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쯤은 알아야 요즘 애들
MBTI쯤은 알아야 요즘 애들
  • 이채원 (thsutleo8022@naver.com)
  • 승인 2020.03.30 10: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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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 성격유형 테스트 20대들 사이서 선풍적 인기
‘자기PR’ ‘인증욕구’ 충족, 관계맺기로도 활용

너는 MBTI가 뭐야?

[더피알=이채원 대학생 기자] 요즘 20대들이 푹 빠진 대화 주제다. 보통 친구와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쓰이거나 초면인 사람과 어색함을 해소하는 인사치레로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MBTI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MBTI가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 맺기’ 문법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MBTI는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유형 테스트다. 크게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 등 4가지 축을 기준으로 총 16가지 성격유형을 구성하고 있다. 검사자는 질문지의 응답에 따라 분류된 알파벳 네 개의 조합을 통해 자신만의 MBTI를 확인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 ‘성격’만 검색해도 성격 테스트가 연관 검색어로 따라붙는 세상이다. 이미 개인의 성향이나 성격을 알아볼 수 있는 검사들의 규모가 일정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성격 검사란 검사는 이제 싫증을 낼 법도 하다. 그런데도 20대들은 왜 이런 성격 테스트에 열광하는 것일까?

단순히 별자리나 혈액형 정보를 기반으로 한 성격 테스트의 연장선이라고 단언하기에 기존 심리테스트와 MBTI는 서로 다른 점이 많다.

우선 별자리와 혈액형 성격 검사는 일회성이고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절대적인 데 반해, MBTI는 주어지는 질문에 따라 결과가 산출되기 때문에 일정 기간을 두고 반복적인 검사가 가능하다. 또 응답에 따라 여러 기준으로 자신을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동적이다.

때문에 어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MBTI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하기도 한다.

대학생 S(23) 씨는 “휴학하고 나서 MBTI가 ENTP-T에서 ENFP-A로 바뀌었다. (휴학으로 비교적) 정서적인 안정을 느꼈는지 이전에는 신중형(T)이 그래프의 대다수를 차지했는데 지금은 자기주장형(A)이다. 너무 신기해서 몇 개월 지나면 또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즉, MBTI가 계속 변화하는 자신을 관찰하는 도구로써 이용되는 셈이다.

MBTI는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 등 4가지 축을 기준으로 총 16가지 성격유형을 구성하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MBTI의 이런 특성은 개개인의 정체성을 다양하게 구현하기 좋아하는 Z세대 특성과도 잘 맞물려 있다. 한마디로 젊은이들의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적 면모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된 것이다.

남이 보는 나, 내가 보는 나,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으로 대입해 검사해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 근거다. 결과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MBTI의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에 검사자는 자신도 몰랐던 입체적 자아를 확인하고 스스로 비교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듯 MBTI는 ‘진짜 나는 누구인지’ 알고 싶은 20대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다.

또 검사를 마친 뒤 귀여운 캐릭터와 체계적인 그래프, 흐뭇해지는 분석 결과는 요즘 20대들의 ‘인증’ 욕구를 자극한다.

인증의 연장선으로 20대들이 주로 활발히 소통하는 플랫폼인 트위터에서는 소위 요즘 것들의 ‘자기 PR타임’이 시작된다. 프로필 소개란에 ‘자신의 MBTI’를 명시하는가 하면 ‘ENTP를 위한 MBTI봇’이라는 가계정을 만들어 자신을 어필하기도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같은 MBTI’라는 이유만으로 온라인의 낯선 이들과도 내적 친밀감 형성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대학생 B(25) 씨는 “남과의 차별화를 통해 나를 뽐내는 시대 흐름 속에서, 그리고 그것이 젊은 세대만의 특징이라고 규정하는 시대 속에서 20대들은 자신의 다름이 실은 누군가와 같은 것임을 깨달았을 때 무한한 동질감을 느낀다. 결정적으로 MBTI는 그것이 사람의 유형이라고 말해주기 때문에 좋다”고 했다.

이어 P(20) 씨도 “나처럼 생각이 많은 사람은 없고 세상에 나 혼자뿐인 것 같을 때 MBTI가 너 같은 사람 많고 넌 특별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타인과 다름을 마냥 즐길 줄만 알았던 20대들에게서 이렇게 외의의 모습이 발견되기도 한다. MBTI의 활용을 통해 각자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소속감을 찾는 요즘 세대의 습성을 엿볼 수도 있다.

나아가 이제는 단순히 공유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 MBTI를 밈(Meme)을 통해 재창조하기도 한다. 검사의 대상이었던 객체에서 결과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통하는 주체로 역전했다.

실제로 유형별로 대화법이나 인기 캐릭터, 연예인에 대입해 MBTI 유형을 패러디한 자체 제작물을 만들기도 한다. MBTI의 세계관을 이용해 색다른 서사를 창조하는 감독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MBTI는 심리테스트의 경계를 뛰어넘어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놀이 문화를 개척하기도 한다.

젊은 세대의 MBTI 열풍에 전문가들은 MBTI는 유사과학일 뿐 맹신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 눈엔 요즘 세대가 주도하는 이러한 문화가 다소 가소로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요즘의 MBTI 문화는 엄연히 20대들의 시선에서 새롭게 사유하는 방식이다. 이해와 공감을 배제한 일방적인 조언은 자칫 20대들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일명 ‘꼰대’나 ‘라떼’로 호명될 수 있다.

‘남과는 달라야 하지만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차별화될 것’이라는 우리 사회가 규정한 ‘다름’의 아이러니 속에서, 쉴 새 없이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에 자신을 맞춰야 하는 20대들에게 MBTI는 자신을 남들과는 다르게 재단하기 위한 압박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바라보는 데에 소소한 돌파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려는 요즘 세대의 의식이 강해진 가운데 자신이 바라는 나와 내가 보는 나를 알아가고자 하는 다양한 질문을 맞닥뜨려 볼 수 있는 MBTI는 단연 젊은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MBTI를 둘러싼 20대들의 흥미로운 문화가 진정한 자기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길에 긍정적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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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2020-04-06 10:44:41
mbti에 대한 신선한 시각인 것 같아요 !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