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깡’ 하려는 SNS 담당자가 명심할 점
‘1일 1깡’ 하려는 SNS 담당자가 명심할 점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20.05.0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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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부정적 의미 담긴 밈의 위험성
기업·기관 소통 활용시 기원부터 함의 꼼꼼히 살펴야

[더피알=조성미 기자] ‘1일 1깡’. 가수 비의 노래 ‘깡’을 하루 한 번 감상해야 한다는 온라인상의 밈(Meme)이다. 2017년 12월 발매된 깡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유튜브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늘어나고 있다. 조회수 700만을 돌파했고 댓글은 7만개에 가까워지는 등 최근 온라인에서 가장 트렌디한 아이템이 됐다.

자연히 ‘깡’ 편승 시도도 많아지고 있다. ‘깡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커버 영상이 만들어졌고, 유튜브 채널을 키워가려는 이들도 계속해서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영방송인 KBS도 별난 놀이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케비넷(KBS청주)’을 통해 2017년 뮤직뱅크에서 선보인 무대를 ‘1일 1깡 교과서’라는 이름으로 게시했다. 깡을 패러디하려는 이들을 통해 높은 조회수를 끌어모으고 있다.

여주시는 산불조심 홍보 영상을 깡 커버로 제작, 한 달여만에 5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공무원이 산림공원과의 협찬을 받은 ‘산불조심’이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깡의 안무를 소화한다. 댄스 커버 영상 위로는 큼지막한 글씨로 산불예방 수칙이 지나간다.

젊은층 사이에서 워낙 관심도가 높다보니 콘텐츠 자체로 소통도 잘 이뤄지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 찾아와 댓글을 달기도 하고, ‘화재가 났을때 비가왔음 좋겠다는 것을 비유해주셨군요’라는 꿈보다 해몽식의 반응도 보인다. 덕분에 평소 같았으면 아무도 보지 않았을 산불조심 캠페인 영상의 도달율을 높였다.

이에 힘입어 여주시는 또 다른 비의 노래 ‘30 SEXY’를 패러디해 재난소득을 알리는 영상을 선보였다. 또한 충주시 홍보맨은 지난 5일 수안보 특산물인 꿩을 홍보하는 깡 커버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공공기관의 전형적 이미지를 벗은 공무원스럽지 않은 이같은 행보에 많은 이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사실 비의 ‘1일 1깡’은 그다지 긍정적 의미의 밈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비가 달라진 대중음악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하고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모습을 촌스럽게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놀림의 성격이 있기에 자칫 선을 넘길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통계청은 1일1깡 밈에 숟가락을 얹으려다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깡 뮤직비디오 조회수를 39.831 UBD라고 댓글을 단 것이 조롱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사과문까지 올렸다.

‘UBD’라는 것도 2019년 2월 개봉한 비 주연의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파생된 밈이다. 관람객 17만2212명으로 흥행에 실패한 것에 빗대어 만들어진 ‘17만=1UBD’라는 단위를 활용했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1UBD’는 안되고 ‘1일 1깡’은 되는 것이 아이러니하긴 해도, 사실 이 자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온라인 여론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다. 조롱과 유머 사이에 알 수 없는 선이 있다. 농담으로 던졌지만 대중들이 유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의도가 어떻든 선을 넘은 것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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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혹은 공중과 소통하기 위해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소셜 채널에서 일어나는 실수를 수없이 봐왔다. 누리꾼들이 스스로 유머로 생산, 소비하는 것과 공식 채널을 통해 조직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나가는 것은 본질적으로 목적이 다르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니까’ 혹은 ‘누리꾼이 재미있어 하니까’라는 말로 콘텐츠 마케팅의 이유를 찾아서는 안 된다.

밈이 만들어지고 여러 사람을 거치는 동안 본래 의미는 희석되고 재미만 남아있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석될지 모를 일이다. 트렌드에 편승하더라도 그 안에 품고 있는 이야기까지 살펴봐야 한다. 재미만을 좇다간 안 하느니만 못한 긁어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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