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도 멈췄지만 국제PR 목적지 향해 다시 가야죠”
“비행기도 멈췄지만 국제PR 목적지 향해 다시 가야죠”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5.1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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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 창간 10주년 특집- 원로를 만나다②] 낸시 최 씨제이스월드 대표

[더피알=정수환 기자] 2010년 5월. 더피알 창간호 인터뷰이로 등장했었다. 그리고 10년이란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낸시최 씨제이스월드 대표. 더피알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만난 직업PR 원로 두 번째 주자다.

그는 여전히 ‘국제PR 마당발’이라는 별칭답게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로 바쁘게 일상을 소화하고 있었다. 이내 인터뷰를 일로만 생각하면 서로 재미없지 않냐고 편하게 대화하자는 모습에서 그가 오랫동안 업계에 몸담는 비결, ‘사람을 편하게 하는 능력’을 실감했다.

낸시 최 대표는... 한국국제PR협회(IPRA) 한국지부 부회장, EWHA A&P 초대 회장, 주한 외국 관광청 협회(ANTOR) 회장 등을 역임했다. 오스트리아 요한 스트라우스 골드메달, 국가 공로 훈장 은장 수상했고, UNIAPEWP 평화 대사직, 평창올림픽유치 글로벌 홍보 및 미디어 캠페인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도 수행했다. 사진: 더프레임 송은지 실장
낸시 최 대표는...한국국제PR협회(IPRA) 한국지부 회장, EWHA 초대 회장, 주한 외국관광청협회(ANTOR) 회장 등을 역임했다. 오스트리아 요한 스트라우스 골드메달, 국가공로훈장 은장을 수상했고, UNIAPEWP 평화 대사직, 평창올림픽유치 글로벌 홍보 및 미디어 캠페인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도 수행했다. 사진: 더프레임 송은지 실장

더피알 창간호 때 인터뷰이로 등장하셨는데 이번 10주년 기념호 인터뷰이로 또 모시게 됐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새로운 10년을 맞이했죠. 계속 해왔던 국제PR은 물론, 저희 업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드러내는 데 집중했어요. 페이스북, 뉴스레터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죠. 인플루언서, 블로그 등에는 힘을 쏟지 않았어요. 맛집, 호텔 등 여행지의 세부적인 소개보다는 여행지 전체를 그려내고 동기부여를 하는 방식으로 PR을 진행하려고요. 어쨌든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그 변화를 업무에 적용해야 하니 바빴답니다. 노르웨이 관광청 홍보 일을 하며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에서 오슬로 직항 전세기를 띄우려 노력도 했죠.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외 전반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특히 여행, 관광업이 어렵기에 체감도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그동안 IMF 등 힘든 세계적 위기가 많이 있었지만, 비행기가 뜨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모든 비행편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은 정말 처음이랍니다. 사실 이건 세계화의 문제라고 봐요. 세계가 하나가 됐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전염도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된 것 같아요. 여행, 관광업을 하고는 있지만 세계화가 마냥 좋은 건 아니구나,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었죠.

그동안 축적된 글로벌 네트워킹이 어마어마할 것 같아요. 다른 국가 사람들은 현재 코로나 팬데믹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요.

심각하게 느끼는 건 다 똑같죠. 제가 관광청 홍보를 맡고 있는 국가들도 다 재택근무를 하며 지내고 있어요. 북유럽 쪽은 겁을 먹고 있지만 그나마 식료품 가게도 가는 등 일상생활을 유지하려고 하는 데 반해 서유럽, 남유럽 같은 곳은 정말 힘든 것 같아요. 일본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매한가지고요.

일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10년 전 이맘때 일본 토요타 급발진 사태로 온 세계가 떠들썩했습니다. 대표님께선 당시 ‘일본식 대응’의 한계를 지적하셨고요. 이번 코로나 사태에선 재난 대국답지 않은 일본 정부 대응이 또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세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일본은 업데이트가 필요한 나라 같아요. 한국은 변화의 물살을 급속도로 타고 있지만 일본은 정체돼 있죠. 거기는 아직도 사인보다 도장을 쓰잖아요. 현금을 주로 써서 제가 아는 일본 사람들에 의하면 집에 현금 1억씩은 모두 보유하고 있대요.

독일 관광청 일본지사 사람이랑 연락하고 있는데 마스크가 너무 부족한가 봐요. 집 주소를 알려 달라 하고 마스크를 보내줬는데, 급박한지 답변으로 한 줄의 감사 인사가 오더라고요.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거죠. 일본은 생각보다 코로나19로 겪고 있는 고통이 더 심각한 것 같아요.

낸시 최 대표는 세계 각국 상황을 지켜보며 미증유의 위기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 더프레임 송은지 실장 

대표님께서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그래도 액션을 취하려고 노력하죠. 저희는 사실 얼마 전에 보도자료를 하나 보냈어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여행업계에선 거의 보도자료를 뿌리지 않고 있거든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꼭 가보고 싶은 국립공원들’이라는 주제였어요. 봐 뒀다가 나중에 가보길 바란다는 식이죠. 뭐라도 하는 거죠.

조금 시간이 지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끝이 보일 즈음엔 컨퍼런스도 다시 열고, 프레스 투어도 진행해볼 예정이에요. 그렇게 제가 맡은 목적지들을 다시 알릴 겁니다. 저는 자신 있어요. 이렇게 하면 제 목적지는 분명 다시 살아날 거예요.

국제PR의 선구자 중 한 분이십니다. 지난 10년 새 온라인·소셜미디어의 발달로 PR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국제PR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각국에서 서로 많은 걸 공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늘었어요. 이전에는 각 나라의 방식으로 진행되던 게 많았다면 최근에는 PR의 도구, 지식들을 모여서 많이 공유하죠. 제가 속해있는 PRBI(PR Boutiques International)란 조직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있어요. 일 년에 한 번씩 모두 모이는 컨퍼런스를 꼭 하고, 새로운 PR의 경향이나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며 함께 하려는 움직임이 더 많아졌어요.

올해도 원래 암스테르담에서 컨퍼런스를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모일 수가 없네요. 그래서 아쉬운 대로 화상으로라도 회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씨제이스월드도 올해 어느덧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오랜 세월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1996년, 비엔나에서 열린음악회를 개최한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게 가능했나 싶죠. 열린음악회가 영어로는 오픈 콘서트여서, 오픈 콘서트를 개최할 거라고 비엔나 측에 얘기했더니 창문을 다 열어놓고 하는 콘서트냐고 말하더라고요.(웃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했던 일은 조금 다른 의미로 강렬하죠. 2018년에 성공적으로 개최해서 정말 다행이지만, 제가 유치 홍보를 다녔던 2003년부터 2007년은 정말 힘든 해였어요. 올림픽 개최지 발표날, 모든 카메라가 캐나다 밴쿠버를 향해있더라고요. 그리고 결국 2010년 올림픽 개최지로 밴쿠버가 선정됐고요.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는 말을 처음 체감했어요. 발이 퉁퉁 부어 구두를 못 신을 정도였죠. 그런 충격은 처음이었어요.

또 제가 관광청 홍보를 맡을 때 공교롭게도 해당 국가의 굵직한 이벤트들을 담당했어요. 마틴 루터 500주년, 바우하우스 100주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 모차르트 탄생 200주년 등 거대한 이벤트들을 기획하고 프로모션한 것도 기억에 남네요.

낸시 최 대표는 위기가 닥쳐도 혼자 삭이는 편이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비즈니스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한다. 사진: 더프레임 송은지 실장
낸시 최 대표는 위기가 닥쳐도 혼자 삭이는 편이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비즈니스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한다. 사진: 더프레임 송은지 실장

위기나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아요.

뭐니 해도 가장 큰 위기는 클라이언트가 없어졌을 때죠. 굉장히 공을 들였던 국가들이 떠나가면 상당히 슬퍼요. 하지만 저는 이를 속으로 삭이는 편이에요. 어차피 그 위기는 본인만이 해결할 수 있고요. 그래서 뒷말도 안 남고 깔끔하게 비즈니스를 정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자존심이 좀 센 편이기도 한데, 그냥 명상이나 하며 화를 다스리는 편입니다.

“PR인은 자기관리 필수…잘나야 하지만 잘난척 안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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