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PR이란
차이나는 PR이란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04.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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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한 PR전문가의 강연을 보며

PR을 PR하라

[더피알=강미혜 기자] 일반인들이 보면 말장난 같고 전문가들이라면 자존심 상할 이 말은 지금도 PR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공공연히 나온다. 실제로 최근 만난 원로 PR인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퍼블릭 릴레이션즈(Public Relations), 우리말로 풀이하면 ‘공중관계’라는 의미의 PR은 한국에서 수십 년간 사용돼 왔지만 여전히 비주류의 용어에 가깝다. 공중은 ‘대중’이라는 주류 단어에 밀리거나 혼용해 사용되고, 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성을 의미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공중관계’라는 말이 PR을 대체할까

그러니 PR은 활용도 해석도 제각각이다. 널리 알린다는 홍보(弘報)로 쓰이거나 광고·마케팅과 비슷한 활동쯤으로 여겨진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대체용어가 빠르게 부상했지만 지금도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홍보인’ 또는 ‘홍보쟁이’로 명명된다. 심지어 기자들 사이에선 얕잡는 표현의 ‘홍바리’로 불리기도 한다.

정치권으로 가면 더 가관이다. 자신들의 이해와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는 선전·선동이 PR로 포장되고, 광고나 브랜드 전문가들은 PR전문가로 쉽게 포지셔닝되어 분야를 넘나든다.

물론 PR의 태생이 선전이고, 역사적으로도 그렇게 활용됐으며, 광고나 브랜딩의 속성을 일정 부분 내포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독자 학문으로 존재하며 전공자를 배출하고 수만명에 이르는 종사자들이 업계에 몸담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안타까운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PR하는 사람들이 PR을 제대로 PR하지 못했기에 빚어진 촌극이다.

▷관련기사: 도대체 누가 ‘홍보전문가’인가?

22일 방영된 JTBC ‘차이나는 클라스’는 그래서 더 의미 있었다. PR전문가가 대중의 언어로 PR을 바꾸지 않고 정공법으로 그 의미와 효용성을 대중매체를 통해 공론화한 시간이었다.

22일 방송에 출연해 PR에 대한 강의한 이종혁 교수. 화면 캡처

강연자로 출연한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프로파간다(선전)는 사실과 관계없이 목적을 위해 설득하는 것이고, PR은 사실에 기반해 공중과 호의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설득하는 것”이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나아가 우리 생활 요소요소에 어떻게 PR이 스며들고 있는지, 그리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사회를 바꾸는 건강한 소통을 할 수 있는지를 경험을 토대로 나눴다.

이 교수가 소개하는 여러 PR활동을 일반인 시선으로 지켜본 연예인 패널들 입에서 “차원 높다” “머리 좋다” “소름 돋는다” 등 여러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일정 부분 방송에 필요한 리액션이 섞여 있음을 감안해도 제3자 관점에서 봐도 유익하고 재미있는 클라스(class)였다.

“아빠는 무슨 일을 해요?”라는 여섯 살 아들의 물음에 ‘아직도 누군가에게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백한 한 PR인의 난감함을 이날의 방송이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을 듯하다. 아들이 좀 더 크면 이해하기 쉬울 내용이지만 아빠의 일을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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