전하고 부유한(Stronger, Safer, More Prosperous)’으로, 트럼프가 일궈낸 업적을 자찬하는 키워드다. 이런 광고 카피가 나가는 동안 흑인과 아시아계 모델을 등장시킨다는 점도 앞선 광고 전략과 오버랩되는 흥미로운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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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블룸버그는 ’총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광고를 내보냈다. 2013년 휴스턴에서 총기 난사로 사망한 20살 청년 조지(George)의 어머니가 아들을 회고하며 총기 규제 필요성을 역설한다.

특히 조지는 4살에 미식축구를 시작 했고, 장래 희망이 NFL(미 프로미식축구)에서 뛰는 것이었기에 슈퍼볼 시청자들의 감성을 더욱 자극한다.

다만 이 광고를 보면서 과연 총기 규제 메시지로 미국인들의 표심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블룸버그 광고는 미국 TV에서 접할 수 있는 공익광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다수의 유권자를 염두에 둔 슈퍼볼 대선 캠페인 광고전략은 트럼프가 블룸버그를 압도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광고는 기대만큼이나 여러 평가를 낳았다. 이와 관련, USA투데이 슈퍼볼 사이트인 애드미터(AD METER)는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3일까지 슈퍼볼 광고 선호도 조사를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톱10에 선정된 기업광고를 보면 전통적 슈퍼볼 강자에 해당하는 자동차 브랜드의 선전이 눈에 띈다. 한국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2위와 8위에 랭크됐는데, 특히 현대차는 소나타를 광고하며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첨단 기술을 강조해 호평받았다.

‘컨트리’ 현대차 vs ‘노스탤지어’ 지프

이중 지프와 현대차, 구글 광고는 미국식 감성을 자극해 특히 주목을 끌었다. 각 광고의 인기 비결을 살펴본다.

우선 현대자동차의 ‘Smaht Paht’ 광고는 사투리 콘셉트로 재미를 배가했다. 광고는 소나타 차량에 장착된 스마트 기능 중 운전자 없이 리모컨으로 매우 쉽게 주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보스턴 주변 도시 출신 세 명의 유명인을 내세웠는데, 그들이 구사하는 아주 강한 사투리가 광고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소나타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은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크리스 에반스(Chris Evans), 코미디 프로그램 SNL의 레이첼 드라츠(Rachel Dratch), NBC 시트콤 더오피스의 존 그란시스키(John Kransiski).

이들은 미국의 전형적인 시골 마을 사람들로 분해 절대 주차가 불가능한 좁은 곳에 새로 구매한 소나타를 대는 ‘묘기’를 보여준다. 차량의 스마트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레 녹여냈다.

세 사람 외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스타플레이어였던 데이비드 오티즈(David Ortiz)의 마지막 등장도 압권이다. ‘미국 흔한 촌놈들’ 모습을 헐리우드 스타와 스포츠 영웅을 통해 그려낸 것이다.

평상시 듣도 보도 못한 스타들의 사투리는 미국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광고 타이틀 ‘Smaht Paht’ 역시 “Smart Park”의 ‘트’ 발음 사투리를 반영한 것으로, 미국식 유머를 얼마만큼 잘 이해하고 표현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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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Jeep)의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 광고는 1993년 빌 머레이(Bill Murray)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를 차용했다. 이 영화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미디를 소재로 했는데, 실제로 광고는 판타지 코믹 요소를 버무렸다.

그라운드호그 데이는 매년 2월 2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겨울에 설치류 다람쥐(groundhog)가 잠에서 깨어나 봄이 왔음을 기념한 날이다. 지프 측이 올해 슈퍼볼이 2월 2일 그라운드호그 데이에 열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우선 원작 스토리를 알아야 이 광고가 담고 있는 코미디 요소를 이해할 수 있다.

영화 그라운드호그 데이(국내 개봉 타이틀 ‘사랑의 블랙홀’)의 주인공 빌 머레이는 로컬 TV방송국의 기상캐스터로, 매일 아침 6시에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그라운드호그 데이에도 눈이 덮인 마을과 숲을 배경으로 카메라맨과 함께 날씨를 전달한다. 당시 빌이 몰던 자동차가 85년산 주황색 체비 트럭이다.

다음날 오전 6시에 알람이 울리면서 빌은 여느 때처럼 일상을 시작하지만, 2월 3일인줄 알았던 날짜는 2월 2일인 그라운드호그 데이였다. 그렇게 같은 날이 매일 반복되면서 영화는 빌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사랑을 찾게 되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지프에서 제작한 슈퍼볼 광고는 27년이 지나 멋지게 늙은 노신사 빌을 보여준다.

영화 속 그때처럼 오전 6시 알람 소리와 함께 기상한 빌과 동행 취재하는 카메라맨, 빌의 애마인 주화 체비 트럭이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매일매일 설원에서 지프를 몰며 다양한 모험을 하는 빌이 그려지며 그라운드호그 데이를 상징하는 다람쥐가 빌과 늘 함께 있다.

광고는 27년 전 영화 속 장면을 코미디 요소로 재현하는데 성공하며 미국인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영화에서 빌이 했던 명대사를 적절히 활용하는 등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에게 노스탤지어(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영화에서 매일 반복되는 날을 살아야 했던 주인공 빌이, 광고에서는 “내일 봐요(See you tomorrow)”라는 반전 대사를 전해 웃음을 더했다.

기술의 구글, 가족애로 존재감 

다음으로 구글의 로레타(Loretta) 광고는 가족, 추억, 그리움 등의 감성을 터치한다. 이는 미국인들이 추구하는 삶과 중요시하는 정서이다.

가장 상업적인 미식축구 챔피언전에서 전 세계 검색과 인공지능(AI)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혁신 기업(구글)이 택한 전략이 바로 ‘감성 마케팅’이다.

광고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을 등장시켰다. 주인공은 85세 구글 직원의 할아버지. 타이틀명 로레타는 이미 세상을 떠난 그의 부인이다.

할아버지는 부인과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어떻게 하면 잊지 않을까”를 구글에 검색한다. 그리고 로레타 씨 사진을 보여 달라고 주문한다. 할아버지는 구글에게 할머니와의 추억을 기억하라고 요청하고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그녀의 버릇이나 싫어한 것들, 기념일에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한다. 그런 뒤 구글이 할아버지가 언급한 것이 무엇인지 되짚는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큰 행운아야” 말하면서 광고는 끝이 난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 “아임 더 럭키스트(I am the luckiest)”라는 표현과 함께 가족과 추억을 전달한 것. 이를 통해 로레타가 있었기에, 그리고 구글이 있기에 ‘행운’이라는 의미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광고는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가족 관계를 중시하는 미국인들에게 구글이 얼마나 사람을 생각하고 인류에 큰 기여를 하는지 미국인 정서에 맞게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슈퍼볼 광고는 거액의 제작비와 천문학적인 매체비를 지출하는 만큼 사후 평가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1년 전부터 준비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한다. 미국인 정서와 유머코드, 나아가서는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해야 광고를 잘 만들고 잘 즐길 수 있다.

슈퍼볼 광고주의 변화 흐름도 엿볼 수 있다. 과거엔 코카콜라, 펩시 등 소비재나 GMC, 아우디(Au야) 등 자동차 브랜드의 전유물이었으나 최근에는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테크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온라인 기반 비즈니스를 펼쳐나가는 기업들이 슈퍼볼이라는 전통 광고로 브랜드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기업이미지와 감성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매스마케팅에 적합한 미디어인 TV를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기업은 슈퍼볼 외에도 오스카나 그래미 시상식 등에도 거액의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


2020 슈퍼볼 광고 톱10 *USA투데이 애드미터 참고 

기업명: JEEP
광고캠페인 타이틀: Groundhog Day
평균 시청률: 7.01
온에어 시간: 3쿼터
유튜브 조회수: 4930만 이상

기업명: HYUNDAI
광고캠페인 타이틀: Smaht Pahk
평균 시청률: 6.98
온에어 시간: 1쿼터
유튜브 조회수: 4180만 이상

기업명: GOOGLE
광고캠페인 타이틀: Loretta
평균 시청률: 6.77
온에어 시간: 2쿼터
유튜브 조회수: 1580만 이상

기업명: DORITOS
광고캠페인 타이틀: The Cool Ranch
평균 시청률: 6.62
온에어 시간: 3쿼터
유튜브 조회수: 1100만 이상

기업명: ROCKET MORTGAGE
광고캠페인 타이틀: Comfortable
평균 시청률: 6.60
온에어 시간: 2쿼터
유튜브 조회수: 820만 이상

기업명: NFL
광고캠페인 타이틀: NEXT 100
평균 시청률: 6.60
온에어 시간: 1쿼터
유튜브 조회수: 1320만 이상

기업명: AMAZONE
광고캠페인 타이틀: Before Alexa
평균 시청률: 6.40
온에어 시간: 3쿼터
유튜브 조회수: 6120만 이상

기업명: KIA
광고캠페인 타이틀: Tough Never Quits
평균 시청률: 6.19
온에어 시간: 3쿼터
유튜브 조회수: 1050만 이상 

기업명: Microsoft
광고캠페인 타이틀: Be The One
평균 시청률: 6.13
온에어 시간: 4쿼터
유튜브 조회수: 1590만 이상

기업명: CHEETOS
광고캠페인 타이틀: Can’t Touch This
평균 시청률: 6.07
온에어 시간: 1쿼터
유튜브 조회수: 1290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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