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는 무슨 자신감으로 ‘어그로’를 끌었나
롯데리아는 무슨 자신감으로 ‘어그로’를 끌었나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7.0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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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접는 버거 출시 맞춰 ‘버거 접습니다’ 광고 선봬
긍부정 반응 양립, 사측 “가성비와 가심비 신경…신제품에 관심 많아져”

드디어 버거 사업을 접는다고? 잘 됐다. 얼른 접어라

맛도 없는데 잘 됐네. 롯데리아는 버거 사업 접어야 함

[더피알=정수환 기자] 롯데리아가 ‘접는 버거’를 출시하기 전 내놓은 티징 광고에 달린 일부 댓글이다. 저 댓글을 단 사람들은 이미 알았을지 모른다. 롯데리아가 버거 사업을 접는 것이 아니라 신제품 출시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버거 접습니다 마케팅에 사용된 포스터
버거 접습니다 마케팅에 사용된 포스터

물론 진짜 가게를 접는 거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롯데리아 한 아르바이트생이 ‘접습니다 광고’가 걸린 날에만 20명 가량이 매장으로 들어와 가게 존폐 여부를 물었다고 하니 말이다. 웃자고 던진 카피에 진지하게 롯데리아를 비판한 댓글이 달리는 사정은 참작할 하다.

사실 롯데리아는 불명예스러운 햄버거 프랜차이즈였다.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소비자들도 롯데리아 햄버거에 적잖이 불신을 갖고 있었다. ‘또 부실하겠지’ ‘또 맛이 없겠지’ 등 롯데리아 버거를 좋아하는 소비자보다 다른 프랜차이즈의 햄버거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그렇기에 색다른 마케팅이 나와도 내실에 비해 겉모습만 화려하다고 비판받았다. 그 이미지가 누적된 탓인지 이중적으로 읽히기 바라고 만든 광고문구에서, 바이럴 효과는 가져오지 못한 채 부정적인 의미만 강조되는 듯했다.

‘또 헛발질을 했구나’ 싶을 즈음 분위기는 의외로 다르게 흘러갔다. 롯데리아의 고착된 이미지에 동조하는 사람들만큼 이에 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꽤 등장한 것이다.

마케팅의 의도를 눈치 챈 사람들은 귀여운 어그로라며 넘어갔고, 오해를 한 사람들도 ‘롯데리아는 내 최애 프랜차이즈인데 없어지면 안 된다’ ‘지방에 사는 사람인데 진짜 매장 없어지는 줄 알고 식겁했다’는 등 상실의 슬픔과 놀라움을 토로했다.

롯데리아 폴드버거 광고. 유튜브 캡처
롯데리아 폴드버거 광고. 유튜브 캡처

AZ버거, 한우불고기버거 등의 출시를 기점으로 롯데리아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요즘 롯데리아 괜찮아졌다’는 평부터 몇몇 브랜드가 개악으로 혹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프랜차이즈 중에는 롯데리아가 제일 낫다’는 평까지 있다.

맛 없다는 고착화된 이미지가 쉽게 없어지진 않겠으나, 결국 ‘본업’을 잘하니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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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평가가 달라지는 원인은 역시나 롯데리아 내부에서 출발한다. 롯데리아 마케팅 담당자는 “과거에 비해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즈를 대하는 인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빨리빨리, 대충대충 먹고 넘기자는 인식이 강했던 반면 요즘에는 점심시간이 한 시간밖에 안 되더라도 여유롭게,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이런 니즈들이 생기는 걸 포착하며, 가성비와 가심비를 신경쓰기 시작했다. 주방 시스템도 바꾸고 제품 생산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며 “그 결과 저희가 어떤 신제품을 내는지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신다”고 전했다.

대표 메뉴가 뚜렷하고 그 대표 메뉴를 위해 방문하는 손님이 가장 많은 햄버거 프랜차이즈지만, 이제는 과거의 영광에 기대며 그 메뉴에만 의존할 수가 없는 실정. 고객들은 계속해서 새로우면서도 맛있고, 색다른 스토리가 가미되길 원한다.

동시에 프랜차이즈의 본질도 지켜지길 기대한다. ‘프랜차이즈’이기에 언제 어디서나 상향평준화된 동일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전보다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진 시점에서 프랜차이즈들의 각자도생 방법은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롯데리아 마케팅 담당자는 “신제품을 낼 때 직접 고객 참여를 포함,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접는 마케팅 역시 당연하게도 이런 뒷단의 노력이 병행됐다. 다만 해당 마케팅이 이전과 좀 다르게 느껴지는 건 아마 롯데리아의 자신감이 묻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롯데리아 측은 요즘 손님들의 시선이 이전에 비해 많이 긍정적으로 바뀐 걸 느낀다고 했다. 즉 ‘버거 접습니다’가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나온 마케팅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의 변화가 틀리지 않았다는, 그리고 변화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자부심이 눈에 보인다.

어쨌든 ‘버거 접습니다’란 어그로로 이목을 끌었으니, 이제는 그 어그로만한 값을 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왠지 까이니까 기분 나쁘다는 롯데리아의 ‘팬’들도 나타난 상황에서 이제는 그들을 맛과 품질로 만족시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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