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중계에 예능, 토크쇼까지…유튜브식 선거전
마라톤 중계에 예능, 토크쇼까지…유튜브식 선거전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4.0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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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고 주장하고 소개하고…콘셉트는 ‘옵션’
대외 인지도·채널 관심도 영향, “정치신인 ‘생방’ 활용”

[더피알=임경호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며 유튜브를 통한 비대면 선거운동에도 다양한 양상이 드러난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온라인 표심 공략이 전에 없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감염병 여파로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중도층보다 집토끼 결집이 더욱 중요하단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관심 지지층에 소구할 수 있는 유튜브 플랫폼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유튜브 전쟁이 한창이다.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소통을 강화해온 후보들부터 정치신인에 이르기까지 정치권 곳곳에서 채널을 운영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선거철을 앞두고 개별 후보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채널이 다수 등장한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과거 찾아보기 힘들었던 방식의 선거운동이 등장하는 등 후보별 채널 활용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유튜브 채널 '안철수'에 중계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마라톤 장면.
유튜브 채널 '안철수'에 중계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마라톤 장면.

선거판에 ‘주황색 논란’을 가져왔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유권자 지지를 호소하며 마라톤을 하고 있다. ‘천리길 국토대종주 - 희망과 통합의 달리기’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한다. 이따금 국민의당 선대위 장지훈 대변인과 최단비 후보가 등장해 마라톤 장면에 대한 해설 및 소통을 이어간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독특한 유세 방식은 선거국면에서 이슈몰이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모양새다. 일부에선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이 흘러나오기도 하지만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자신의 선거운동 방식을 조금 더 확실히 알린 분위기다.

채널을 찾은 지지자들 대다수도 안 대표의 마라톤 장면을 감상하며 응원과 격려를 보태고 있다. 9일 오후 4시 전후로 안 대표의 마라톤 장면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사람은 1400명이 넘는다. 안 대표 또한 마라톤 복장을 한 채 특별성명을 발표하는 등 이색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후보 유튜브 채널 '박경미TV' 중 작곡가 윤일상 씨 출연 장면.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후보 유튜브 채널 '박경미TV' 중 작곡가 윤일상 씨 출연 장면.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후보는 지역구와의 접점을 채널에 잘 녹여내는 중이다. 서울 서초구을에 출마한 박 후보는 ‘박경미TV’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 문화 콘텐츠의 콘셉트를 차용한 영상을 공개했다. 썸네일도 <별에서 온 그대>, <무한도전>, <엽기적인 그녀>를 모티브로 한 친숙한 이미지를 사용해 일관된 이미지를 연출했다.

지난 3월 23일자 영상에는 유명 작곡가 윤일상과 가수 리아를 등장시켜 대중과의 접점을 높였다. 이들이 박 후보의 선거송 제작에 관여하는 과정을 영상에 담았다. 20대 국회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문화계에 기여한 이미지를 영상에 활용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박 후보에 대한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4월 3일에는 선거공약을 판소리 버전으로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홍준표 후보 유튜브 채널 '티비 홍카콜라'.
홍준표 후보 유튜브 채널 '티비 홍카콜라'.

원작자의 동의 없이 웹툰 캐릭터를 패러디해 구설수에 올랐던 홍준표 후보(대구 수성구을)는 유튜브 지형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인다. 여타 정당 부럽지 않은 구독자층을 보유한 덕분이다. ‘홍카콜라’라는 친근한 채널명과 반(反) 문재인 정부라는 일관된 콘셉트가 낳은 결과다.

홍 후보가 진행하는 ‘홍준표의 뉴스콕(coke)’은 한 때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해 가짜뉴스 논란에 휩싸였지만 현재까지 채널을 유지한 결과 반정부 정치 성향을 가진 유권자를 결집하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타도 문재인’, ‘심판 문재인’ 피청구인 대통령 문재인‘ 등 메시지가 뚜렷한 영상으로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점이 특징이다. 또 지난 3월 3일에는 “제겐 꿈이 있습니다”, “어린시절은 가난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등의 문구를 과거 사진과 함께 배치해 유권자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 그의 채널 상단에서는 ‘AGAIN GREAT KOREA’라는 문구가 들어간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캠페인 슬로건(Make America Great Again)과 유사하다. 온라인 채널 곳곳에 정치적 메시지를 노출해 자신의 노선을 지지층에 어필하려는 의도가 선명히 읽힌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트럼프 캠페인 복기 ④] ‘아 옛날이여’ 자극

여당과 ‘같지만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열린민주당에서는 손혜원 최고위원과 정봉주 공동선대위원장, 주진형 정책공약단장 등 파워 스피커가 여럿 포진하고 있다. 그 중 손혜원 최고위원은 구독자 23만 명 이상을 보유한 손혜원TV를 운영 중이다. 유튜브 정치/뉴스 카테고리에서도 비교적 상위권에 자리한 셈이다.

사실상 당의 공식창구로 운영되는 이 채널은 지난 한 달간 103개 영상을 업로드 했다. 손 위원이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당 차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 채널에는 주진형 후보나 정봉주 위원장 등 정당 소속 후보들이 종종 영상에 등장한다.

손혜원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의 유튜브 채널 '손혜원TV'에 정봉주 공동선대위원장(가운데)과 최강욱 후보(왼쪽), 안원구 후보가 출연한 모습.
손혜원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의 유튜브 채널 '손혜원TV'에 정봉주 공동선대위원장(가운데)과 최강욱 후보(왼쪽), 안원구 후보가 출연한 모습.

9일 오후에도 정봉주 위원장과 최강욱 후보, 안원구 후보가 토크쇼 형식의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했다. 방송 시작 30분만에 3500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리며 후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정 위원장이 방송 중 질문을 던지자 채팅창에 관련 답변이 쏟아지는 등 방송시간 내내 채팅창이 바쁘게 움직였다.

인지도 있는 인물 외 별다른 특징적인 시도나 영상은 포착되지 않지만 구독자수를 바탕으로 한 유권자의 관심도는 여타 채널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히 손 위원을 포함해 대중에 익숙한 인물이 등장한 방송 대부분이 1만에서 10만 단위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배현진 후보 유튜브 채널.
미래통합당 배현진 후보 유튜브 채널.

미래통합당 배현진 후보(서울 송파구을)는 구독자 수에 비해 유튜브 활동은 미진한 편이다. 아나운서 출신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구독자를 4만여 명을 확보했지만 최근 한 달 사이 업로드한 영상은 5개가 전부다.

하지만 영상별 조회수는 최소 1만6000에서 최대21만뷰를 기록했다. 영상 업로드 빈도와 무관하게 다수의 유권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지도가 영상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같은 내용의 영상이 채널별로 상당한 조회수 차이를 보이는 점으로 미루어 보면, 다수의 유권자가 유튜브를 검색 플랫폼으로 이용한다는 점도 짐작할 수 있다.

배 후보가 속한 미래통합당 공식채널 ‘오른소리’에 올라온 그의 정강정책영상 조회수는 약 1만뷰 수준이지만, 자신의 채널에 올린 같은 내용의 영상은 조회수 21만뷰를 상회한다. 특정 후보에 관심을 둔 유권자들이 채널이나 영상을 검색해 직접 찾아보는 것이다.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한 영상 활용도 두드러진다. 일례로 지난 1일 ‘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는 영상에서는 아나운서를 연상케 하는 톤으로 주장을 펼쳐나갔다.

일부 후보는 유튜브보다 다른 플랫폼에 힘을 쏟는 모습이 포착된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경기 고양시갑)은 페이스북 팔로어가 35만 명에 달하는 SNS 인플루언서지만 유튜브 구독자 수는 2만 명 수준에 그친다.

영상 자체도 지역구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같은 긴급 현안도 함께 다룬다. 하지만 미디어나 다른 SNS 창구에서 그의 발언이 가지는 파급력을 고려하면 지지층이 유튜브에 쏟는 관심은 미약해 보인다. 최근 한 달간 그의 채널에 올라온 영상은 12개 수준이며, 조회수 또한 백에서 천 단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 같은 유튜브 선거전과 관련해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유튜브를 통한 홍보를 많이들 하려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정당 지지율을 높이거나 정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영상 콘텐츠 전문가인 김남훈 훈픽처스 대표도 “유튜브를 활용하려는 경향들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며 “영상 플랫폼이 새로운 선거 홍보의 장이 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기존에 유튜브를 활용하던 정치 유튜버들의 합동방송 빈도가 증가하는 등 플랫폼 활용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유튜브 '고민정TV'에 올라온 고민정X이낙연 후보 합동방송.
유튜브 '고민정TV'에 올라온 고민정X이낙연 후보 합동방송.

실제로 지난 3월 11일 민주당 이낙연 후보(서울 종로구)와 고민정 후보(서울 광진구을)가 유튜브로 실시간 합동 방송을 진행해 총 조회수 20만 뷰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미디어 수용자들도 영상 플랫폼을 통한 선거 운동에 익숙해져서 향후 이런 경향이 심화될 것”이라며 “꼭 총선이 아니더라도 대중을 상대로 영상 플랫폼을 활용하려면 미리 전략을 세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준비·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지도가 약해 상대적으로 유튜브 활용이 어려운 정치신인 등과 관련 “유튜브 영상은 축적된 구독자 수와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선거를 앞둔 지금 올린다고 당장 올라가진 않는다”며 “이 시점에 채널을 키우려고 하기 보단 생방송을 통해 영상을 노출하려는 노력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수정당 소속이나 정계에 입문하려는 일부 후보들의 유튜브 채널 관심도가 조회수 10~100 단위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따른 지적이다.

다만, 유튜브를 통한 표심잡기 효과와 관련해 이 교수는 “지역에 따라 유튜브 이용률에 차이를 보이는 등 선거운동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당 지지율과 관련된 홍보 외에는 크게 (실질적) 효과를 발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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