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현장] 침대 회사가 꾸린 철물점
[마케팅 현장] 침대 회사가 꾸린 철물점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5.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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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Simmons Hardware Store) 탐방

[더피알=정수환 기자] 시몬스에서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지난달 오픈했다. 아직은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고 있기에 브랜드 공간을 만나는 것이 가뭄에 콩나듯 어려운 상황.

그래서인지 젊은층 사이에선 ‘인스타 핫플’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기자 역시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으로 접했다. 휴일에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한 채, 실제 공간을 찾아갔다.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의 외관. 많은 사람들의 인증샷에는 이 강렬한 외관이 담겨있었다. 사진 정수환 기자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의 외관. 많은 사람들의 인증샷에는 이 강렬한 외관이 담겨있었다. 사진: 정수환 기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빨간 타이포그래피의 상호명이다. 그 맞은편에는 마스크를 낀 열두 명 남짓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며칠 내내 10명 이하로 지속된 상황(방문일은 5월 2일)이라 조금은 안심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드웨어 스토어는 서울 성수동에 위치해 있다. 시몬스 측은 “불황을 모르는 소위 힙(Hip)한 상권이라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고 매출까지 잡을 수 있다”고 장소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적은 대기 인원에 비해 줄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지 않았다. 입장까지 40분 정도는 기다려야 했다. 팝업스토어의 입장 최대 인원이 4명이었기 때문. 사람들은 여러 제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무엇을 구매할지 고민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그간 언택트로 소비하며 제품과 대면접촉을 못했던 한을 푸는 게 아닐까. 

대기줄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이 보이자, 작업복을 입은 직원은 “마스크 없으면 입장이 불가합니다”고 말했다. 어떤 반응이 나올까, 혹여 그냥 들어가게 해달라고 실랑이가 벌어지면 어쩌나 걱정하던 것도 잠시, 젊은 손님은 알겠다며 짐을 일행에 맡긴 뒤 마스크를 사러 나섰다. 안심이 됐다.

입장을 대기하다보면 이와 같은 안내문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사진 정수환 기자
입장을 대기하다보면 이와 같은 안내문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사진: 정수환 기자

아직은 체험 공간을 여는 게 조심스러웠을 터. 시몬스 측은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매장을 매일 소독하고, 체온 체크 후 손님들을 입장시키며, 대기 시에도 마스크 착용을 필수로 권하고 있다. 4명 이하로 출입 인원을 제한한 것도 이런 이유다. 기자 역시 이 모든 수칙을 지키며 스토어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브랜드지만 팝업스토어 콘셉트는 철물점이었다. 작업복(점프수트)과 안전모, 그리고 각종 공구가 가장 눈에 띄었다. 외에도 문구류, 식기류 등 다양한 제품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의 구매 목록에 안전모는 꼭 하나씩 있었다. 이날 함께 매장을 찾은 기자의 어머니는 이런 걸 왜 사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판매 물품 중 안전모. 잘 팔리는 물품 중 하나다. 사진 정수환 기자
판매 물품인 안전모. 잘 팔리는 물품 중 하나다. 사진: 정수환 기자

어머니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매장 안 손님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20대 여성은 “인스타그램에서 워낙 핫한 장소기에 방문해보고 싶었다. (안전모와 같은 것이) 일상생활과 상관이 없는 제품이긴 해도 요즘 빈티지, 뉴트로가 트렌드 아닌가. 그래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7만 원짜리 점프수트를 구매한 한 20대 남성은 “사람들이 모이는 특별한 자리에 입고 나가면 주목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샀다. 또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길래 구매한 측면도 있다. 나중에 비싼 값에 리셀(Resell)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머니의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저 제품들이랑 시몬스가 대체 무슨 상관이야? 자사 제품인 침대를 저렇게까지 안 드러내도 되는 건가. 그리고 아무리 요즘 트렌드라지만 공사장에서 일할 것도 아니고 안전모를 대체 왜 사는지...”

점프수트 역시 인기 상품 중 하나다. 사진 정수환 기자
점프수트 역시 인기 상품 중 하나다. 사진: 정수환 기자

추후 시몬스 측에 해당 콘셉트를 문의한 결과 “올해로 창립 15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 화려한 역사에 대해 일방적으로 나열하고 싶진 않았다. 오히려 요즘 소비자들이 보고 듣고 싶어 하는 톤앤매너로 호흡하며 가볍게 접근하고자 했다”는 답변을 얻었다.

시몬스 관계자는 이어 “젊은 세대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에 브랜드 로고와 한 세기에 걸쳐 선보여 온 광고 이미지 등을 활용해 디자인했다. 그렇게 시몬스 150년의 역사를 우회적으로 담았다”고 덧붙였다. 중년의 어머니는 타깃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름 그들의 타깃 소비자 층 끝자락에 걸쳐있는 기자는 안전모와 미니 소화기를 구매하고 나왔다.

물론 물건을 구매하는 데는 또다른 속사정이 있었다. 팝업스토어 매장은 상당히 협소한 편이다. 직원 3명에 손님 4명이면 공간이 꽉 찼다. 구매를 하지 않으면 눈치 아닌 눈치가 보였다. 주변 다른 손님들이 어떤 물품을 얼마만큼 사는지 눈에 훤히 보이는 상황에서 물품을 안 사기도 애매했다. 미묘한 분위기(?)에 기자의 어머니마저 노트와 슬리퍼를 구매했다.

스토어 내부. 매장이 협소한 편이다. 시몬스 제공
스토어 내부. 매장이 협소한 편이다. 시몬스 제공

엽서와 스티커 등은 무료로 제공됐다. 인스타그램에 게시글을 올리면 랜덤으로 물품 뽑기도 가능했다. 프랑스 아티스트 장 줄리앙(Jean Jullien)이 제작한 한정판 카카오톡 이모티콘 쿠폰, 마그넷을 기념품으로 나눠줬다. 무료로 나눠주는 물품에는 시몬스의 브랜드가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매장을 나오니 입장했을 때보다 더 긴 줄이 있었다. 모두 젊은 사람들뿐이었다. 시몬스 측은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인상이나 감명(Impression)을 주는 것이 아닌,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인식, 느낌(Perception)에 집중하는 소위 요즘 세대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성수동에서는 6월까지 운영하고 이후에는 이천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한다. 지역과 소통하는 소셜라이징(Socializing)을 콘셉트로 내세웠다는데, 힙한 공간 성수에서 상대적으로 덜 힙한 이천으로 갔을 때 어떤 방식으로 소셜라이징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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