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소비자는 진짜 ‘필’환경할까
20대 소비자는 진짜 ‘필’환경할까
  • 전승현 (jack5404@hanmail.net)
  • 승인 2020.03.23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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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대한 인식이 실천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예쁜 디자인이 우선순위, 브랜드 철학은 플러스 알파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하는 로렌 싱어가 3년간 만든 쓰레기. 로렌 싱어 인스타그램.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하는 로렌 싱어가 3년간 만든 쓰레기. 로렌 싱어 인스타그램.

[더피알=전승현 대학생 기자] 선택의 문제에서 실천적 화두로 바뀐 ‘친환경’.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반드시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지금은 필(必)환경 시대다.

생활 속 필환경의 방법도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사용 이후 재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물건을 구매하는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환경을 의식해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으로 생산되는 제품을 입는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 등의 다양한 용어가 낯설지 않게 됐다.

그렇다면 20대들의 그린 라이프는 어떤 모습일까? 평소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해 평범한 20대의 의견을 물어봤다.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잘 실천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바쁘기도 하지만 습관이 되어있지 않은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예요.

김진환(26세, 남)

환경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지만 사실 큰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단순한 분리수거 외에 그 이상은 귀찮아서 거의 안 해요. 굳이 환경을 위해 노력하거나 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행동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어요.

이소희(23세, 여)

거창하지 않은 작은 실천들은 하고 있어요.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되도록이면 머그컵과 유리컵을 사용하려고 해요. 또 카페에 갈 때는 텀블러를 가지고 다녀요.

김로사(25세, 여)

가급적 환경을 위한 노력을 실천하려고 해요. 항상 텀블러와 다회용 빨대를 들고 다니고, 1회용품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마트를 갈 때도 에코백이나 종이백을 꼭 챙겨서 가요.

김다은(23세, 여)

환경 문제를 의식하는 것만큼 생각보다 철저히 필환경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건 하지만,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행동을 개선하지는 않고 있는 것. 반면 일상생활 속에서 꾸준히 환경을 생각하는 20대도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꼈던 점은 그들도 어떤 일을 계기로 한 번에 바뀐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간단한 것부터 시작한 환경을 위한 행동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행동으로 이어졌고 어느새 습관이 됐다고 한다.

오래된 트럭 방수천과 폐차 안전벨트로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Freitag). 프라이탁 홈페이지
오래된 트럭 방수천과 폐차 안전벨트로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Freitag). 프라이탁 홈페이지

소비자들의 행동이 바뀌면서 제품 출시와 유통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요소를 도입하고 환경을 우선 가치로 추구하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이 같은 그린 마케팅에서 20대를 빼놓을 수 없다.

친환경을 내세운 제품들이 상대적으로 고가임에도 20대 사이에서는 크게 유행한다. 20대들은 유행을 만들 정도로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구매도 하지만 정말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까?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게 된 각자의 계기를 물어봤다.
 

저는 20대들 사이에서 유행한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 가방을 샀어요. 그 제품이 환경을 생각해 만들어진 리사이클 브랜드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구매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어요. 사실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방이 너무 제 마음에 쏙 들 정도로 예뻐 보였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란 게 큰 메리트였죠.

김진환

러쉬(Lush)의 샴푸바를 사서 써봤어요. 사실 친환경 제품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는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원래 쓰던 제품 가격의 두 배가 넘었지만 친구들이 추천을 많이 하길래 궁금했고 샴푸가 비누 형태인 것도 신기했어요. 또 무엇보다 예뻐서 사게 됐어요.

이소희

저도 러쉬 팩을 사용하는데요. 환경을 생각해서 구매했기보다는 오히려 친환경적인 원료와 좋은 성분들이 제 피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구매했어요. 하지만 택배가 왔을 때 환경을 위해 물에 녹는 완충제를 쓰는 것을 보고,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게 느껴져서 꾸준히 이 브랜드를 이용하고 있어요.

김로사

텀블러와 휴대용 빨대를 구매해서 쓰고 있어요. 그리고 되도록이면 환경을 생각해서 만든 제품을 구매하려고 노력해요. 미세먼지 같은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직접 몸으로 느끼니까 환경을 생각하게 되네요. 물론 거기에 제품 자체가 예쁘면 더 좋아요.

김다은

‘친환경 제품’이라고 해도 제품 구매 이유는 다양했다. 트렌드를 쫓고자, 소비를 통해 얻는 혜택이 크다고 생각돼서, 혹은 정말 환경을 생각하고 소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평범한 20대를 움직이는 요소는 디자인이었다. 예쁘기도 한 친환경 제품이 아니라, 예뻐서 사고 보니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이라는 말이 더 맞을 듯하다.

이러한 소비의 기준은 ‘친환경’에 대한 검증의 문제이기도 했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환경을 생각한 브랜드 혹은 제품인지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다.

간단하게 나와 있는 브랜드의 자체적인 홍보 외에는 뚜렷하게 검증할 방법이 어렵기 때문에 단순히 브랜드의 말만 믿어야 한다. 혹은 먼저 경험해본 이들의 후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안전한 베지테리언 원료만을 사용하여 제품을 만드는 러쉬(Lush). 러쉬 홈페이지.
안전한 베지테리언 원료만을 사용하여 제품을 만드는 러쉬(Lush). 러쉬 홈페이지

필환경 시대에 맞춰 환경을 생각한다고 무조건 값비싼 친환경 제품을 쓰는 게 답은 아니다. 친환경 제품과 더불어 일상생활 속에서 놓치고 있는 작은 부분에서 환경을 실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필환경 시대를 맞아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기업들은 그린 컨슈머리즘(Green Consumerism)의 주력 소비자가 될 20대를 위해 그들이 믿고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소통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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