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넘어선 죽음, 현재를 살다
공포 넘어선 죽음, 현재를 살다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7.0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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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 일상 속에서 ‘메멘토 모리’ 인식 전환
‘데스오브디너’ ‘데스카페’…평범한 질문들로 상호 교류

[더피알=정수환 기자] 죽음에 대한 회피는 인간의 본능이다. 자신의 소멸, 그 무엇도 남지 않는다는 공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느낄 것이다. 특히 주변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다면 말할 것도 없다. 상실감과 아픈 추억들이 공존하며 죽음은 나이가 들수록 회피하고 싶은 대상이 된다.

하지만 최근 10년의 추세를 보면 사람들의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더이상 죽음을 피하지 않고,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기는 소위 ‘메멘토 모리(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를 받아들이고 있다. 김동석 엔자임헬스 대표는 “요즘 사회는 사건·사고 혹은 자살 등 뜻하지 않은 죽음이 많이 발생한다. 그렇게 죽음 이야기를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접하며 더 가까이 다가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한 유튜버의 암 투병 일기를 영상으로 접했다. 결국 먼 여행을 떠났는데 마지막 모습을 보며 눈물을 정말 많이 흘렸다. 불쑥 죽음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니구나 새삼 느꼈다”고 했다.

최근에는 안락사를 허용해주는 비영리 단체 ‘디그니타스’에 한국인 2명이 포함돼 있다는 뉴스가 전해져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렇듯 죽음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접점이 다양한 곳에서 존재하고 있다.

아울러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 역시 죽음과 타협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김동석 대표는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들 때는 이런 주제까지 다루기가 힘들다”면서 “어느 정도 인생의 질적인 부분이 충족되면서 잘 마무리하기 위한 담론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사회 흐름에 맞춰 죽음을 함께 이야기하고 사고하려는 움직임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2013년 시작된 ‘데스오버디너’가 대표적이다.

저녁 식사를 하며 죽음을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단체다. 해당 모임은 먼저 저녁을 먹기 전 각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고인을 기린다. 이어 다양한 죽음 관련 질문에 대해 서로 견해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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