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배민?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공공의 적’ 배민?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4.0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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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시장이 키운 배민, 순식간에 이미지 추락
정부의 시장 개입 움직임 속속, 여론 전환 계기돼

[더피알=임경호 기자] ‘배민 수수료’ 논란으로 우아한형제들이 결국 사과했다.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업소가 생겨난 데 대해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단다. 4월 1일부로 정액제로 운영되던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변경하며 고객(자영업)층이 불같이 반발하며 불러온 사과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글까지 등장했다. 페이스북에는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차고 넘친다. 직장인들의 익명 앱 블라인드에는 우아한형제들 ‘사우’끼리 연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게르만 민족”이라는 조롱을 참아가면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시발점은 저 멀리 가고도 한참을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창업 6년 만에 흑자로 전환한 배달의민족 연대기를 세세히 알 필요는 없다. 다만 흑자전환에 성공한 2016년부터 배민 매출액이 849억→1626억→3145억→5654억 규모로 점점 커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매년 불려오던 몸집이 도드라지게 커진 셈이다. 배달앱 시장을 별개의 산업군으로 봐도 될 것이냐는 논의가 인수합병의 핵심 쟁점으로 등장할 만큼 이들은 크게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배민이 언론에 등장한 모습을 살펴보자. △“광고비에 쿠폰판매까지”…배달의민족 가입자 ‘이중부담’(뉴스1, 2017.7.17) △“비싼 수수료 굿바이”...배민 떠나는 점주들(서울경제, 2018.10.30) △배민 경쟁입찰 ‘슈퍼리스트’ 없어지지만…“수수료 부담에 자영업자 몸부림 계속될 것”(아시아경제, 2019.3.7) 등 해마다 부정 이슈에 노출됐다.

수수료 폐지나 수수료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구호가 무색해지며 배민은 어느새 ‘양치기소년’이 됐다. 문제는 이들이 양보다 영세자영업자들을 친다고 믿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 배경이다.

▷관련기사: ‘빅딜’ 배달의민족, 홍보방식 아쉬웠다

배민에 대한 일관된 부정적 인식과 달리 이들을 향한 비판은 조금씩 결을 달리 한다. 즉, 왜 나쁜지 판단하는 근거가 각각 다르다. 개별 소비자 입장에서 여론의 갈래가 다양한 점은 생각 변화의 여지를 남긴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시그널을 주지만 해당 기업은 여전히 ‘악덕’으로 귀결된다.

지금은 시장에 욕을 먹지만 배민은 사실 시장이 키웠다. 자영업자들과는 또 다른 이해관계를 형성하는 배달시장 소비자들이 이들의 등을 다독여왔다. 앞서 언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배민은 때때로 잡음에 시달려 왔지만 업주들에 비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비자들이 누리는 편리와 혜택이 뒷심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매년 공분을 사왔던 배민의 수수료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조금 다른 방향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배민의 쿠폰 혜택과 관련해 지난 쿠폰팩보다 가격이 올랐는데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해당 글에는 37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줄어든 혜택으로 인해 경쟁업체를 이용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자영업자들과 얽힌 수수료 논란보다 실질적으로 이들에게 와닿는 혜택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앱 시장의 공적 개입 당위성은 어디에 있을까. 배민의 정률제 정책에 즉각적인 대책회의로 응수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응을 두고 일각에서 섣부른 판단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점에 근거한다. 공공앱 개발부터 운영, 유지보수, 홍보에 드는 비용이 모두 세금을 통해 충당되는 데다 DB 확보 또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탓이다.

▷관련기사: [뉴스·댓글 분석] 배달의민족이 게르만민족 되기까지

배민 측은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의식해 자사 정책을 손보겠다고 물러선 상태다. 하지만 이재명 도지사는 사과의 진정성을 지적하며 한발 더 나아갈 태세를 보였다. 공공 배달 앱의 실험모델격인 군산시의 ‘배달의 명수’가 전국 지자체에 파생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공약이 등장했다. 수원시 5개 지역을 선거구로 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더불어 앱’을 개발하기로 약속했으며, 정의당은 지역별 공공 배달 앱 구축을 위한 ‘공공온라인 플랫폼 지원법’ 등 골목활성화 3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달 13일 출시한 배달의 명수 가입자가 6일까지 3만1478명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향후 민간 앱과 점유율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배민에 대해 비판 일변도로 치닫던 여론이 조금씩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렇게까지 할 일이냐’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시장 독점을 견제하는 방법 가운데 공공이 시장 개입을 넘어 시장 자체를 빼앗으려는 시도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플랫폼이 시장에 기여한 몫을 뒤로 한 채 정부가 시장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려 한다는 반감이 그것이다. 

한쪽에선 앞서 타다가 무너지는 모습이 배민에 투영되지 않을지 우려가 피어오른다.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 될때야말로 배민에 새로운 활로가 생겨날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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