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20% 할인” 스타트업, 호재가 악재로
“책 20% 할인” 스타트업, 호재가 악재로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4.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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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페이, 돌발 상황에 CS 마비…고객 불만 폭주
배재광 대표 “복구에 시간 소요…고객들께 죄송”
인스타페이 소개 이미지.
인스타페이 소개 이미지.

[더피알=임경호 기자] 도서정가제를 상회하는 할인율과 결제 편리성을 내세워 소비자를 불러모은 스타트업 ‘인스타페이’가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대규모 배송 지연 사태로 고객들의 문의와 항의가 빗발쳤는데 제때 응답하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온라인엔 해당 업체를 비난하는 게시글이 넘쳤고, 업체 대표 SNS에도 고객들이 항의글을 남겼다. 자원 한계와 경험 부족으로 고객 관계관리에 종종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 PR에 경종을 울릴만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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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페이는 정가나 10% 안팎의 할인율로 책을 구입할 수 없던 도서정가제를 비껴가는 방법으로 할인율을 20%까지 끌어올려 관심을 끌었다. 전에 비해 비교적 비싼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던 애독가들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자리했다. 지난해에는 대학강의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하며 고객이 몰리기도 했다.

올해도 비슷한 행사를 진행했다. 상반기 개강 시즌에 맞춰 대학 교재 할인 행사를 열었던 것이다. 권당 가격이 일반 도서보다 훨씬 비싼 축에 속하는 대학교재를 노린 업체 측의 마케팅은 그대로 적중했다. 주문량이 늘었고 업체는 또 한 번 호황을 누리는 듯했다. 하지만 일은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다. 늘어난 주문량이 독이 되어버린 사례다.

인스타페이 측에 따르면 주문량을 감당하기 위해 새롭게 거래를 시작한 물류업체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기존에 업체가 담당해야 할 고객 배송 정보조차 넘기지 않은 채 거래를 중단해버린 게 문제의 시초다. 때문에 이 업체가 맡을 예정이던 주문량의 20%(=약 1만 건)와 관련, 정보 공백이 생겨버렸다. 인스타페이 임직원은 당황했고, 일일이 정보를 확인하기에 이른다. 일주일 넘게 이들이 철야를 강행한 이유다.

인스타페이 인스타그램 공지 및 후기.
인스타페이 인스타그램 공지 및 후기.

소비자들은 항의했다. 늦어도 너무 늦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개강 시즌을 맞아 대학교재를 주문했던 학생들이 피해를 호소했다. 이들 중에는 2주 넘게 걸려 책을 받았지만 그마저 주문한 책을 모두 받진 못했다는 이야기나 나온다. 또 일부 책은 먼저 받고 나머지 책을 한 달 가까이 기다리는 중이라는 소비자도 있다.

이 과정에 인스타페이는 실수를 인정했다. “고객들게 죄송하다”고도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감당할 정보(주문)량이 기존 인력으로 감당하기에 방대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전 직원이 정보 공백에 매달리며 고객 응대마저 제때 할 수 없었다고 업체 측은 해명했다.

소비자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 이메일, 회사 전화, 업체대표 전화 등 업체 측이 5개 채널을 가동하고 있는데 어느 곳도 연락이 제대로 닿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배송 문제에 따른 취소나 환불 처리도 자유롭지 못해 화를 키웠다. 일단 결제가 완료되면 해당 앱 내에서는 환불 요청이 어려운 시스템 때문이다.

호재와 악재의 동시간대 발생은 결국 업체에 이미지 악화를 불러왔다. 시장에 진입하는 신생 스타트업 포지션상 초기 기업이미지는 재이용 고객 확보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사태로 불편을 호소해온 고객 다수는 재이용 의사를 묻는 질문에 한결 같이 “없다”고 답했다. 일부는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앱을 지울 예정”이라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 개강 시즌마다 고객이 집중되는 인스타페이지만 향후 고객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3월 중순경 책을 주문한 A씨는 “일주일이 지났는데 책이 오지 않아서 페메(페이스북 메시지), 인스타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문의를 했는데 다 씹혔고, 회사 전화는 받지도 않았다”며 “블로그를 통해 회사 대표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환불 요청을 하다가 자꾸 환불을 안 해주려 해서 결국 소리지르며 싸웠다”고 전했다. A씨는 이 문제로 업체 측과 5~6일간 연락을 주고 받았다.

B씨도 “책을 받긴 받았는데 총 4권 중 3권은 받고 1권은 출고가 안 된다고 (업체에서) 자동 취소했다”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로는 답장이 오지 않아 (대표) 개인번호로 문의를 했다”고 말했다. B씨 또한 배송 및 환불 문제로 업체 측과 2~3일간 연락을 주고 받았다.

배재광 대표는 “초기 복구에만 일주일 정도 소요된 데다 추가적으로 시스템을 복구하는데 16~17일이 걸렸다”며 “기존 CS 인력(2명)에 저까지 더해 3명이 돌아가며 연락을 드렸지만 전혀 연락이 안 됐던 분들도 계셨을 것”이라고 재차 고객들에 사과했다.

또 배송 시기나 여부 등과 관련해 고객들과 혼선을 빚은 부분에 대해 “문제가 발생한 뒤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의가 쏟아지다 보니 명확한 답변을 드리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이중배송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지만 문제들 대부분을 수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업체 측은 배송과 관련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배송 시간과 관련된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송 예정 기간 등을 고객이 사전에 알 수 있게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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