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정률제 철회”… 대항마될 공공앱 개발은 계속
배민 “정률제 철회”… 대항마될 공공앱 개발은 계속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4.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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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환영하지만 공공앱 개발 입장에는 변화 없어"
우아한형제들 “그동안 관계자 의견 청취·데이터 검토 등”

[더피알=임경호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결국 손을 들었다. 정치권과 여론의 매서운 압박 속에 오픈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 하기로 결정했다. 무려 2차 입장(사과)문까지 발표한 끝에 내린 결단이다. 지난 1일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변경했지만 다시 정액제로 되돌리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배민 측은 보도자료에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의 입장을 실었다. 정률제 백지화 계획을 발표하고, 외식업주의 고충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이 같은 의견을 수용해 이전 체제로 돌아가겠다는 방침이다. 또 상시적 소통을 위해 협의체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전문가들과의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다.

상황은 일단락 되는 듯하다. 하지만 수수료제 개편이 남긴 상흔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때 늦은 입장 발표가 악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위기관리 전문가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핵심은 외부상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라며 “배민의 제도적 변화가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변화를 주는데 하필 선거 시즌에, 코로나19로 자영업자 상당수가 어려운 시즌에 제도를 변경한 게 안타까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선거시즌이다 보니 정치인이 개입하고, 가뜩이나 매출이 떨어져 영업이 부진한 자영업자들에게 비용증가 요인으로 보이는 제도를 발표하다 보니 분노가 배가 됐다”며 “외부 상황을 면밀히 살펴 내부 상황을 조율할 수 있었음에도 계획대로 가버린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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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군산시에서는 공공 배달 앱 ‘배달의 명수’를 개발·활용 중이다. 경기도는 지난 9일 군산시와 ‘공공 배달앱 기술 및 상표무상사용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경상북도와 경남 양산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공공 배달 앱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5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공약마저 등장한 상황이다.

10일 오후 6시 현재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배민의 정률제 백지화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공공 앱 개발과 관련한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경기도 대변인실 박민경 팀장도 “공공 배달 앱 개발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 변화는 없다”며 “별도의 발표가 없는 한 기존 입장과 같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 손잡고 연 매출 8억 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제로배달앱’ 개발을 천명한 소상공인연합회 또한, 배민 측 사과문과 관련해 “진정한 협의체 구성을 위해 배달의민족 측이 성의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10일 발표했다. 이어 일부 지자체의 공공 배달앱 보급 등과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앱 개발에 나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상황이 이대로 흘러간다면 입장을 철회한 민간 기업을 상대로 전국 곳곳에서 공공 배달 앱이 탄생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결과와 무관하게 시장 개입이 과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한편 배민도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어진다.

반면 공공 배달 앱 개발에 착수한 일선 지자체 등은 현 상황에서 개발을 멈추기도 애매해진 상황이다. 시스템 개발이나 관련 연구 등에 예산을 투입했다가 정지할 경우 예산 회수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또 이미 세금을 들인 사업을 마땅한 명분 없이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백기를 든 민간기업 앞에서 향후 정부가 보일 입장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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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번 사과문과 관련 “지난 월요일에 냈던 것은 입장문이었고, 이번에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라며 “그동안 데이터 관련 팀과 홍보팀, 임원 등이 새로 바뀐 서비스 체제 하에서 어떤 데이터가 쌓이는지 검토하고, 소상공인과 입점업주, 관계기관 등 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 체제로 돌리려면 시스템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한 달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며 “시기를 못박을 순 없지만 종합적으로 상황을 고려했을 때 5월 중 예전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내부적으로 나름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서 합리적인 플랫폼 체계를 만들어 공개했는데, 코로나와 같은 변수나 총선 같은 외부 상황, 소상공인의 사정 등을 폭 넓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장기적으로 합리적인 플랫폼이 되도록 차근차근 입장을 공표할 예정”이라고 정리했다.

한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대체로 배민 측 사과문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액제로 회귀 후 과거 정액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떠올랐던 과도한 깃발꽂기 등을 배민 측이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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