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못 젓는’ 한국프로야구의 딜레마
‘물 들어올 때 노 못 젓는’ 한국프로야구의 딜레마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05.08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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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차 가공물 단속 강화…움짤도 금지
저작권 권리 보호 당연, 글로벌 흥행·홍보 기회 못살리는 측면도
무관중으로 개막한 프로야구가 전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저작권으로 인한 2차 가공물 단속 강화로 팬들의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무관중으로 개막한 프로야구가 전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저작권으로 인한 2차 가공물 단속 강화로 팬들의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안해준 기자] 무관중으로 개막한 국내 프로야구가 미국 스포츠 방송사 ESPN에도 중계되면서 전세계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유일하게 재개된 스포츠 리그라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뜻하지 않게 글로벌 마케팅 호재 상황을 맞았지만, 야구팬들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물 들어올 때 노 못 젓는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KBO리그가 최근 저작권 단속을 강화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콘텐츠 확산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KBO는 리그 중계권을 방송사와 뉴미디어 사업자에 각각 판매하면서 권리자 외 경기 영상을 온라인상에서 2차 콘텐츠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움직이는 GIF파일인 소위 ‘움짤’도 위반 사례에 해당된다.

이같은 방침에 팬들은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저작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장외에서 즐길거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해외중계로 모처럼 한국 프로야구가 글로벌 시장에서 눈도장을 찍을 수 있게 됐는데, 2차 가공물 생산 제한이 리그 흥행은 물론 신규팬 유입까지 막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현재 KBO리그의 뉴미디어 중계권은 LG·SK·KT 등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사 2곳이 연합한 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5년간 총 1100억원 규모의 뉴미디어 중계권을 지난해 2월 체결했다. KBO리그 중계권 사업을 맡고 있는 자회사 케이비오피(KBOP) 관계자는 “중계권료를 지불한 컨소시엄 등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며 단속 강화 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저작권 보호는 원 저작권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의 메이저리그나 NBA(미국프로농구)도 영상을 비롯한 2차 콘텐츠에 대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또 스포츠뿐 아니라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 내에서도 저작권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관련 기사 : 삐빅- 유튜브 저작권 위반입니다

하지만 저작권 강화 방침에 따른 역효과도 우려된다. 특히 팬들이 올리는 움짤의 경우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서 ‘밈(Meme)’으로 공유, 확산되며 화제를 일으키곤 하는데 이제는 그조차도 어려워졌다.

더군다나 KBO리그의 공식 유튜브 채널도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채널 구독자 수만 봐도 10개 구단 중 가장 구독자 수가 적은 수원 KT위즈(2만1000명)보다 만 명가량 떨어진다. 사무국 혼자 하기 어려운 홍보를 다수의 팬들이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불만을 가진 일부 팬들은 ‘(팬슈머) 시대를 역행한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개별 야구단 입장에서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프로야구단 A팀의 홍보담당자는 “개별 구단도 경기영상을 유튜브 등에서 2차 콘텐츠로 사용할 수 없다”며 “현재 덕아웃(dugout-경기동안 선수, 코치들이 대기하는 장소) 화면 정도만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구단들도 치어리더의 응원 영상, 덕아웃 상황을 주요 콘텐츠로 내보내고 있다. 무관중 경기로 인해 팬들과의 비대면 소통이 중요한 상황에서 스킨십 할만한 소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KBOP 측은 “팬들의 의견을 잘 인지하고 있다. (저작권 강화에 따른) 여러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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