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넷플릭스’ 연합전선 구상 전에 배워야 할 점
‘타도 넷플릭스’ 연합전선 구상 전에 배워야 할 점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06.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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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웨이브 대표, ‘국내 OTT 통합론’ 꺼내
시장 반응 냉랭…콘텐츠·타깃 전략 안보여
봉준호 감독의 원작 '설국열차'를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한 넷플릭스의 설국열차2.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를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했다. 넷플릭스 제공

[더피알=안해준 기자] 최근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WAVVE)의 이태현 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웨이브·티빙·왓챠를 통합하자”며 깜짝 제안을 했다. 국내 OTT 시장 1위를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서비스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토종 플랫폼들이 뭉쳐서 이루자는 셈이 깔린 발언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회의적 시선이 짙다. 웨이브 출범 전에도 ‘넷플릭스 대항마’로서 자리 잡기 만만치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는데, 그렇다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른 대안’을 공론화하는 것을 두고 ‘이른 포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구나 OTT 이용자들은 국경이 없는데, OTT 사업자들은 국내외를 갈라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는 생각 자체가 ‘글로벌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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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용자들의 반응도 차갑다. 넷플릭스를 이기기 위해선 당장 몸집 불리기보다 자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특히 넷플릭스가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홍보하는 방식이 국내 서비스와 비교된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 ESPN 방송사가 제작해 최근 넷플릭스에서도 방영 중인 전설적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을 그린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를 통해 넷플릭스의 ‘차이나는 클라스’를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총 10부작으로 구성된 더 라스트 댄스를 순차적으로 방영하는 동시에 온라인상에서 바이럴 효과가 큰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홍보에 나섰다. ‘뽈인러브’, ‘하승진’, ‘터치플레이’ 등 전·현직 농구선수와 유튜버들이 잇달아 콘텐츠 리뷰를 선보여 관심을 유도했다.

OTT 이용층에 맞는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 방식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하면서 화제성을 새롭게 지속, 확대시켜나가는 모습이다. 구독모델의 특성상 기존 고객(이용자)을 유치하고 신규 유입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콘텐츠를 소비할 때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는 점도 만족도를 높인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 한몫한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플랫폼에서만 소비할 수 있는 독점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형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을 글로벌 무대에서도 보여준다. ‘킹덤 1,2’, ‘인간수업’ 등의 작품들이 연이어 호평 받으면서 흥행력과 가능성을 모두 입증했다. 예능, 다큐, 코미디 등 독점 콘텐츠의 장르를 확장하고 있는 점도 폭넓은 시청자를 잡기 위한 방법이다.

넷플릭스의 다양한 시도는 소비자들에겐 ‘비슷한 가격이라면 조금 더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한 넷플릭스를 본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소비자들이 웨이브, 티빙(TVING), 시즌(Seezn) 등에게 바라는 것도 바로 이 점일 것이다. 이제라도 국내 서비스들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확대하고 사용자들의 이용 경험을 높이는 콘텐츠 개발과 서비스 개선과 차별화된 홍보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투자를 앞세운 ‘글로벌 공룡’ 앞에서 토종 플랫폼이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볼멘소리는 새로운 콘텐츠와 콘셉트를 개발해 유튜브 생태계를 점령한 개인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에 비춰볼 때 ‘뒤늦은 변명’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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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를 비롯해 국내 OTT 플랫폼 가입자 수는 증가 추세지만 여전히 방송사의 드라마·예능과 영화가 콘텐츠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당 IP(지식재산)를 웨이브 플랫폼 자체적으로 소화하지 않고 외부에서 가지고 오는 만큼 적극적으로 홍보하거나 2·3차 소스로 활용하기엔 여러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심지어 각 방송사는 자사 프로그램을 클립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고 있다. 굳이 웨이브와 티빙이 아니더라도 콘텐츠를 소비할 방법이 많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플랫폼을 꾸준히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례로 ‘왓챠 플레이’의 경우 큐레이션을 통해 사용자가 볼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점이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웨이브와 시즌도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 중인 만큼 콘텐츠 경쟁력 확보와 트렌디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임이 틀림 없다. 

사실 소비자들은 OTT 플랫폼 자체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더이상 볼 콘텐츠가 없고 관심이 떨어지면 아무리 넷플릭스라도 떠나는 게 바로 OTT 시장이다. 국내 서비스들이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것을 누가 실행하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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