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KLM항공 한국인 차별 논란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KLM항공 한국인 차별 논란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2.14 18:5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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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화장실에 한글로 ‘승무원 전용 화장실’ 써서 여론 뭇매
본사 경영진 사태 수습 위해 고개 숙여…‘인종차별’ 이슈와는 의도적 선긋기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KLM 관계자들이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사과는 인종차별이 아닌 '승무원 전용 화장실'에 대한 사과로 논점을 비껴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KLM 관계자들이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사과는 인종차별이 아닌 '승무원 전용 화장실'에 대한 사과로 논점을 비껴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이슈 선정 이유

네덜란드 항공사인 KLM 항공이 코로나19(COVID-19)에 대한 자사 승무원의 과민한 대응으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감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건강을 염려한 직원들이 규정에 없는 조치를 취해 공분을 일으켰다. 직원 일탈과 인종차별 이슈를 마주한 다국적 기업의 대응 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건요약

지난 10일 암스테르담발 인천행 KLM 항공편에서 기내 승무원들이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운영하고 이를 한글로만 고지했다. 불쾌감을 느낀 한국인 탑승객이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SNS에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당시 기내 부사무장은 사진 삭제를 요청하고 “잠재 코로나 보균자 고객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결정된 사항”이란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 쓴 종이엔 뒤늦게 영문을 추가했다.

KLM 항공기에 부착돼있던 '한국인 탑승 금지' 문구. 뉴시스.
KLM 항공기에 부착돼있던 '승무원 전용 화장실' 문구가 적힌 종이. 뉴시스.

현재상황

국토부는 12일 “KLM 항공에 차별적 조치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KLM 측은 경영진을 한국으로 보내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승무원 개인의 실수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실수”라며 “한국 고객을 차별하는 행위로 해석돼 한국 고객에게 심려를 끼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어진 기자와의 문답에서 인종차별이라 보긴 어렵다는 경영진 답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주목할 키워드

감염병, 인종차별, 항공기, 직원일탈, 위기관리

전문가

김선희 온전한커뮤니케이션 PR전략연구소장, 최성수 한국항공객실안전협회장(서울호서전문학교 항공학부장)

코멘트

김선희 소장: KLM의 공식 사과문은 회사 차원에서는 상당히 고심한 결과물로 보인다. 직원 일탈 행위라는 점을 강조해 조직 차원의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했고, 해당 승무원에 대한 조사 방침을 약속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경영진들은 한국에 직접 방문해 서양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인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태도까지 취했다.

공식 사과 자체는 글로벌 기준에는 상당히 부합하지만, 좀 더 국내 정서를 고려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유럽에서 동양인 혐오가 퍼지고 있어 가뜩이나 민감한 상황에서 공감의 메시지를 보다 부각시켰으면 어떨까 싶다.

보다 큰 문제는 이어진 기자들과의 Q&A 시간에 오간 발언들이다.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경영진이 “이번 일이 어떻게 인종차별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해 뒷말을 낳았다. 불씨가 약간 남아 있는 상태에서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기업 입장에서 인종차별을 시인하는 것처럼 발언이 나가는 순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압박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인종 차별’은 최근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다. 자칫 전세계적으로 인종차별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우려가 있기에 공식적인 사과문에서도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수용자들이 그렇다고 인식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부인은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 우리가 전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한국인들이 충분히 그렇게 느꼈을 수 있다며 재차 사과하고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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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 협회장: 보통 기내는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어려운 안전지대로 통한다. 항공기는 통상 가열·멸균된 공기를 헤파(HEPA·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를 통해 기내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내 공기는 지속적으로 새롭게 공급되며 2~3분마다 환기가 되고 있다. 객실 내 공기 역시 수직으로 흐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앞뒤로 퍼지는 것도 방지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소변, 대변, 체액 등이 묻어나오는 화장실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메르스나 사스와 같은 과거 감영병 사례를 살펴봤을 때, 기내에 감염병이 의심된다고 하는 승객이 탑승했을 경우 그들을 위한 화장실을 따로 지정해준다.

의심 승객이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비말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기내에서 마스크를 제공하는 등 나름의 격리를 행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감염예방법이다.

KLM은 이와 정반대되는 감염예방 조치를 취해 논란을 자초했다. 최초 기내 승무원의 해명대로 잠재 코로나19 보균자로부터 고객을 보호하려 했다면 그들(보균자)을 위한 화장실을 지정해줬어야지, 승무원만 사용하는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잘못된 조치다. 

심지어 그 비행기 안에는 실제 감염자도 없었기 때문에 그들 행위는 더 지탄받는 것이다. KLM의 사과 역시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고 본다. 사소한 실수라고 하지만 분명 그들의 이미지나 실제 탑승률에 영향이 갈 것이다.

기분이 상했을 한국 탑승객들에게 실질적 혜택이나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조치를 취했다면 지금보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을 것으로 본다. 

신종 코로나 예방수칙

1. 비누로 30초 이상 꼼꼼하게 손씻기
2. 기침할 땐 옷 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기
3. 발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시 반드시 마스크 착용
4. 중국 방문 후 14일 이내 호흡기 증상 있으면 검역관에게 신고
5. 의료기관 방문시 해외 여행력 알리기
6. 감염병 의심될 때는 병원에 바로 가지 말고 질병관리본부(☏1339) 또는 보건소에 전화연락

코로나19 질병관리본부 사이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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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 2020-02-14 21:55:37
좋은 분석입니다

코로나 2020-02-14 21:29:16
협회장님, 좋은 분석 감사합니다. 역쉬..항공객실 전문가 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